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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연필 한 자루가 주어지고 그림을 그려야 된다고 한번 상상해봅시다. 파리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는 화가들을 만날 수 있죠.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전, 화가들의 이 동작(연필을 오른손에 쥐고 기준을 잡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대상을 담아내기 위해 필수인 기준점을 찾는 것이지요. 

기준은 비단 그림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예쁜 단발머리를 자르고 싶을 때, 기준점을 잘 잡는 미용사를 만나야 하구요, 멋있는 퍼레이드 행렬도 기준이 맞지 않으면 난장판이 되어버릴 수 있으며, 아름다운 교향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도 기준음이 맞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기준.’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두는지 오늘 여러분들께 질문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 우리 세대들에게, 그리고 물려주고 싶은 미래를 위해 책임을 다하고 계신 부모님 세대에 특별히 미래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 ‘기후변화’의 맥락에서 우리가 공감해야 할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12월 파리 기후변화총회로 불리우는 COP21이 점점 다가오면서 기후변화는 사회 각 분야 및 리더들이 주목하는 주요 안건입니다. ‘기후변화설’ 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불확실한 논쟁거리로 알려져왔던 기후변화 문제는 이제 우리가 직면하고 극복해야되는 현실임이 분명해졌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공신력있는 과학적 자료를 발표하는 IPCC는 1990년 인간의 활동과 지구온난화의 상관관계는 불분명하다고 했었던 과거 발표를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수정하여 최근 2013년에는 최소 95% 이상의 상관관계가 나타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로 나라가 침수되는 고통을 겪고있는 카리브 해의 도서 국가들, 그리고 이상고온 현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더욱 악화된 빈곤계층의 사례들 또한 발표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날로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 피해사례가 모두의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세계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온실가스 배출과 달리 그 피해는 각 나라와 지역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기에 모두가 주도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우리 미래세대가 더욱 책임을 가지고 나서야 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기후변화가 분명해지고 피해가 증가할수록 이를 마주하고 살아가야 할 주체는 바로 우리 청년들이고 미래세대들입니다. 우리가 꾸는 미래의 꿈과 가능성을 제한할 수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맞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우리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위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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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은 지난 유럽 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프랑스 외교부에서 시민들에게 파리의 미래와 기후변화 문제의식을 고취시키고자 기획한 ‘유토피 2050’ 이라는 전시 풍경입니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그리고 관람객들이 직접 묘사한 파리의 미래 모습이 보여주듯이 자연환경에 따라 우리의 생활이 빚어져 왔음을 깨달아야 하며 기후변화는 특히 미래세대에게 있어 가장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기후변화는 촌각을 다투는 ‘시기성’의 문제이기에 우리 미래세대가 ‘지속가능함’이라는 단어의 무거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협력의 지혜를 발휘해야하는 문제입니다. 과거의 여러 기후변화 총회에 비해 파리 COP21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준수해야 할 신 기후변화협약 체제를 지금 세우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허락될 시간과 지구라는 공간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과학과 대자연이 주는 경고로 인해서입니다. ‘티핑포인트 효과’ 로도 불리우는 기후변화의 급격한 변화와 전개 양상을 고려할 때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수도 있다는 메시지들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노력들을 살펴보면 과연 세대를 아울러 우리가 협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책임감의 결여’ 문제를 우리의 잘못된 기준에서 찾습니다. 우리가 저울질 하는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희생해야 할 것들이 과연 정말로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기후변화 총회에 앞서 모든 국가들이 제출한 INDC를 살펴보면 많은 국가들이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 대립의 고민을 처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GDP성장에 대한 염려,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염려 등 물질적 풍요를 기준으로 바라볼 때 기후변화문제는 늘 차순위로 밀려왔습니다. 특히 산업체의 갈등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 대해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과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우리의 경제적 풍요를 가로막는 것인지. 기후변화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에게 위기이기만 한 것인지. 



기후변화에 맞서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환경보호적 소비와 생산을 장려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기후변화 대응이 어떻게 ‘기회’와 ‘새로운 성장의 패러다임’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의 이익과 수익을 측정하던 회계기준, 생산총량과 투자수익률의 관점에서 여전히 ‘친환경 성장’은 성장으로 보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GCF, GGGI와 같은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에서는 금융과 기후변화 문제를 접목시켜 기존의 수익성만을 따지던 평가 기준을 넘어서서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에 어떠한 도움을 주었는지, 어떠한 변화를 일으켰는지 장기적 관점에서의 ‘의미’를 중요시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새로운 평가기준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과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청사진을 우리에게, 그리고 세계에 제시한 바 있습니다. 모두가 기술적인 한계, 우리의 오랜 소비, 생활 습관과의 싸움, 무엇보다도 과연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불확실성과 맞서지 않는 한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풍요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나라, 그리고 그 기준을 중요시하는 국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창의적인 대응이 곧 ‘창조경제 패러다임’을 이루는 비결이자 세계시민으로서의 경쟁력, 그리고 미래의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잠언이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도전에서 시작되어 의미있는 기준들로 우리의 미래가 빛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박라경 (시앙스포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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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수상자 박라경 양에게 박종범 유럽총연 회장이 상장과 장학금(1000유로)을 수여하고 있다.









박라경 양(대상 수상자) 수상소감



파리에서 우리말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특히 기후변화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놓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기회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값진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만으로도 저는 감사드릴 따름인데 대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더욱 기쁘고 한편으론 파리 유학생활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차세대 프레젠테이션 대회의 모집 공고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올해 12월에 있을 파리 기후변화총회 (COP21)와 그 중요성, 그리고 세계시민으로서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할 기후변화 이슈를 프랑스의 한인들과 꼭 나누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특히 국제회의와 외교 역사상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COP21관련 정보들을 파리에서 한국어로 접하기 힘들다는 점이 에너지를 공부하고 또 COP21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할 저에게 이 대회를 소통의 기회로 삼겠다는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발표가 기후변화나 COP에 대한 지식을 모두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발표가 끝난 이후에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들으며 소통이라는 제 첫 목표가 달성되었음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타지에서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꿈을 위해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자 청중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저의 짧은 발표가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되는 미래 리더들을 위한 시간이었기를 소망하고 또 그랬으리라고 확신합니다. 

파리에서 석사공부를 시작하면서 끊임없는 과제와 시험에 치이고 지치면서 초심을 잃기도 했고 또 이렇게 힘든 유학생활을 내가 목표로 삼았었나 라는 일종의 회의감에 최근 힘든 시간들을 보냈었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이번 차세대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미래를 꿈꿀 때 그 자체가 너무나 설레고 소중해서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 오랜시간동안 프랑스에서 얻은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과 발전에 대해 자신있게 제안하는 이들을 만났던 것, 또한 한국인 최초 프랑스 유학생인 박병선 박사님과 직지가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던 이야기, 통일 한국의 비전에 대한 강의 등 이번 대회의 하나하나가 제 열정을 되살리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금번 대회를 통해 제가 깊이 깨닫게 된 것은 꿈, 열정, 미래라는 단어들이 개인적인 욕심의 또 다른 표현으로 변질되기 쉽기도 하지만,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나라를 잊지 않고 나눔, 정(情)의 가치를 마음에 새기며 꿈, 열정, 미래를 고민할 때 그 과정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스스로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저에게 이러한 귀한 깨달음과 감동을 남긴 ‘2015 차세대 프레젠테이션 대회’와 이를 위해 준비하고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책임감을 가지고 꿈을 꾸고 열정적으로 미래를 위해 달려나갈 참가자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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