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마다 시행되는 지방의회선거가 3월 23일과 3월 30일로 다가오면서 프랑스정가에 긴장이 바짝 고조되고 있다. 파리, 마르세이유, 리옹 등 대도시를 포함한 3만6천여 시장과 50만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이지만, 올랑드 정권이 맞이한 첫 선거라 히스테릭한 신경전이 감돌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 좌파정부에 실망한 좌파지지유권자들의 선거기권율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진작부터 감돌았던 편이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여 야권은 현 정권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선거로 정치화하여 우파지지유권자들의 선거참여율을 높인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웠던 터였다. 순풍에 돛을 단 듯싶었던 야권진영은 3월 문턱을 넘기며 갑작스레 역풍을 맞이했는데, 2012년 대선과 전 우파정부에 관련된 정치스캔들이 일제히 불거졌던 때문이다. 


이들 정치스캔들을 두고 펼쳐진 좌,우파 공방전은 막가파식 싸움판을 방불케 했으며 정치전문가들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정치판의 격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력일간지 웨스트-프랑스는 3월 15일자 논설을 통해 ‘히스테릭’한 정치계가 위상을 상실하면서 ‘혐오감’만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 사르코게이트




스캔들로 우파진영에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 3월 7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13년 9월 3일부터 전화도청감시를 받아왔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프랑스여론은 ‘사르코게이트’로 간주했는데, 전 대통령의 전화도청감시 사건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6개월에 걸친 전화도청감시라면 ‘사르코지 죽이기’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테러범, 마피아, 금융범죄 등 국가차원에서 중대범죄자들을 수사할 때 전화도청이 이용되며 인력과 수사비용이 막대하여 중대한 국보법 위반사범이 아니고는 3개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고 법조계 인사가 설명했다. 


전 대통령과 변호사의 대화내용이 낱낱이 도청되었다는 점에서 변호사협회도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4일 사르코지의 변호사가 4명 경찰들에 의해 굴욕적인 강제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변호사협회와 법원의 심각한 마찰마저 빚어졌다. 


정치전문가 롤랑 케롤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낚싯대를 드리우듯 법원이 전 대통령의 전화도청을 통해 범죄혐의를 찾아내려했다고 지적했다. 전 대통령이 전 내무부장관 등 야권인사들과 매일 통화했고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도청되었다는 점에서 현 정권이 야권을 감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곧 프랑스민주주의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심각한 목소리마저 흘러나왔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향한 정계 컴백이 예상되어 올랑드 대통령의 정적 1호로 간주된다. 6개월에 걸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전화도청에는 24시간 릴레이로 매일 4명 특수요원이 투입되고 10명 판사와 50여명 수사관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 프랑스 법무부의 추락된 이미지 




‘사르코게이트’로 인하여 야권에게 몰아치던 역풍이 현 정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정권과 독립성을 지녀야할 법원의 이미지가 타격받자, 토비라 법무장관은 3월 10일 월요일 TF1 20시 황금시간대뉴스에 출연하여 전 대통령의 전화도청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법무장관의 반응에 여론이 다시 끓어오르자 3월 11일 화요일, 에로 총리는 정부각료들이 2월 26일 도청사실을 보고받았다고 공식 시인했다. 


총리가 법무장관의 거짓말을 인정한 셈이라 야권에서는 토비라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3월 12일 수요일, 궁지에 몰린 법무장관은 엘리제궁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전화도청에 관련하여 보고받았던 날짜는 2월 26일이라고 번복했다. 그러나 도청내용과 기간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런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카메라 앞에서 두 문서를 흔들어보였다.


이 단순한 제스처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되고 말았는데, 법무장관이 임기응변식으로 흔들어보였던 서류를 르몽드기자가 망원렌즈로 찍어 그 내용을 확인했던 것이다. 이 두 문서에는 1월 28일부터 2월 11일에 걸쳐 전 대통령과 변호사의 전화도청 내역이 담겨있었다. 곧 사르코지가 2013년 9월부터 전화도청감시를 받아왔고 법무장관이 도청내용도 정규적으로 보고받았음을 입증하는 서류였던 것이다. 


