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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한인회, 주불한국대사관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이다. 


한자로 풀면 재불란서한인회, 주불란서한국대사관으로, 불란서(佛蘭西)의 앞 자만 따와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불한인회는 ‘프랑스에 있는(있을 재) 한국인들의 모임’이고 주불한국대사관은 ‘프랑스에 주(거할 주)재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의 약칭인 셈이다. 이렇게 교민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창설된 협회나 단체는 주로 재불(在佛), 한국에 본부를 두고 파견된 공관이나 상사 등은 주불(住佛) 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일본식 한자 표기법인 불란서라는 명칭은 일본에서는 후란스(フランス)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에는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가능하면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려는 추세로 가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불란서라는 명칭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라는 표기를 주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란서가 어원인 접두어들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이를 바꾸려는 시도조차 거의 없다. 


아무리 '원음주의'를 강조해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워낙 한자어로 대체해서 쓰는 관행이 굳어지다 보니,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앞글자인 불(佛)만 따서 만든 합성어가 많은데 그것들을 모두 대체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고, 일단 말의 길이가 길어지면 언어의 경제성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 못 되기 때문이다. 또한 원음주의라고 해도 한국어 음운으로 외국어를 완벽하게 표기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대학 내의 '불어불문학과'만 봐도, 원음표기대로 하자면 '프랑스어프랑스문학과'니 길어서 불편하다. 그렇다고 '프어프문학과'라는 명칭도 어색하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굳이 원음표기를 하지 않고 한자어 표기를 그대로 사용해 온 것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재불한인회’의 재(在)는 한국을 기준으로 부르는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부를 때, 재(在)를 뺀 ‘프랑스한인회’라는 명칭이 맞는 말이다. 물론 주재공관은 한국을 기준으로 하기에 주프랑스대사관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지난 20일 프랑스한인회는 정관수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한인회 창립이후부터 사용해온 재불한인회라는 명칭을 ‘프랑스한인회’로 개칭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한인회’와 프랑스 각지방한인회를 통합하는 의미에서 ‘프랑스한인연합회’로 하자는 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으나 ‘프랑스한인회’ 역시 프랑스 전체를 총괄한다는 의미이고, 좀 더 호칭이 간결하기에 ‘프랑스한인회’로 공식 명칭을 확정했다. 



68년 창립 초부터 오랫동안 ‘재불한인회’라는 명칭을 사용해왔기에 ‘프랑스한인회’로 자연스럽게 불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명확한 표기를 위해 이왕 한인회가 발벗고 나섰다면, 먼저 한인회가 앞장서서 모든 공문서나 대회명칭 행사 등에 한 가지의 통일된 표기법을 사용해나가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한인들과 단체들도 가능하면 행사나 대회 명칭 등에서 ‘프랑스한인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 주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가 왜 불란서로 불리게 되었을까?


   


한국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태리 등 주로 서구 주요 국가들의 국가명을 원음과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의미와는 관계없이 한자 발음만 빌어서 표기하는 것을 ‘가차’, 또는 ‘음차’라고 부른다.


프랑스를 불란서(佛蘭西)로 부르는 것이 그 예다.


잉글랜드에서 따온 영국(英國)은 본래 영길리(英吉利)에서 앞글자만 따왔다. 도이칠란트에서 따온 독일(獨逸, 중국식 표기는 덕의지(德意志) 또는 앞글자만 따서 덕국(德國)), 스페인의 서반아(西班牙) 그 밖의 외국을 가리키는 많은 한자어도 마찬가지로 만들어졌다.


18세기 무렵, 중국이나 일본에서 최초에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때, 이처럼 들리는 대로 한자 표기를 사용했다. 지금이야 외국어에 익숙하고, 원음에 가깝게 영어로 표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다른 표기법이 없었다.


불란서(佛蘭西)는 19세기 말 일본인들이 한자음을 빌려서 프랑스를 나타낼 때 쓴 말이다. 한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일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면서 불란서라고 표기하게 됐지만 그 이전에는 법란서(法蘭西)라고 표기한 사례도 있다. 법란서는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서 나온 표기법으로 일제시대 전에는 불란서보다 법란서, 또는 이 말의 앞글자만 따서 법국(法國)이라고 표기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일본에서는 후란스(フランス)라고 쓰고 중국에서는 아직도 法國이라고 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나 도시들의 경우, 가능한 소리나는 그대로 원음주의를 따르려 하고 있는데, 아무리 원음주의를 따른다고 해도 한국어 음운으로 외국어를 완벽하게 표기할 수 없음을 생각하면 한계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경우 영어는 잉글랜드어라고 써야하지만, 사실 England는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의 한 지방일 뿐이다. 독일어는 도이칠란트어라고 써야한다. 대부분 사람에게 도이칠란트라는 이름이 익숙치 않은 이유는 이 말이 길기도 하고, 이 나라 이름을 영어로는 Germany로 쓰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고치기가 쉽지 않아 지금까지는 굳이 원음표기를 하지 않고 한자어로 가져온 표기를 사용해,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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