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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이 프랑스 파리까지 밀려오고 있다.

 

해외 한국문화원의 요직인 프랑스와 미국의 뉴욕문화원장 자리까지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문화원장 자리가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광고감독 차은택의 입김으로 채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종편채널인 TV조선은 지난 28일 “최순실, 차은택 씨가 문화, 체육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한국문화 전파를 책임지는 해외 문화원장 자리도 직제규정까지 바꿔 자신들과 인맥이 있는 광고기획사 출신들을 앉혔다.”며 파리와 뉴욕 문화원장의 발탁도 문화융성·한류를 빙자한 끼워맞추기 인사와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15년 7월, 재외문화원장 중 파리와 뉴욕 문화원장 두 곳이 민간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력개방형직이 되었는데, 문제는 기존의 지원자들이 이미 서류 접수를 마감하고 면접을 준비하던 상태에서 직제 규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후 프랑스문화원과 뉴욕문화원 두 곳의 문화원장이 모두 차인택 라인인 광고계 출신으로 채워졌다. 박재범 프랑스문화원장은 광고회사 이노션의 대표이사 출신이고 오승제 뉴욕문화원장은 제일기획 상무 출신이다.

박 원장은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광고업계 지인의 권유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문체부는 문화예술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문화원장직을 민간 예술ㆍ홍보 전문가로 돌리려는 게 원래 인사의 큰 방향이었다고 해명하였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경력개방형직의 취지는 현지국가의 사정에 밝은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지만, 박재범 원장은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광고기획사 출신으로 프랑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단 한가지 꼽으라면 서울대 불문과 출신(79학번)인데 이마저도 35년 전 학부시절이 고작이다. 석사는 광고학을 전공했다.

 

인사혁신처 출신 관계자는 "사실상 문체부 장관이 거부권까지 가지고 있어 장관이 한 거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당시 문체부 장관은 차 씨의 스승인 김종덕 장관이었다. 최순실 씨를 등에 업은 차은택 카르텔이 문체부의 독버섯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두 번의 채용과정에서 문화원장 적임자로 통보 받은 사람이 있는데, 최종 임용을 통보 받고도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이 선정됐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외교부보다 상위기관인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사실 프랑스한국문화원장은 2013년부터 후임 원장을 놓고 진통을 겪어 왔다. 그 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3년 6개월을 근무한 이종수 원장의 후임으로 서류전형 합격자 3명을 대상으로 면접까지 실시했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선발을 보류해왔다.

 

자연스럽게 연임한 이종수 원장의 임기 종료를 2주 남겨둔 같은 해 11월 19일 재공고를 냈고 12월 1일 서류전형 합격자 5명을 발표, 2015년 1월 초까지 후임자가 부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임 원장을 놓고 청와대 개입설이 제기되면서 없던 일이 됐고 무려 3개월간 공석(空席)으로 비워두다 노일식 전 원장을 임시원장으로 파견하는 비상식적인 인사발령을 냈다.

이종수 전 원장은 임기가 끝난 후에도 귀임하지 않고 한불수교 130주년 행사 책임자로 남아 한 지붕에서 문화원장 2명이 공존하는 체제를 유지하다, ‘한인사회와의 소통’ 문제로 프랑스한인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는 소리소문 없이 귀임했다.

이후 올 1월, 광고회사 이노션의 대표이사 출신인 박재범 씨가 주불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해 왔다.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행사에 올인, 한인단체들과는 소통 단절

 

 

박재범 원장은 부임 이후 한불수교130주년 행사들을 큰 무리없이 이끌어 냈다. 하지만 화려한 이면 뒤에는 한인사회와 한인예술단체들과는 소통이 단절되고 매년 지원해오던 한인예술단체의 문화행사 지원금도 올해부터 전면 중단하거나 삭감해 구설에 오르고 있다.

 

프랑스와 함께 미국의 뉴욕문화원도 사정이 비슷하다.

뉴욕의 유력 동포지 ‘뉴스로’는 “세계 최대의 문화의 도시에서 한류문화 확산의 거점역할을 하고 있는 문화원이 한인 문화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얼마 안되는 예산마저 중단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한인 문화단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예산지원을 턱없이 깎아버리거나 중단해 버리기도 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오승제 뉴욕 문화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원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한인 문화행사들을 모두 지원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인동포 예술인보다는 한국에서 온 예술인들의 공연이나 행사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콘테츠 홍보에 예산을 주로 사용하고는 예산부족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파리의 중견미술단체인 소나무 협회 한홍수 회장은 “과거 문화원장이 부임을 하면 주요 한인 예술인단체와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함께 협력할 이야기들도 나눴지만, 취임 후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박 원장은 한번도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협회에서 그런 자리를 만들어 문화원장을 초대했는데도 다른 핑계를 대며 참석을 거절했다. 지원금은 고사하고 한인단체 자체를 외면하는 자세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이상무 프랑스한인회장은 “문화원이 한인사회와 등진 채, 오로지 한국문화 전파를 위해서 뛰겠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착각이자 모순이 아닐 수 없다.”며 “프랑스 현지인들과 부딪히며 생활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교민들이다.바로 우리 교민들이 우리 문화 홍보대사요 첨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원이 현지인들에게 우리문화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면 교민사회와 협업하고 공조해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며 한인사회, 한인단체와의 교류와 소통을 강조 했다.

또한 차후에는 프랑스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프랑스 현지사회에서 성장한 실력있는 인재를 발굴해 문화원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의 자리는 단순히 한류전파와 한국문화컨텐츠만을 소개하고 광고하듯 마케팅만 잘 하는 자리는 아니다.

1980년에 개원한 프랑스 한국문화원은 해외 문화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고, 프랑스가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 국가임을 감안할 때, 그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가 큰 발전을 이루는 등 시기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에 유수한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고 문화교류의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동포들의 문화정체성 유지에도 목적을 두어야 한다.

적어도 이러한 능력과 포부, 소명의식을 가진 사람이 문화원장으로 부임해야만 한다.

 

이 한인회장의 지적대로, 한인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문화원장, 교민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배제시키는 문화원장은 국가를 대표해 한국문화를 현지사회에 홍보하고 전파할 기본적인 자질이 없다.

차지하고라도,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박재범 문화원장이 최순실-차은택 라인에 의해 채용된 부당한 밀실 인사라면,스스로 물러나야 함이 마땅하다.

 

(포커스 사진은 지난 6월 박근혜대통령 방문시, 프랑스관광문화센터 프리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체육계의 황태자 김종 문체부 전차관, 최순실 라인의 핵심으로 꼽힌다. 오른쪽이 박재범 문화원장)

 

【한위클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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