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위 한국학 학술대회 모스크바 열려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경색된 남북 관계에서는 1층없이 2층을 짓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한국 전문가들이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 등에 관해 솔직한 분석과 조언을 내놓았다.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가장 오래 되고 권위있는 한국학자 학술대회가 26일과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렸다고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가 전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러시아·CIS 전역에서 대표적 한국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발표자만 30여명, 토론 및 참관인은 8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행사이다. 19회째인 올해는 '한국 : 해방 후 70년'을 주제로 개최됐다.

지난 8년 간 참관인으로 초청된 김원일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은 "예년엔 정치 분야 발표자가 통산 4∼5명으로 끝나곤 했는데 남·북·러 관계가 요동치기 때문인지 올해는 무려 11명이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날 사회는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설립자이자 초대 소장을 지낸 원로 한국학자 바짐 트카첸코와 전 북한주재 러시아대사 발레리 수히닌이 번갈아 맡았고 주요 패널로는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 소장, 알렉산드르 보론쵸프 러시아 외무성 산하 동방학연구소 한국학과장, 일리야 댜치코프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교수, 블라디미르 예세예프 동방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이고르 톨레토쿨라코프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한국학과장, 엘다르 라술로프 우즈베키스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러시아 CIS 지역의 쟁쟁한 한국학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서 주요 학자들은 남북의 군사력에 대해 남한의 우세로 기운 지 오래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드리트리 고르니엔코 선임연구원은 "남한 군사력은 질적 측면에서 월등하다. 북한은 핵무기가 있다고 하지만 운반 수단이 없다. 운반 수단이 없는 핵무기는 무용지물이다. 현재 북한의 로켓 수준은 연료를 채우는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그런 정도라면 얼마든지 미국과 한국에 의해 발사 전에 타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보론쵸프 한국학과장도 "미국의 군사력을 빼고도 균형의 추가 남한으로 기운 지 오랜다. 여기에 한반도 주둔 미군 전력까지 포함한다면 남북한 전력 차이는 더욱 커진다"고 공감을 표했다. 

원로학자 바짐 트카첸코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배치와 관련, "사드는 명백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이루어지고 동북아에서 전쟁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첫번째 공격 목표는 사드 기지가 될 것이다. 그러면 피해는 한국에서 입는다"고 말했다.

보론초프 한국학과장은 "남북 통일은 상대방의 주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낮은 수준의 연방제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 이미 합의를 본 것이다. 그리고 낮은 수준에서 통일을 이루고 최대한 다방면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면서 높은 수준의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블라디미르 페트롭스키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중에서 러시아만이 진정 남북 통일을 원한다.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고, 중국과 일본은 통일된 강력한 한국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남북한 대화의 장애 요인은 두 가지다. 남한은 정부 부처 간 합의나 사회적 논의가 중요하므로 접근에서 조심스럽고 분야별 접촉을 선호하는 반면 북한은 전체주의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개선 방안을 선호한다. 두번째는 분단 70년이 되면서 분단 세대가 없어지고 새로운 세대는 통일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페트롭스키 연구원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상호의존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체제를 서로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경제적인 결합은 가능하다, 남북한도 정치적인 문제(핵 문제 포함)를 일단 뒤로 미루고 경제 사회 문화 교류를 이어가서 상호의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탈리아 메드베데바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정책이 남북 대화를 하기엔 전제조건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통일은 대박이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경색되어 있는 남북 관계에서는 마치 1층없이 2층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는 그전 정부가 건설한 1층을 파괴했고, 이번 정부는 파괴된 1층부터 다시 지어야 하는데 갑자기 2층부터 짓겠다고 서두르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블라디미르 그리뉴크 선임연구원은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일본이 크다. 아베의 우경화 정책이 한국을 많이 자극하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가 일본의 절반 정도 수준이지만 실질 구매력 기준으로 하면 80%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할 말은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뉴크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도 한·일 관계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것이 미국에게는 큰 부담이다. 문제는 일본이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고, 대다수 일본인들이 식민지배가 아시아 각국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나진 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러시아측의 섭섭한 감정도 표출됐다. 발레리 수히닌 전 북한주재 러시아대사는 "한반도횡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사업은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남·북·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이다. 나진 하산 철도 연결사업이 이뤄지면 남한의 물류를 부산을 출발해 동해를 거쳐서 나진으로 연결하기로 했는데 하지 않고 비용 문제도 소극적인 것을 보면 한국은 남·북·러 협력사업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rob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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