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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6일(토) 프랑스 리옹시 2구,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서는 40여 명의 한국 유학생과 교민들이 모인 가운데 <#내려와라_박근혜>라는 주제로 촛불집회가 성공적으로 열렸습니다. 시국토론 모임 ‘박근혜 퇴진을 명하는 리옹 한인들’에서 주최한 본 행사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공화국 광장에서 자유발언과 노래 등을 이어가며 집회를 진행하고, 오후6시부터 30분 동안 공화국 광장에서 리옹시 오페라 극장 앞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했습니다.

 

이번 촛불집회는 한국인들이 리옹에서 처음으로 집단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 최초의 자리였습니다. 몇 해 전부터 제주도 구럼비 지키기, 박근혜 대통령 방불 반대, 통진당 해산 반대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교민과 유학생이 집중된 파리에서는 집회가 열렸지만, 장기체류하는 유학생보다는 단기체류하는 어학 연수자나 교환학생이 많고 교민 수도 적은 리옹에서는 이러한 집회를 조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11월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백만인 촛불집회 소식을 접하고 리옹에서 공부하는 두 사람의 사회학도가 해외 체류로 한국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시민으로서 정치적 참여가 제한되는 안타까움을 서로 이야기하다가, 속 털어내는 작은 토론모임이나마 열어보자는 소박한 바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존과 프잘사 등 프랑스 체류 한국인들의 인터넷 연락망을 통해 모인 아홉 사람이 11월 19일 시국토론을 하고, 촛불집회를 열어보자는 뜻을 모았고, 11월 26일 <#내려와라_박근혜 : 살려내자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리옹의 첫 촛불집회 개최를 알렸습니다. 홍보는 전단지와 포스터 외에도 <박근혜 퇴진을 명하는 리옹 한인들>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Renouvelons la démocratie sud-coréenne à Lyon>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여 집회 준비 소식을 알려나갔습니다. 리옹 교민 한 분의 후원으로, 집회 포스터와 한국 시국 상황에 대한 프랑스 현지 기사 등을 대형으로 출력해 집회 현장을 지나가는 프랑스 시민에게도 박근혜 게이트 현황과 한국 민주주의를 부활시키기 위한 한국 시민들의 투쟁을 알릴 홍보물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집회가 열린 11월 26일 당일에는, 오후 2시부터 시국토론 모임에 참여했던 성원들이 포스터와 양초, 종이컵, 피켓 등을 준비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주로 20대 유학생들이었지만, 그 중에는 리옹에서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40대 교민들도 계셨고, 리옹에서 거주하는 30대 웹툰 만화가와 리옹 소재 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리옹에서는 공동의 목소리로 단일화되는 시국선언문을 준비하지 않고, 개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고, 그를 통해 먼저 자신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이며, 또 정치적 행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개인 발언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사회운동 경륜을 바탕으로, 즉석에서 기꺼이 사회를 맡아주신 곽정환 목사님과 행사 준비와 진행을 맡아 주신 <박근혜 퇴진을 명하는 리옹 한인들> 모임의 성원들을 시작으로, 집회 참석자 대부분이 한 사람 한 사람 좌중 앞으로 나와서 필리버스터 형식으로 개인 발언을 했습니다. 시국토론 모임을 최초로 제안한 사회학자 박재은은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된 민주주의의 원리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공화국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그 민주주의의 보편적 기억과 접속하기 위해, 리옹의 ‘공화국 광장’에서 이날 촛불집회가 열리게 된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1968년 프랑스68혁명 당시에 프랑스 작가 모리스 블랑쇼의 글 <거부>를 인용하며, 민주주의의 시작은 권력자에 대한 신비화를 거부하고, 더 이상 일어나서 안 되는 불의에 대한 확고한 거부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참여한 시민들에게 환영인사 겸 자유발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역시 사회학을 공부하는 유학생 김정환 씨는 «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말도 잘 못하는 동양인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긴장감, 쳇바퀴 같은 어학원 생활의 고단함을 핑계로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광화문 집회 소식을 접한 당시 제가 느낀 씁쓸함, 그리고 제가 놓치고 있었던 그 무엇은 바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권리였습니다. »라는 설명으로, 유학생으로서 리옹에서 집회를 준비하게 된 사연을 설명했습니다. 

 

20대 유학생들 중에서, 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20대 남성 한 사람은 한국에 대한 사랑으로 군입대를 자원했지만, 한국에서 성장한 군대 동기들로부터 자신의 ‘애국심’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면서, 애국심이라는 말이 비웃음이 되지 않는 제대로 된 나라를 원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연극 전공자인 다른 유학생은 한국에서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한국에서 예술인으로서 활동하는 어려움, 분노, 서글픔에 눈물 짓기도 했습니다. 리옹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다른 유학생은 이번 참에 기득권 계층만 비난하고 분노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민주주의적 태도가 결여되지 않았는지, 손쉽게 갑-을 관계 속에서 행동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 성찰해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아내,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40대 교민은 아이가 있고, 또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 살 텐데, 그 나라가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되다며, 지금 현실은 절대로 더 이상 봐 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리는 분명히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번 리옹 집회는, 스트라스부르의 촛불집회에 이어, 파리 이외의 프랑스 도시에서도 한국 국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의지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정치/사회 문제에 발언하는 데 익숙하지 않던 20대 젊은 층들에게 자신과 사회, 국가의 관계를 질문하고 또 그것에 대해 자기 목소리로 발화할 수 있는 공론장을 처음으로 열었다는 데서 그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흔히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한 비호감에 눌려, 그동안 한국 사회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적었던 리옹 시민들에게 한국 사회의 새로운 얼굴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진실뿐 아니라, 리옹 중심가 한복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정신과 평화적이면서도 또한 아름다운 촛불집회라는 형식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반여의 시간 동안 이어진 개인발언 후에, 집회 참석자들은 주최측에서 준비한 촛불을 들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리옹 오페라 극장까지 20여 분간 행진을 했습니다. 오페라 극장 앞에서 가진 정리집회에서, 참석자 중 여러 사람의 제청에 따라 12월 3일에 두 번째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12월 3일(토)에도 오후 4시부터 리옹 벨쿠르 역 근처 공화국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에서 촛불집회가 다시 한번 열릴 예정입니다. 

 

 

추가로 다른 정보가 필요하신 경우 페이스북 페이지 <박근혜 퇴진을 명하는 리옹 한인들>(박근혜 퇴진을 명하는 리옹 한인들)를 통해 메시지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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