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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테 한국관(Maison de la Corée)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10월 중, 본격 개관하게 되면, 파리 내 한국 유학생들의 주거 여건 개선 및 다국적 유학생 네트워크의 장으로서, 또한 한국과 한글, 한국문화를 빛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테 한국관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이하 ‘한국관’)은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프랑스 파리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전 세계에서 온 다국적 유학생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학술·문화·예술 분야의 국제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설립한 기숙사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물론 한국관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출자해 주도적으로 만든 건 사실이지만, 재불한인사회의 끝없는 열망과 노력의 결실임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시테 한국관 건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민대비 유학생 비중이 가장 많은 재불한인사회의 오랜 숙원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파리에서 학생들은 집을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공부만 하기에도 버거운데 숙소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미래의 인재들을 위해 주요 국가들은 파리에 있는 시테 국제학생 기숙사촌에 국가관을 짓고 자국 학생들을 입주하도록 했다. 프랑스 측에서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 국가들이 건물을 짓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국가 간 상호공조 방식으로 외국 유학생들을 배려해 주는,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에만 있던 제도였다. 

 

하지만 그곳에 한국관은 없었다. 60년대에 한국관이 건립될 기회가 있었으나 국내의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무산되었고, 오랜 기간 한국 유학생들은 다른 기숙사촌을 기웃거려야만 했다.

 

때문에 유학생 시절 이러한 전철을 밟았던 재불한인들은 파리에 한국관이 들어서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시테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도 했고, 국내에서 국가 원수가 방문할 때마다, 한인사회의 현안으로 제시했다. 국가가 못하면 사재를 털어서라도 사립 기숙사촌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을 꿈꾸는 교민도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기회는 찾아왔다. 

프랑스 정부는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1969년 이후 40여년 만에 국가관을 추가로 건립하기로 결정하고, 추가 확보한 국제기숙사촌 내 부지(2,600㎡, 115억원 상당)를 무상 제공하는 조건으로 한국관 건립을 제안했고, 우리정부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약정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재불한인들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관 건립을 위한 재불한인들의 노력들

 

시테 한국관 결정이 가시화되자 재불한인들은 2011년 5월27일 박흥신 전 대사 주재로 재불주요기업인, 자문변호사, 재불한인회장, 재불예총회장, 언론사대표, 한인건축가 등으로 구성된 한국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또한 재불한인사회에서는 모금을 통해 한국관 건립 분위기를 확산하고 정부측에서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실었다.

 

재불예총은 2011년 10월17일~21일, 한국관 건립 기금 마련 ‘재불 원로화가 미술 전시회’를 주OECD 대표부에서 성황리에 개최해 총 29,521.10 유로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12월16일에는 재불한인여성회가 김치 행사 등을 통해 마련한 기금 1,311.63 유로를 한국관 건립 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본지(한위클리) 역시, 2012년 3월10일 EEBCP홀에서 개최한 '빛과 희망의 축제' 수익금(모금 및 예술작품 판매대금) 전액인 3,276.00유로를 한국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해, 한국외환은행에 개설된 ‘한국관’ 구좌에는 모금액 총 34,108.63 유로가 모여진 바 있다. 

 

기부금 외에도 이진명 교수와 이병주 교수는 시테 한국관이 건립되면 그동안 모은 한불관련 양서를 1000여권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만큼 한국관은 재불교민들의 오랜 염원이자, 땀과 노력의 결정체였다.

 

하지만, 설계와 건축이 시작되고, 모든 실무를 한국의 사학진흥재단에서 진행하면서  이러한 사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완공을 앞둔 시점까지도 진행상황이나 진척과정을 한인사회에 알리는 일도 전혀 없었다. 

오로지 한국관은 교육부와 사학재단이 주도가 되었고, 한인사회는 철저히 배제됐다. 

 

공익재단 설립이 늦어져서 부득이한 사정이었다고 설명은 하지만, 한국관의 탄생배경에 대하여 한국관 측이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홈페이지와 공식 문서에도 한국관 건립이 재불한인들의 정성과 노력의 결실이었음을 명시해줄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개관식에서는 한국관 건립에 도움을 준 한인사회에 최소한의 감사를 표명해야할 것이다.

무엇을 바래서 한인사회가 한국관 건립을 추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인지상정이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한국관 개관식, 문 대통령이 첫 문을 열어 주기를...

 

한국관은 재불한인들의 오랜 염원과 노력의 결실이라는 상징성도 크지만, 시테국제대학촌이 40여년 만에 새로 건립하는 첫 국가관으로 한국관을 선정한 것은 그만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과 프랑스가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하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최신 설비로 한국관이 건축되는 모습을 다른 관에서는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고, 대학촌 본부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중국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300실 규모의 건축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국관까지 들어서면 양 국가관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시테측은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관은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모이는 화합의 장이자 한국의 우수한 예술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다.

파리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함께 한글한류 확산의 교두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한국관 개관식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때마침 10월 중순에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방문하게 되는데, 이 시점에 맞춰 개관식을 열고, 문 대통령이 오프닝 문을 열어 주게 되면 한국관의 위상은 더없이 빛날 것이다. 

 

시테 한국관이 파리의 새로운 한국의 랜드마크로서 우뚝 서고, 나아가 교민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석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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