시장판매용 샐러드에서 트렌디한 한식레스토랑까지

 

 

최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대도시들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초에는 유명한 레저 잡지 ‘Time Out’ 에서 이와 같은 경향을 소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기사에서는 "근래 2년 동안 고려인의 러시아 이주라는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러시아 내 한국음식이 이제는 트렌디한 모스크바식 음식문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은 김치가 스시를 대신하는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하지만 모스크바 시민들이 적어도 비빕밥과 반찬을 구별할 줄은 알아야 하는 그런 시간은 이미 도래(到來)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전후만하더라도 모스크바 내 한식당 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였다. 그리고 한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한국사람이거나 한국과 이런 저런 관계들을 맺고 있는 러시아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모스크바에서 인기 있는 카페 체인점들과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한국 요리를 찾아보는 것이 그리 드물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음식이 러시아에서 알려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또 어떻게 해야 한국음식이 아시아음식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게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모스크바프레스 객원기자인 마리아 오세트로바 한국학박사(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연구원)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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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 시장에서 카레이스키 살라트 판매대

 

 

어디서부터 러시아내 한국음식이 시작되었을까?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음식의 접촉"이 시작된 역사는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85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처음으로 파견된 특사 카를 베베르와 함께 그의 친척인 앙투아네타 손탁 이란 러시아 여성이 서울에 왔다. 손탁은 서울에 최초로 서양스타일의 호텔과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그는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었고 4개국어가 가능했다. 그는 서울의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매우 빠르게 인기있는 인물이 되었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에 손탁은 대한제국 황궁에서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서양음식을 조리하고 리셉션을 준비하는 일까지 맡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그는 고종 황제와 후계자(순종)에게 커피를 처음으로 맛보게 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시작된 커피는 지금은 한국인들에겐 커피 없는 삶이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필수 기호식품이 되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근대역사와 음식문화에는 러시아의 흔적이 깊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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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파견된 1호 러시아특사 카를 베베르의 친척 앙투아네타 손탁이 서양외교관들과 함께 한 모습 

출처 : http://kulturkorea.org)

 

 

한국음식은 고려인을 통해서 이미 구소련시대 후반기에는 러시아 내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와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도 많은 러시아사람들은 고려인들에 의해서 재창조(?)된 고려인식 한국음식을 정통 한국음식으로 이해하게 되는 문제를 낳게 되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카레이스키 살라트(한국식 샐러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1930 년대 후반 러시아 극동에서 중앙 아시아로 이주당한 고려인들은 그곳에서 평소 먹었던 한국음식들을 조리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는 농사 조건과 수확물들이 극동지역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래서 새로운 농사 환경과 생산물에 맞게 적응하여 발명된 고려인식한국음식이 바로 러시아에서 ‘카레이스키 살라트 (Корейские салаты)’라고 이름 붙은 반찬, 샐러드의 일종이다.

 

오늘날 러시아인이라면 ‘카레이스키 살라트’는 누구나가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음식은 고려인이 준비하는 절인 음식들을 의미한다. 이들 음식은 러시아내 시장이나 식료품 코너 등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카레이스키 살라트’는 러시아와 중앙 아시아의 고려인들이 한국식 반찬을 새롭게 변형해서 만들어 낸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비교적 자주 이 음식을 찾는다. 특히 러시아 각종경축일 식탁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카레이스키 살라트는 러시아인들이 술 마실 때에 안주로 먹는 것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고려인 음식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한국음식인 ‘카레이스카야 마르코프(корейская морковь 일종의 당근채)’이다. 이 음식은 러시아에서 많은 매니아들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러시아사람들에게 ‘카레이스카야 마르코프’를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찾을 볼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항상 큰 애를 먹곤 한다.

 

 

러시아내 한식당과 한국음식의 현황

 