3월 13일 목요일, 토비라 장관은 다시 기자회견을 갖고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내무부장관 발스는 ‘사르코게이트’ 스캔들을 프레스를 통해 알았다고 해명했다. 여론과 언론의 시선이 올랑드 대통령에게로 돌려지자 엘리제궁은 전 대통령에 대한 도청수사를 3월 4일 르몽드지를 통해 알았다고 밝혔다. 




▶ ‘대박’ 노리는 미디어 경쟁 




요즘 프랑스에서는 하룻밤 보내고 ‘안녕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어야할 정도로 ‘사르코게이트’에 관련된 새로운 정보들이 연일 밝혀지면서 역풍의 방향도 엎치락뒤치락되고 있다. 


3월 16일 일요신문이 올랑드 대통령의 깊은 개입에 의혹을 품으며 관련된 증거를 제시하자 ‘사르코게이트’의 돌풍은 엘리제궁을 향해 몰아쳤다. 이런 와중에서 3월 18일 저녁 늦은 시각에 법원에 의해 도청된 통화내용이 미디어에 노골적으로 공개되면서 ‘사르코게이트’는 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제대로 역풍을 맞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의 깊은 서랍 속에 비밀로 간직돼야 할 전화도청내용이 어떻게 디지털정치신문이 입수했고 또 그 사실을 굳이 언론에 발표해야만 했는지 그 경로와 의도에 깊은 의혹이 던져지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매일 드러나는 새로운 정치스캔들은 사실상 ‘대박’을 노리는 프랑스미디어의 치열한 경쟁에 의하여 더욱 부채질되고 있다. 지난 1월 대중연예주간지 클로저가 올랑드 대통령이 스쿠터를 타고 여배우와 밀회하러 가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여 제대로 ‘대박’을 터트린 이후 정치시사전문 신문들도 앞을 다투어 ‘대박’감을 노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프레스들의 ‘대박’ 경쟁으로 인하여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 




826-6a.jpg3월 15일 발표된 BVA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69%가 ‘정치인들이 가장 부패했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은 2013년 6월에는 70%, 2010년 7월은 54%를 차지했는데,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정치인들의 부패한 이미지는 이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딴 세상에서 살면서 개인의 정권욕과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있다는데서 생겨나고 있다. 국민과 정치인들이 철저하게 별거생활을 하고 있는 셈인데, 최근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87%가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에게는 관심이 없다’ 라고 대답했다. 


특히 정치라이벌을 끌어내리고자 하는 흙탕물싸움에서 정치권의 권위만이 추락될 뿐이며  정치인들의 공동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최근에 공개되는 정치스캔들이 프랑스인 81%에게 정치계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던져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2014년 프랑스지방선거는 무엇보다도 극우파 FN의 강세로 귀추가 주목된다. 좌우 파당싸움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두 톱 정치구조에서 등을 돌리고 제3 극단주의 정치세력에 합류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야당 죽이기’ 정치스캔들로 인하여 10일 만에 제1야당 UMP는 각 선거구마다 지지율이 평균 1.5포인트 하락세를 보였고 반면 극우파 FN은 1포인트 상승했는데, 제법 심각한 수치라고 한다. 극우파 FN이 강세를 보이며 3월 30일 2차전에 대거 진출, 집권좌파와 우파야권과 삼각구도를 갖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판세는 집권좌파에게 유리해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일 정신없이 불거지는 온갖 정치스캔들로 인하여 2014년 3월 지방선거는 마치 올랑드-사르코지의 2017년 대선의 격전장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유권자들이 현 정권의 불신임을 표현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에 무관심을 표명하며 선거기권을 택할 것인지, 혹은 정당과는 상관없이 지역일꾼을 뽑기 위해 선거에 참여할 것인지, 유권자들의 정확한 표심과 선거향방은 3월 30일 2차 선거결과를 통해서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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