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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울림이 우리에게 전해지듯이, 문민순, 금영숙, 윤혜성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비물질의 흔적을 통해 우리를 지각의 문턱(au seuil de la perception)으로 안내한다. 캔버스 위에 물감의 움직임과 붓의 터치, 또는 세라믹 위에 연기의 흔적은 역설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드러낸다. 그 존재감은 쟉크 라캉(Jacques Lacan)의 말처럼 ‘부재의 가능성’이다. 그들의 은유는 시간의 흐름과 공기, 보이지 않는 것 등 잡히지 않는 모든 것에 바탕을 둔다.

세 작가의 작품은 빛과 그림자와 상관 관계를 가지며, 나타남과 사라짐, 존재와 부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 있다. 이 세 작가는 흔적, 그림자, 영감, 묵상, 비물질이란 주제를 중심으로, 각각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수반한 그림과 조각 작품을 <영혼의 울림 (Résonance de l’âme)-지각의 문턱(Au seuil de la perception)> 제목으로 생-망데 (Saint Mandé) 시청의 파티오(Patio) 전시장에서 발표한다.

문민순의 <묵상>은 세라믹 조각품으로 잡히지 않는 연기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가마 안에서 나무와 흙과 불의 만남은 영혼의 울림처럼 재와 연기가 되어 다양한 사각 세라믹 조각에 흔적을 남긴다. 남겨진 재가 사라짐의 흔적을 보여준다면, 연기는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들을 나타낸다. 가마 속,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인 가상 이미지의 자국과 잡을 수 없는 연기의 그림자들이 흙으로 된 조각에 그려진다.

그리고 그 자국들은 새로운 공기와의 접촉에 의해 그 모습들을 드러낸다. 작가는 조건만 조성하고, 모든 흔적들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난 그 너머에서 스스로 창조된다. 물질과 비물질의 만남으로 나타남과 사라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작품은 제작된다. 작가는 자국, 시간의 흐름, 움직임의 연속성,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각형의 조각들을 물 위에서 설치하여, 그의 조각품들이 물 표면에 또 다른 가상 이미지를 만들게 한다.

 

금영숙의 <호흡-영감>은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이나 종이를 붙여 화면에 기복을 만들고, 먹 선을 스며들게 하여 신비한 공기나 절대자의 손길과의 접촉을 표현한다. 입김을 불어 창문 위에 또는 보이지 않는 공기 안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듯, 눈을 감으면 우리 내면의 깊은 생각은 드러난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 ‘사이’의 창문에 서린 안개처럼,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 ‘사이’에 삶의 반영과 창조자를 향한 희망 또는 기도가 그려진다. 그 ‘사이’에 지각의 문턱이 있다. 천사의 숨결에 영감을 얻은 듯, 그림 안에 시와 이미지의 흔적들은 참을 수 없는 내면 그 어딘가에서 생겨나고, 빠르게 비어 있는 흰 공간으로 스며들거나 사라진다. 눈을 감은 얼굴들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 비어 있는 공간에서, 존재과 부재를 암시한다. 그림의 획들은 울림의 존재들을 상기시키며, 회화 공간은 보이지 않는 공기의 깊이에 담긴 영혼의 울림을 전해준다.

윤혜성의 <그림자-흔적>은 빛에 의해 이동하는 그림자를 통해 빈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림자들은 빛에 의해 생성되는 빛의 흔적이며, 잠시동안 움직이는 비물질이다. 그림자들은 바닥 표면이나 벽 위에, 빛과 사물 사이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떠 있다. <그림자-흔적>에서 겹쳐진 그림자의 형태는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작가는 물감을 지우고 제거하면서, 흰색의 바탕이 될 때 까지, 오목 판화를 찍듯, 나뭇잎이나 창문 그림자의 이미지를 « 조각 »한다. 그 행위는 하얗게 비어있는 여백(모든 것이 울리는)에서 « 무한한 움직임 »을 찾는 과정이다. 작가는 여러 층의 그림자 형상들이 나타날 때까지 이 과정을 지속한다. 그의 그림 공간 안에 실제 물건은 없고, 단지 보이지 않는 음의 공간(espace négatif) 속에 숨겨진 알 수 없는 형상들이 빛과 다양한 그림자를 통해 드러난다. 그림자는 보이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시공간의 흔적이며, 그 흔적은 여러층의 물감에 새겨진 붓 자국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나뭇잎과 창문, 여러층의 빛 ‘사이’에 있는 그림자는 ‘지각의 문턱’을 가르킨다.

 

전시 큐레이터, 김현숙 (예술가, 파리 8 대학 조형미술과 강사)

e-mail : parisonamou@gmail.com 

생-망데 시청(Saint-Mandé) 파씨오(Patio) 

기간 : 2017년 10월 10일-10월 26일.

facebook : www.fb.com/artistes.sonamou

web : www.sonamou.com

 

문민순, 금영숙, 윤혜성, 한국 예술가 협회 소나무(Sonamou)의 세 작가는 영혼의 울림(Résonance de l’âme)이란 주제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 전쟁 참전 군인 (UNI)의 추모 행사’에 맞추어 생-망데 시청(Saint-Mandé)의 파씨오(Patio)에서 작품을 발표한다. 한국에서 미술 학교를 졸업한 이 세명의 작가는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를 지속하여, 미술학교와 대학교 조형미술과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들은 프랑스에서 20여년간 작가로서 활동을 했으며 현재 파리에서 작업하고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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