1980년대 후반, 구소련에서 처음으로 북한 식당이 오픈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스레텐카 거리에 ‘평양’이라는 북한레스토랑이 있었다.(평양레스토랑은 90년대 말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당시에는 블라디보스톡에는 ‘모란봉’이라는 북한레스토랑도 있었다. 1990년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외교 관계가 수립되었다. 이 영향으로 러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특히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톡에 한국식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 레스토랑의 주요고객은 당시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나가기 시작한 한국인들이었다. 물론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음식 맛보기를 즐기는 러시아현지 음식애호가들도 한국레스토랑의 오픈을 매우 반겼다. 왜냐하면 러시아에서 일본의 스시와 각종 아시아식 퓨전음식들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도 한국음식은 러시아레스토랑 사장들의 관심으로부터는 벗어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 관해서 말하자면,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한국식당이 몇 개 정도 밖엔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한식당들은 주로 한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한국의 대기업 근처 혹은 중소규모의 한국회사들이 밀집한 호텔이나 건물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인 ‘유정’은 KOTRA, 대우, 현대 등 많은 한국회사들이 입주하고 있는 세계 무역 센터(WTC Moscow)내에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부터 모스크바의 코리아타운 역할을 해온 코르스톤호텔 (구 아를료녹호텔)내에는 현재 서울, 신라, 가야, 한강 등 네 개의 한국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다. 코르스톤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살류트호텔 근처에도 쟈스민, 명가 등 한국식당들을 찾아 볼 수 있다.

 

2010년경부터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점차로 한국 음식이 한국이나 한국인들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러시아인들의 관심을 끄는 방향으로 움직여 오고 있다. ‘김치’와 ‘불고기’에 관해 러시아 텔레비전에서 회자(膾炙)되기 시작하자 레스토랑 품평가와 음식과 관련된 유명 블로거들이 한국음식에 대해서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16년 1월 ‘알렉산드르 라포포르트(Александр Раппопорт)’ 라는 모스크바의 유명한 레스토랑 관련 사업가가 ‘타틀러(Tatler)’- 멋진 삶에 대하여- 라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잡지에 한국음식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강남스타일’을 타이틀로 한 이 기사에서 그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한국요리를 맛보았다며 한국식 바베큐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실제로는 일종의 멋진 요리쇼 와도 같았다고 소개했다. 알렉산드르 라포포르트는 한국 음식을 맛보게 될 러시아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첫번째, "식당 종업원은 당신 앞에 놓인 식탁에 반찬을 담은 10개가 넘는 접시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때엔 고민할 필요 없이 ‘김치’, ‘갈비’, ‘불고기’ 이 세 단어 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그밖에 다른 음식들을 어떻게 부르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한번 아래와 같은 음식들을 맛보세요 -- 소금에 절여 구운 생선, 미역, 돌솥에 담긴 계란찜, 다진 고기 또는 야채를 넣은 만두, 계란말이, 각종 야채무침, 두부조림 등등"

 

두번째. "식당 종업원은 간장, 마늘 및 각종 조미료에 넣고 숙성시킨 엷게 썬 생고기를 접시에 담아 가져옵니다. 먼저는 고기를 익혀서 상추 잎에 올리고 파, 양파등을 곁들인 다음에 멕시코 타코와도 같은 한국 고추장을 얹어서 그냥 입에 넣어 먹으면 됩니다." 이러한 인터뷰 구절은 한국 음식들 중에서 러시아미식가를 가장 매료시키는 음식(직화구이 불고기)이 어떤 음식인지를 그리고 한국음식 먹는 법을 잘 소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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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년대 하바로프스크 중앙 시장의 '카레이스키 살라트' 판매대

 

 

러시아에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뺜세(Пян-се)»’ 같은 스트리트 푸드점, ‘김치 (Кимчи)’. ‘하이트(Hite)’ 등과 같은 일반 한식당에서부터 ‘레쩹토르(Рецептор)’와 같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에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2015년에 ‘에드워드 권(Elements by Edward Kwon)’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식 요리사의 이름을 딴 고급한식당도 등장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한국 음식사진들이 러시아 각종 매체에 에 꾸준히 등장하고 미식가들 사이에서 한국음식이 꾸준히 화제에 떠오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러시아사람들은 단지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한국음식을 맛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식료품 마켓에서 한국 식료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조리 김, 한국 음료, 인스턴트라면 등 꾸준한 인기품목이다. 러시아 슈퍼마켓의 선반에선 종종 김치까지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대형 식품 회사인 CJ제일제당의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J제일제당은 몇 년 전부터 러시아인들에게 자사의 국제 브랜드 "비비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다양한 도시에서 진행되는 문화 행사장 내 각종 전시장과 공연장에서 CJ제일제당은 러시아인들에게 만두, 김밥, 불고기 등 다양한 한국음식들을 시식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러시아사람들은 이제 한국상품에는 자동차와 휴대폰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도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글 마리아 오세트로바 | 한국학 박사 (연세대) /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연구원 / 모스크바프레스 객원기자

 

*이 기획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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