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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닷물과 백옥 같은 백사장이 아스라이 펼쳐진 글래낭 군도(les Glénan)는 남태평양의 이국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프랑스의 폴리네시아라 부른다.


브르타뉴지방 남쪽해안에서 약 20km 떨어진 글래낭 군도는 행정구역이 푸에낭(Fouesnant)에 속하며 9개 주요 섬과 작은 바위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환경보호구역이라 일반인이 이곳을 방문할 때 헬리콥터는 허락되지 않으며 돛단배, 요트, 모터보트, 유람선 등 배편으로만 진입이 가능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육지해변에서 글래낭 군도까지 돛단배로 항해를 즐기는 요트족들이 제법 많다. 썰물시 하얀 모래사장만 드러나는 기리덴(Guiriden)섬은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며 완전한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격인 환상적인 무인도이다. 




글래낭 군도 바나넥(Bananec)섬에는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는 요트, 스킨스쿠버, 윈드서핑 교습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글래낭 요트학교의 사유지로서 프랑스와 유럽 곳곳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요트, 스킨스쿠버 교습생들의 체험학습장이다. 


글래낭 군도의 주요 섬들 중에서 일반관광객들의 방문이 가능한 곳은 생-니콜라 섬. 선박회사 브데트드로데가 여름 성수기철에 콩카르노(Concarneau), 록튀디(Loctudy), 베그-메이(Beg-Meil) 등 해변휴양지에서 생-니콜라 섬까지 바캉스족들의 운송을 전담하고 있다. 


유람선의 운행이 가장 활발한 해변휴양지는 베노데(Bénodet)이다. 야자수와 하얀 모래사장, 카지노, 물리치료시설 탈라소를 갖춘 베노데는 휴가철에는 주민보다 바캉스족들이 더 많이 붐비는 곳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베노데 선착장에서 글래낭 군도를 향한 대륙탈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vedettes-odet.com 참조) 


생-니콜라 섬까지 항해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생-니콜라에 도착한 이후 별도로 글래낭 군도 전체를 유람하는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유람선이 지나는 에메랄드빛 바닷길은 어찌나 투명한지 좀 과장하자면 바닥에 깔린 하얀 모래알들을 셀 수 있을 정도이다. 글래낭 군도의 환상적인 수중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잠수유람선도 마련되어 있다.


 


 ▶ 호텔이 없는 생-니콜라 섬




생-니콜라 섬을 방문하는 일반관광객들은 반드시 하루코스 왕복권을 구입해야한다. 생-니콜라 섬에는 방문객을 맞이할 호텔이나 민박집이 없으며 캠핑은 금지되어 있다. 


생-니콜라 섬 선착장에서 가까운 곳에 6인용 침실 5개가 마련된 친환경적인 공용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지만, 여름성수기철에 이곳에 방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한다. 


주로 글래낭 군도에서 가까운 맞은편 육지해안지대에 여정을 푼 휴가객들이 오후 한때 남태평양의 이국정서를 만끽하고자 생-니콜라 해변을 찾는다. 파리 오페라거리에서 30년 이상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본계여성 S씨의 경우도 지난 9월 베노데 탈라소에서 류머티즘 물리치료를 받으며 보름동안 휴가를 보내던 중 글래낭 군도를 향하는 유람선에 올랐다. 오후 한때 작열하는 눈부신 태양아래 시원스럽게 펼쳐진 하얀 모래사장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며 완전한 휴식을 취했던 S씨는 남태평양 타이티는 가보지 못했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방문했던 섬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곳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생-니콜라 섬은 프랑스의 ‘타이티 섬’이라고도 부른다. 해변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로 섬을 한 바퀴 도는데 불과 2km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이다. 




 ▶ 바다철새들의 천국




성수기철에 생-니콜라 선착장 근처에 방문객들을 맞이할 카페와 간이음식점이 개점되나, 이곳에는 1년 내내 거주하는 주민은 없다. 여름철이면 수많은 바캉스족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지만 겨울철에는 바다철새들만이 날개를 접는 곳이다. 글래낭 군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갈매기와 바다철새들의 보금자리이다.


글래낭 군도에서 주민이 정착했던 마지막 섬은 프랑스의 유명한 재벌 뱅상 볼로레의 사유지인 로크(Loc'h)섬으로 알려져 있다. 글래낭에서 가장 큰 섬으로 해초로 비료를 만드는 공장이 세워졌던 곳이다. 지금은 연기가 나지 않는 굴뚝만이 우뚝 솟아있을 뿐이다.


글래낭 군도에 정착하여 사는 주민은 없지만 바닷사람들은 늘 이곳을 찾는다. 글래낭 군도 근처에서 바다가재 양식업에 종사하는 20대 젊은 커플의 경우는 모터보트로 출퇴근한다. 글래낭 군도까지 모터보트로 30분이면 족하다. 글래낭 군도의 맞은편 시골해안지대에 둥우리를 튼 젊은 커플은 성능 좋은 모터보트를 소유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건강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두 남녀는 바다가재를 잡으러 글래낭 군도로 달려갈 때 맛보는 수상드라이브의 쾌감이 너무 좋아 복잡한 도시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 희귀종 수선화의 온상지




글래낭 군도가 자랑하는 명품으로 남태평양과 같은 환상적인 절경, 요트학교, 품격 높은 바다가재 이외에 수선화도 빼어놓을 수 없다. 봄이면 도처에서 피어나는 노란 수선화가 아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어나는 하얀색 희귀품종이다.


이 희귀품종을 보호하기 위해 1924년부터 식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한다. 1950년대에 지구촌에서 하마터면 멸종될 뻔했던 품종이다. 원예업자들이 이 희귀종 수선화를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여 상품화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오히려 글래낭의 수선화들만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생-니콜라 섬 이외에 다른 곳에서 서식되지 않는 품종이다. 글래낭 수선화만을 전담하는 행정부처가 1986년에 신설되었으며, 이후 철저한 보호아래 4만 내지 5만 송이가 생-니콜라 섬에서 피어나고 있다.  


글래낭 수선화가 활짝 개화되는 시기는 4월 중순경이며 이때 보랏빛 하이신스와 어울려 환상적인 장관을 이루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4월부터 생-니콜라 섬에서 펼쳐지는 수선화축제에 누구나 초대받지만, 지구촌의 희귀품종이라 해서 한 송이 꺾어가겠다는 생각을 품었다가는 큰일 난다. 글래낭 수선화는 1974년부터 세계자연보호물로 규정되어 있다. 


생-니콜라 섬을 찾는 방문객들은 남태평양 열대지방의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태양과 바다, 모래사장을 눈과 가슴으로 실컷 만끽한 후 고스란히 원상태로 남겨두고 떠나야한다. 단 예외가 있는데 바로 쓰레기이다. 이 섬에는 공중쓰레기통이 없다. 모든 방문객들은 자신들의 쓰레기만큼은 모두 거둬 육지로 가져가야 한다.   


글래낭 군도를 ‘바다에 떠있는 무릉도원’으로 간주하는 이들도 있다. 인간이 자연을 존중한 만큼 자연도 인간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베푼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하는 곳이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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