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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 창작의 세계를 열어가는 것, 이 모두가 ‘선구자’의 길을 찾는 이들이 겪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자기성찰의 시간이자 또 다른 ‘순례자의 여정’을 찾는 행복한 ‘도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한 사람은 전통적인 회화에 뉴미디어를 접목시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일차원적이었던,미술의 ‘일방통행’을 인터렉티브라는 이름의 ‘양방향’ 소통을 열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을 부를 수 있는 공통의 호칭이라면, 바로 ‘미디어 예술가’라는 거다.

오는 9월 12일부터 23일까지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릴 ‘Technology in Contemporary Art’ 특별전에 초대 받은 ‘한호 &전병삼’ 두 사람을 만났다.

 

 

▶ 먼저, 두 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 저는 일상의 흔한 사물을 변형하거나 반복하는 기법을 통해 건축적 조형작업을 하는 한국 태생의 현대미술인입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였고, 시카고 예술대학(SAIC)에서 미술석사와 캘리포니아 대학(UC Irvine)에서 공학석사를 마쳤습니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융합형 인재 '호모크리엔스'로 선정되었고, 지난 20년간 SIGGRAPH(미국), ISIMD(터키), AsiaGraph(중국), ArtBots(아일랜드), Salon(쿠바), LIFE (러시아), Netfilmmakers(덴마크), SIAF(일본), Siggraph ASIA(싱가포르) 등을 포함한 120여회의 메이저 국제전시에 초대받아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한) 뉴 미디어 아티스트 한호입니다. ‘영원한 빛’이란 주제로 수년간 작업을 해왔는데, 회화와 설치 영상 그리고 퍼포먼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파리 8대학에서 조형예술학 학사와 석사를 했습니다.뉴욕과 베이징을 거쳐 지금은 한국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동 시대미술의 극도점을 찾아 다니면서 새로운 문화와 현대미술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융합을 꿈꿔온 결과로 500년 전 르네상스시대 다빈치처럼 21세기 아티스트는 시대의 현상과 변화 앞에 새로운 조형 언어와 도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파리 유학시절 회화를 통해 자신의 성찰과 자연의 빛을 화면에 담아내려는 시도가 현대의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시대에는 새로운 접목 즉, 뉴 테크롤로지와 회화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현대미술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 두 분이 같이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평소에도 함께 작업 할 기회가 있는지?

 

(한) 이번 유네스코 세계본부 전시는 저에게 있어서는 감회가 새롭고 가슴벅찬 전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빛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모색이 다시 새로운 작품과 함께 전시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빛을 통한 소재와 주제 그리고 자신의 연대기와 나아가 인류의 역사까지도 작품에 표현하고 있으며 전통과 현대의 괴리와 교차점을 21세기 새로운 빛의 조형언어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지금 이 전시 이외에도 연말에 오픈할 기획 전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병삼 작가님과 제가 콜라보레이션하면 더 멋진 작품이 나올꺼라고 생각합니다. 움직이는 ‘로봇과 뉴미디어 회화’의 만남처럼 말이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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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삼 작

 

▶ 전시 작품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전) 저는 이번 전시에는 유네스코의 비전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두개의 대형 신작을 선보입니다. 첫 번째 작품은'Barbershop Wonderland (이발소 동화나라)'이고, 두 번째 작품은 'The Men with Five Tongues (다섯개의 혀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전시 전에 작품에 대해 미리 모두 말씀드리면 호기심이 줄어들겠지요. 간단히 작품에 대한 내용을 말씀드리면, 첫 작품은 ‘이발소 동화나라’로 네온 등입니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름 30cm 높이 110cm 크기의 원통형 이발소 간판 200세트로 구성된 ‘인터렉티브’ 설치작품입니다. 당시 이발소의 역사와 흔적을 찾아가며 정겨운 질문들을 통해 마음의 평안(힐링)을 찾는 작품이죠.

두 번 째 작품은 현대인이 겪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또는 관계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인간의 혀’를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옷깃이 세차게 펄럭일 정도의 거친 바람을 일으키는 날카로운 다섯 개의 선풍기 날개는 음지에서 불평,저주, 욕설, 아첨과 조롱으로 진화된 익명인의 ‘혀’입니다. 퇴화된 몸뚱이로 고개를 까딱이며 금세 허공으로 증발해버리는 서늘한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100여개의 선풍기 작품입니다.

(한) 제가 이번에 소개한 작품들은 지난번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동상이몽’이라는 14m 가량의 작품과 미디어회화와 영상설치, 그리고 퍼포먼스입니다. 미디어작품은 회화와 뉴미디어를 접목한 작품으로 프랑스 유학당시에 작업했던 흑백의 단색을 베이스로 빛의 변화와 색채를 접목시킨 작업입니다. 단순화된 채도와 미니멀 적인 구성은 동양적인 서체의 기운생동 랜드스케이프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작품에서 보여지는 풍경이나 이중적인 추상과 구상의 혼성적인 양면적 조형성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공을 통해 LED 빛이 새어나오면서 만들어 지는 미디어 회화, 새로운 움직이는 회화의 발언이라고 보겠습니다.

