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와 2세들에게 민족적 정체성과 유대감을 고취시키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언어인 한글을 교육시키기 위한 재외 한글학교가 전세계 주요 도시에 1900여개 개설되어 있다. 

프랑스에는 14개의 한글학교가 있고, 그 중 파리에는 1974년 세워져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파리한글학교’와 2003년에 세워진 ‘오페라한글학교(구 기독한글학교)’가 있다.

오페라한글학교가 세워졌을 당시 제2의 한글학교건립을 반대하는 ‘파리한글학교’ 이사회 측의 반발로 인해 교민사회에는 심각한 내분이 있었다. 

교민사회 유지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재정지원을 받고 있던 파리한글학교 입장에서는 파리에 또 다른 학교가 들어서면, 학생 수가 줄어 재정적인 어려움이 늘고 정부의 지원금도 줄어든다는 것이 반대의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당시에는 파리한글학교 교사건립을 위해 교민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민감한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페라한글학교는 이미 대사관의 허가를 받고 프랑스 행정기관에 등록 절차를 마치고 정식으로 개교한 터였다. 여러 문제들이 꼬이고 분쟁이 이어지며 자칫 법정문제로 비화되기 직전까지의 상황으로 전개됐지만, 교육원의 중재로 오페라한글학교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선에서 마무리 짓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파리한글학교는 당시 학생 수가 상당 수 줄기는 했지만, 이는 당시 IMF로 인해 교민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거나, 이로인한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의 이유도 컸다. 이 후 얼마 되지 않아 파리한글학교는 예전만큼 학생 수(200여명)를 회복했고, 양교는 유럽한글학교 협의회에 소속되어 교류를 갖는 등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함께 성장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파리한글학교 이사진과 교장도 바뀌면서 오페라한글학교와의 갈등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초 오페라한글학교가, 학생 수의 계속적인 증가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자체적인 재정만으로는 운영에 어려움이 있자 대사관을 통해 재외동포재단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발생했다. 대사관으로부터 ‘파리교민사회의 구성원간 합의 문제가 남아 있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주불대사관측은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해 제외시켜온 것인데, 지금와서 왜 받으려는 것이냐? 이는 교민사회 내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 라는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주불교육원에서 작성한 2014년 프랑스 한글학교 운영비 지원계획(안)에 보면 “동포사회 내 분쟁의 소지가 되거나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학교는 설립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되어 있어,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오페라한글학교를 분쟁학교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오페라한글학교 측은 분개했다.



오페라한글학교 이상구 교장은 “당시 분란의 상황에서 재정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양보해 사건을 일단락시킨 선의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페라한글학교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분쟁학교’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오페라한글학교에 속한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한인회장을 비롯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에게 서신을 보내 이에 대한 부당함을 알렸고, 이혜민 주불대사 앞으로 해명과 조치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지만, 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지적했다.

이 교장은 이어 “11년 전부터 내려온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개선의 의지도 없이 잘못된 문제를 계속적으로 방치하고, 당연히 받아야할 국가의 권리로부터 차별하고 배제시켜 온 것은, 주불대사관과 교육원의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성토했다.



더 큰 문제는 주불대사관에서 재외동포재단에 예산 신청 시, 오페라한글학교 학생 수까지 포함시켜 예산을 받고, 분배 시에는 오페라한글학교를 제외시켜 왔다는 점이다. 교육원에서 발행한 2014년 프랑스 내 한글학교 지원 예산을 보면 875명 x 126.59$ = 11764.16$ 인데, 875명중에는 오페라한글학교 학생 수 82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교육원에서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면 금방이라도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이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오페라한글학교측은 이는 공문서 위조는 물론 공금유용에 해당된다며, 이같은 일이 언제부터 진행되었는지 소상히 밝혀져야 하고, 지금까지 받지 못한 지원금에 대한 배상책임을 대사관측에 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페라한글학교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허광일 공사와 이경훈 영사 이부련 교육원장 등이 당시 오페라한글학교 설립의 반대입장에 섰던 교민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중재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문제는 양 한글학교간의 문제이지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개인들과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문제가 없는 것을 오히려 문제 있는 것처럼 대사관이 나서서 만들고 있는 모양새다.



오페라한글학교는 지난 6월18일 종업식을 맞아 학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모여 이같은 내용을 논의를 하고 성명서를 작성해 주불대사 앞으로 등기 발송하고 재외동포재단과 한인신문사에 배포하는 등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의 오페라한글학교 지원금 공금유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사과, 사후조치를 요구합니다.” 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그동안의 부당한 처우와 의문점에 대해 주불대사관과 재외동포재단, 주불교육원에 각각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같은 요구를 즉각적으로 수용치 않을 경우, 오랜기간 정식학교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아 온 것에 대한 부당함과, 지금껏 재불한인사회를 분쟁지역으로 방치하고 오페라한글학교를 분쟁학교로 명시한 것에 대해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간주, 국내외의 각 언론사와 교육부에 이같은 부당함을 폭로할 것이며, 국회와 청와대를 대상으로 청원에 돌입할 것을 엄중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오페라한글학교는 현재 총 80여명의 서명과 교민 동의서까지 받아낸 상태이다. 



생각보다 오페라한글학교 측의 주불대사관에 대한 분노와 반발이 심해 보인다.

오페라한글학교 측은 “지원금은 물론, 처음엔 교과서도 제대로 배급받지 못했고 교사연수회 일정도 알려주지 않는 등 많은 부분에서 차별받아왔다.”며 “11년간 오페라한글학교의 행사에 주불대사관과 교육원에서 한 번도 방문한 적도 없었고 관심조차 갖지 않다가 이번 종업식에 처음으로 교육원장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부련 교육원장 부임 이후 많은 부분 개선이 되고 있어 감사한 입장이지만, 오랜 적폐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개선되지 않는 것은 교육현장에서는 더더욱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문제로 교민사회에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같은 부당한 일에 대해 교민사회도 정확히 알아야겠기에 학부모들과 함께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 교육원장은 내년부터라도 반드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그동안 차별받아온 오페라한글학교측의 깊은 상처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글학교 문제는 오랜시간 교민사회에 많은 상처와 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한글학교 얘기만 해도 손사레를 치는 교민들이 적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치료하지 못하고 봉합한 상처는 언젠간 덧나기 마련이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문제들은 털고 넘어가야한다.

우리교민사회의 오랜 숙원인 파리한글학교 건립을 위해서도 교민사회에 남아 있는 오랜 앙금과 분란의 불씨들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

또한 주불대사관은 이 문제를 제대로 직시해야한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 뿌리 깊은 적폐를 해소하지 않고는 국민 행복과 경제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며 “비정상적인 적폐를 도려내어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대사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철저히 짚어보고 성심껏 해결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해외에서 한글학교가 올바른 한글교육을 통해 우리의 2세들을 키워내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기에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이는 어떠한 논란의 여지가 개입될 수 없으며, 모든 재외동포 자녀들이 평등하게 받아야할 책임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국가에서 그렇게 많은 예산을 들여 재외한글학교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받아 공정하고 정확하게 집행해야하는 것은 재외공관에 맡겨진 기본적인 책무다. 




【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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