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신년기자회견이 26일 내외신의 뜨거운 관심속에 열렸다.

 이날 행사는 외무부건물 옆에 신축한 외무부부속건물 안에 기자회견장에서 진행되었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기자회견장에는 약 100명의 내외신기자들이 몰려서 러시아의 국제정치적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필자도 모스크바프레스의 대표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입장할 수 있도록 신청해서 허가를 받았다.모스크바프레스는 러시아언론으로 등록되어 있고 필자는 외국인이라서 입장할 때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내국(러시아 언론인)과 외국언론인이 각기 다른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초청자 명단에 내국인에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약 20분간 진행된 기조발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중동 문제와 테러리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투수단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방법도 동원되어야한다. 러시아는 서방과 국제법에 기초(基礎)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할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

 

지금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세워지고 있는 시기이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정치조직 과 국제경제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이것을 미국이 막으려하면 안된다. 이것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해 나가야 한다.

 

질의 응답은 약 3시간동안 이어졌다.

 

북한핵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한 라브로프의 답변

 

“러시아가 보기에 북한의 핵문제는 단순히 북한의 핵을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반도내의 비핵화와 함께 가야한다. 이것은 미국이 어떠한 종류의 핵무기도 남한에 들여놓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한국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협상에 나설 수가 있다고 해왔는데 이것은 현실적이지가 않다.

 

러시아는 북한의 수소폭탄실험에 대해서 이것이 정말 수소폭탄인지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이것은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 논의해 볼 문제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종류의 핵폭탄이 아니고 기존의 형태라면 북한의 핵개발을 억지하려하는 주변국의 노력은 성과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의 복구만이 해법이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은 북한의 고립을 의미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이란의 예에서 보듯이 고립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크림반도 문제 답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대한 개입은 러시아민족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인 조치였다. 이러한 자위적인 조치에 대한 서방의 제재(制裁)는 부당하다. 러시아의 경제재제 해결을 위해 서방과 다양한 접촉에 나서고 있지만 서방에서 응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민스크협약을 지켜야 하는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협약을 어기고 있다.”

 

대미관계 답변

 

“존 케리와 관계가 좋다. 어제도 통화했다. 존 케리는 국제적으로 무슨 국제 문제만 생기면 중국과 러시아에 도와달라고 조른다. 자신은 존 케리에게 당신들이 약속을 지켰다면 사태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인데 당신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사태가 악화되었으니 스스로 해결하라고 대답하곤한다. 이것은 북핵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일본과의 쿠릴열도 분쟁 관련 답변

 

“일본은 좋은 이웃이다. 현재 평화협정문제가 결려있기는 하지만 양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슨 적대국가가 아니다. 러시아는 특히 경제적으로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원한다. 그리고 쿠릴열도에도 일본이 투자하고 사업을 진행할 것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일본과의 쿠릴영토문제는 2차대전의 결과물이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구소련시대에 쿠릴열도의 두개섬을 일본에 양도한다고 했을 때 일본에서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자신은 일본이 외교를 펼칠 때 누구 눈치를 보지말고 자신의 이익에 맞게 보다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을 기대한다.”

 

대중 관계 답변

 

“러중관계는 양국역사상 어느 때 보다도 좋다. 양국관계는 말 그대로 전략적 협력관계이다. 양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서 강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양국의 이러한 관계는 세계평화와 국제적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날 신화통신기자는 라브로프장관에게 음력설에 대해서 중국민들에게 축하인사를 부탁해서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슬람국가(IS) 오폭 보도 관련

 

“서방에서 러시아의 오폭으로 민간인의 사상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러시아가 그러면 미국과 서방에 어디를 폭격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말하면 우리는 모른다. 알려줄 수 없다. 라고 하면서 러시아가 폭격하면 그곳이 아니다. 라고 하곤 하는데 무슨 아이들 장난 같다.”

 

질의응답은 영어로 질문하고 러시아어로 답변했다.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동시통역이 이뤄졌다.자하로바 대변인은 질문자의 절반 정도의 언론인은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을 지목한 것으로 보였다. (명패가 없는데도 질문자이름과 소속을 정확히 밝혔다)

 

기자회견은 비교적 고르게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등 주변국가 그리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러시아의 지방지에 이르기 까지 20여명의 질문을 받았다.

 

에필로그>

 

북한 노동신문 특파원 눈길

 

흥미있는 자리이고 유익했다. 다만 예상시간 2시간보다 긴 3시간 30분동안이나 휴식시간없이 회견이 진행되어 조금 힘들었다.

 

라브로프 장관 곁에서 행사를 진행한 마리아 자하로바(외무부 대변인)도 행사를 진행할때 10시부터 12시까지 약 2시간동안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1시 30분까지 3시간 30분이나 이어졌다. 많은 기자들의 끝없는 질문공세 그리고 라브로프의 답변 또한 자세하고 길게 이어진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어쨌든 내외신 기자들이 모여서 사전 각본(?)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질문을 던지고 라브로프장관이 여유롭게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감탄스러우면서도 부러웠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질문은 중국 CCTV 특파원이 던졌다.

 

사실 질문에 대한 생각을 그리 깊게 하고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북핵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CCTV 특파원이 먼저 해서 기회를 놓쳤다. 질문 기회가 주어진다면 ‘작년에 북러 친선의 해로 기념하는 등 북러관계가 정치경제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급격하게 가까워지고 있는데 북한의 핵실험에도 이런 북러양국간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는지 묻고 싶었다. 몇번 손을 들었는데 호명되진 않았다.

 

라브로프장관이 북핵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묻는 CCTV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답이 약 5분정도 이어졌다. 짧지 않은 답변 시간이었다. 장관의 뉘앙스는 러시아는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는지를 동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오바마가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은 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의 차이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강조하길 한반도의 핵문제는 단순히 북핵문제만이 아니라 주변국가 특히 미국이 한반도에 어떠한 핵무기도 들여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사실 이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가 필요다하고 강조하면서 계속해서 미국과 일본 한국은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통령기자회견 논란이 떠올라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 전에 박근혜대통령이 5자회담을 언급했는데 일개 외무부장관이 대놓고 무시하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단초는 한국에서 제공한 것이다. 북핵과 북한문제는 남한과 북한사이만의 문제가 아니고 주변국가들과 얽혀있는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러시아 중국과 사전 교감없이 외교적 발언을 한다는 것은 균형외교의 토대를 허무는 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견장에는 100명 정도의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질문은 간단한데 답변은 5-10분 가까이 길게 이어졌다.

 

질문은 모두들 손을 들면 자하로바 대변인이 지명하는 사람이 질문기회를 가지는 형식이었다. 자유롭게 질문하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모습들이 보기좋았다. 질문내용도 전체 세계문제에서부터, 질문자들이 속한 국가들과 관련된 매우 다양한 주제들이었다. 라브로브가 노련한 외교관(2004년부터-현재)답게 막힘없이 다양한 질문들을 능숙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0여명의 질문을 받았는데 절반정도는 자하로바가 잘 아는 언론인이었던 같고 절반정도는 무작위로 지명했다. 따라서 서로 지명을 받으려고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드는 사람, 지명받기 위해서 어떤 여성기자는 목도리를 풀어서 흔들기도 하는등 진풍경(珍風景)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하로바 대변인과는 그동안 페이스북 친구로만 만나다가 처음 만나서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북한에서도 노동신문 특파원이 자리를 지켰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꽤 오랜동안 모스크바에 나와있다고 했다. 같이 있던 러시아언론인이 저사람이 노동신문 기자라고 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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