퍼포먼스는 유토피아를 주제로 우주의 태동과 그 빛의 움직임 그리고 그 문명의 발전을 통해 인간이 존재하는데,그 문명의 과다한 섭취와 무분별함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이며, 뉴테크놀러리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상실과 치유에 대한 변증을 퍼포먼스의 호소력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 작품세계와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전) 대지미술가 '크리스토', 땡땡이 그림의 대명사 '쿠사마 야요이', 초현실주의 '달리', 사진작가 '듀안 마이클', 건축가 '시게루 반', 현대미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과 데미안허스트' 등 각 분야 다양한 스타일의 크리에이터를 좋아합니다. 저는 특정 작가에게 영향을 받기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모든 물건들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건들에 그 나름의 특별한 생명과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한국전쟁 (1950-1953) 이후,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단절된 후, 땅 위의 거의 모든 것은 파괴되어 생존자들은 극심한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었을 때, 남한의 젊은 청년들은 그들의 터전을 재건하기 위해 도시 복원 건설에 참여하였고,여성들은 주로 옷과 신발을 만드는 섬유산업에 종사하였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이후 제 부모님이 된 두 젊은 남녀도 예외는 아니었죠. 저는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태어나 집 주변에 버려진 흔해 빠진 물건들을 보고 만지며 노는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주로 집 뒤뜰에 널부러진 벽돌 더미, 구부러진 철사와 못, 나무 각목들, 쓰다 남은 시멘트 자루들이 흥미로웠고, 어머니의 옷 수선 가게에 가면 볼 수 있는 부드러운 오색 실크 천, 반짝이는 단추들, 의상 관련 잡지들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나는 천 조각을 감싼 잡지들을 세로로 세우고 나무토막을 쌓아 올려 나의 방 안에 작은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고, 버려진 나무 토막들에 실을 감고 엮어서 긴 청룡열차를 만들곤 했었죠. 현재 예술가로써의 제 창작 활동은 유년시절부터 이어져온 일상의 물건들을 모아 재조합하는 것에 그 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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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 작

 

▶ 디지털 아트를 말한다면?

 

(한) 디지털 아트는 순수회화와는 달리 손의 맛이나 실천적인 수행의 결과 즉,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아닌 기계적인 효과에 더 치중하는 아트를 일컫는다고 하겠습니다.

디지로그의 시대 우리가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예술의 영역에서 순수미적조형의 요소와 디지털을 융합하는 시도를 취할 때 새로운 장르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렉티브 아트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떤 장르로 발전가능한 지?

 

(전) 새로운 기술들이 발달됨에 따라 미술도 점차 다양한 변종이 생겨나며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적이고 일방향적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미술에 관객과 작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결과물과 과정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인터렉티브 아트는 그만의 독특한 장르로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다만 이런 장르가 단순히 과학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험형 컨텐츠로 단순화되며 일차원적인 디지털 놀이터와 같은 흥미와 재미 위주의 작품들만 편중되게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좀 진지하게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쌍방향성을 활용하여 보다 깊이있는 사회문제나 철학적 사유가 담긴 진중한 작품들이 많이 탄생해야만 이 영역이 보다 자신의 색깔을 내면서도 하나의 장르로서 굵은 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생각해봐야 할 게 많은 초기단계라 하고 싶네요.

 

▶ 작품활동 중에 가장 큰 고충이라면?

 

(한) 작품 활동에 있어 고충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한계성과 마주하고, 더 이상 발전적인 모습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가장 힘들지요

(전) 제 작품의 특성상 평범한 일상의 물건들을 적게는 수백개 많게는 수십 수백만개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데,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 할수록 작품들이 점점 스케일이 커지면서 건축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은 갤러리나 미술관을 벗어나기 시작한 게 다른 사람들이 보면 힘들고 어렵게 보이나 봅니다. 헌데 저는 그게 고충이라기보다 자유로움이고 늘 새로운 도전이라 매일 매일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일상의 물건들을 모으며 재미를 느끼고, 언젠가는 이것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갖게 되는 전 과정이 제 생활입니다.작품활동에 고충이라뇨. ^^

 

▶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

 

(전) 15년 전의 작업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일상의 물건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져만 갈 때였죠. 매일 타고 다니던 시내버스를 보면서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옆으로 긴 시내버스를 수직으로 세움으로써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내버스에 ‘Dreaming Bus’(2001)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버스의 용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해 청동으로 주조한 나의 ‘레플리카’를 버스 좌석이 아닌 세로로 세워진 버스의 꼭대기에 걸터앉힘으로서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여 관광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고,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들이 타고 왔던 버스와 같은 종류의 버스로 만들어진 나의 작품을 관람하고 가는 재미난 현상이 15년째 벌어지고 있습니다. 긴 세월동안 버스는 이미 담쟁이 덩쿨로 뒤덮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모습으로 자랐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저는 세상의 무엇이든 뒤집어 상상하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 한국에서 작업실이 귀해 어렵게 구한 지하 위험한 전압 변전실에서 새로운 키테틱아트 작업을 제작 하던 때 수 십 번 전기에 감전되면서 제작을 하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죽음과 마주하고 작업을 했다고나 할까요, 무모한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게 했다고 해도 과인이 아니죠.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는 정신적 육체적 희생이 뒤 따른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전) 당분간은 작품활동에만 전념하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작품을 눈뜨고 있는 모든 시간을 들여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는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인 것 같습니다.

(한)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어떻게 올라가느냐도 너무 중요하지요. 예술가로써의 삶이 힘들고 지친다 해도 내가 믿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견디며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시도와 또 다른 모색 계속되어지는 작품에 대한 연구는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꿈이 있는 한, 빛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연구는 계속 되어질 것 입니다.

 

 

【이미아 / 에코드라코레 대표 : mia.lee20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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