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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7일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열린 ‘제4회 유럽 한인 차세대 한국어 웅변대회’에서 프랑스는 5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해 2명이 부문별(초등부/다문화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놓치긴 했지만, 역대 대회 참가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초등부 김관우 군은 3번 출전 만에 마침내 최우수상을 수상해 기쁨이 배가 됐고, 의사가 꿈이라는 전혜지 양은 한국의 병원으로 스타쥬를 가고 싶었은데, 상금으로 경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두 수상자의 연설 내용




프랑스존 유튜브 채널에서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ueITNzjPKp6FuXrhDjkEF-1eRuAFQNqD




                                      


일이관지


김관우, 11세 (초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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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경주 김씨, 김관우라고 합니다. 아기 때부터 에펠탑을 무척 좋아했던 저는 제가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느 날, 공원에서 놀고 있는데 아이들이 저를 ‘신떡(Chine Duck) 즉  중국오리’라면서 키득키득 웃고 놀려댔습니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아니야! 나는 코리아떡, 너희들은 프랑스떡이야”라고 대꾸해 주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제가 프랑스인이 아닌,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다음부터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이 제 머릿속에, 제 가슴속에 콱 박혀버렸습니다. 그래서 수요일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글학교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한글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지만 프랑스 학교 공부도 아주 잘해야 했습니다. 제가 95점을 받아와도 아버지께서는 만족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제가 얼마나 공부를 더 잘해야 됩니까?” 라고 물었더니 "니는 한국인아이가! 그니까 프랑스 아들보다 공부를 쪼매 잘해서는 안되고 억수로 잘해야 되는 기라. 알긋나?"




아버지는 한국인으로서 프랑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월등한 실력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하셨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 어머니께서 알려주셨습니다. 




두 분의 말씀을 듣고, 제가 왜 한글학교 공부도 프랑스 학교 공부도 그토록 열심히 해야 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맞추지 못한 퍼즐이 완성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삼국유사를 지은 저의 조상님, 경주 김씨, 김부식 공의 글에 나오는 '일이관지'를 떠올렸습니다. 즉 ‘뜻을 세우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간다’를 되새기며 제 뜻을 세웠습니다. 한국어를 잘 배워서 저의 뿌리를 튼튼하게 한 후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도울 수 있고, 더 나아가 전 세계에 봉사할 수 있는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제 뜻입니다. 저는 제 뜻을 위해 일이관지하겠습니다. 




유럽에 살고 있는 한국 친구 여러분! 


여러분과 저는 한국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졌습니다. 한국의 뿌리가 프랑스에서, 불가리아에서, 온 유럽에서 멋지게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저와 함께 노력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나의 한국어


전혜지, 13세 (다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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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가 읊는 시조 한 수 들어보시겠어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 우리도 이같이 하여 백년까지 누리리라




제가 처음으로 외웠던 한국 시, 더 정확히는 고려 말기에 이방원이 지은 시조, 하여가입니다. 단 세 줄로 된 하여가, 쉽게 외울 수 있을까요? 한국어로 된 시를 외우고 이 가슴으로 느낀다는 것, 저로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짧은 하여가를 외우기 위해, 저는 읽고 또 읽으면서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제 방안을 뱅뱅 돌아야만 했습니다. 마침내 하여가를 다 외우게 되었을 때, 저는 제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시를 외우기 시작하고부터 제가 몰랐던 새로운 한국의 세상이 제 앞에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세상에서 저는 한국적  정서를 가진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요즘 K-POP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엄마랑 둘이 앉아 슬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콧물 흘리며 크리넥스 한 통을 다 비웁니다. 개그콘서트를 보다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 소설 '몽실 언니'를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윤동주의 '서시'를 가장 좋아하는 소녀가 되었습니다. 




글짓기도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제 한국어 어휘가 부족해서 글을 한 번 쓰려면 몇 시간을 끙끙거려야 했습니다, 선생님이 빨간색 펜으로 고친 내용이 오히려 제 글보다 두 배, 세 배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쓴 글들이 한 편, 두 편 쌓여가면서, 제 생각이 한국어로 표현되기 시작했을 때의 기쁨! 그 기쁨에 저는 한국어로 글쓰는 것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시와 글짓기처럼 제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저는 열심히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제 마음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고, 한국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제 자신과 한국을 다시 발견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 준 한국어, 그래서 저는 한국어를 더 잘하고 싶고, 한국어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한국어로 더 많은 것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한국 어린이, 청소년 여러분,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합시다. 그러면 한국, 우리나라가, 우리들 앞에, 활짝 펼져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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