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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작가 10인이 참여하는 ‘김치 맛(Le goût du kimchi)’ 이색전이 오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파리 12구 89화랑에서 개최한다. 2016년 한국을 방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교류전시회를 통해 한국문화와 풍습을 체험한 작가들이다.

이들의 한국합숙체류를 주관하고, 이어서 개최되는 '김치 맛' 전시기획은 베르사이유 미술대학에 재직하는 김명남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순백의 미를 화폭에 담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작가의 예술혼을 반영하듯 그의 파리 13구 아틀리에 역시 흰색조화가 잘 어우러진 무채색의 소박함과 편안함만이 묻어났다.

순백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김치 맛’이라는 독특한 색깔을 가미한 취지에 대해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보았다. 

 

 

▶ 전시타이틀을 '김치 맛'이라 정한 이유는? 

 

저 역시 처음에는 놀라운 발상이라 여겼습니다. ‘김치 맛’과의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지난해 한국교육문화 레지던시를 함께했던 작가들 12명 중 10명이 참가한 전시회라는 점입니다. 이들이 꽉 짜인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한국을 심도 있게 관찰하고, 체험하고, 느낀 후 갖는 전시회입니다. 그 느낌을 강하게, 가장 한국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김치 맛’으로 정한 것이지요. 

 

▶ 한국합숙체류는 언제, 어디였는지?

 

작년 10월 중순부터 11월초에 걸쳐, 서울에서 5일, 진주에서 10일, 총 15일간 합숙체류를 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미대생들과 교류전을 갖았습니다. 이어서 이화여대 미대작업실, 프랑스인 페로의 이대 건축물방문,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현대미술시장 등을 두루 방문했습니다. 유명 서예가 정도준 선생님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서예실습도 받았습니다. 

진주에는 폐교가 된 옛 시골초등학교를 작가들의 작업실로 개조한 정수예술촌이 있고, 이곳에 마련된 저의 작업실에서 합숙생활을 했습니다. 10일이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닌데, 이들은 침낭을 바닥에 깔고 자는 생활을 다행이도 잘 견뎌냈습니다. 

이때 작가들은 창원구복아트센터와 정수예술촌 한국작가들과 교류전을 갖았고, 민화, 사군자, 도예, 천연염색, 수묵화 워크숍에도 참가했습니다. 마지막 방문여정인 통영에서는 김완석 교수가 진행한 명상훈련에 참여했습니다. 

이들 프랑스인 작가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적응을 잘해주었던지 인솔자였던 저도 그들과 완전히 동화되어 보람되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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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 맛’ 작가들에게 공통된 테마나 화법이 있다면? 

 

테마와 화법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설정했습니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한국체류를 통해 얻은 영감을 작가 나름대로 자기작업으로 풀어냈다는데 있습니다. 공간을 활용한 아우라 만들기, 각자의 느낌이나 인상을 이야기식으로 풀어내는 전시이지요. 곧 한국문화체험에서 보았던 사물들에 대한 기억의 언저리를 형상화하거나 그들의 느낌과 인상을 각자의 감성에 따라 풀어낸 작업들입니다.

가령 진주의 가문전통 3대 한의사 이동렬 원장님께서는 4명 작가들에게 5일 동안 무료로 침술을 시술하셨습니다. 마지막 날은 저의 화실까지 왕림하여 치료하셨는데, 원장님의 의술과 인술이 프랑스 작가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이런 체험들이 함축되어 일부 작가들 사이에 교감을 만들어냈고, 곧 ‘김치 맛’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된 것이지요.

 

▶ 이들 작가들과 어떤 관계인가? 

 

저는 1998년부터 베르사이유 미술대학에 재직하고 있고, ‘김치 맛’ 작가들 대부분이 베르사이유 미술대학출신이거나 대학원과정 학생들입니다. 

베르사이유 미술대학의 특성 중 하나가 입학에 나이제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방면으로 경력과 재능을 지닌 이들이 미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안고 학교에 입학하고 있습니다. ‘김치 맛’ 작가들의 경우 재학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던 미래가 촉망된 작가들이었습니다. 통합예술에서 지향하는 조형예술가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첨예한 작가들입니다.

 

 ▶ 이들이 한국교육문화 레지던시를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점으로 한국문화가 프랑스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작년에는 한불수교 130주년이 성대하게 펼쳐졌습니다. 이 두 행사를 거치며 한국문화가 명실 공히 프랑스에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었고, 미술 분야에서도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갖도록 했습니다. 

특히 2016년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 화백의 베르사이유 궁 초대전은 저희 미술대학에 절호의 좋은 교육현장이 되었습니다. 이 화백의 전시기간동안, 저는 학생들과 여러 차례 전시공간을 방문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고, 한국미술에 관한 다양한 컨퍼런스를 주관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이우환 화백 초대전은 한불수교 120주년, 130주년 기념행사들을 거치며 한국예술문화로 시선을 돌리던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을 알고자하는 욕구를 더욱 자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베르사이유 미술대학에 재학하는 한국인들도 한 몫 담당했는데, 프랑스인들로 하여금 한국에 호기심을 갖도록 민간대사역할을 했습니다.

 

▶ ‘김치 맛’ 전시기획자로서 앞으로 희망사항이 있다면?

 

한국교육문화 프로그램은 2년 주기로 지속될 예정입니다. 제가 이번 그룹전을 직접 감독하고 기획했지만, 다음부터 ‘김치 맛’ 작가들의 몫으로 돌리고자 합니다.

이들은 이미 독일 ArToll 레지던스에서도 10일 합숙체험을 했던 작가들입니다. 세계적인 독일작가 요셉 보이스의 마을근처로, 유럽최대 정신과병원의 한 병동을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사용하고 있는 곳입니다. 

올여름에는 ‘김치 맛’ 그룹전에 참가하는 작가인 안 파파리아가 자신의 코르시카 섬 별장에서 베르사이유 미술학교 졸업생들과 레지던시를 진행했습니다. 이렇듯 앞으로 작가들의 새로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계속될 것입니다. 

저에게도 국경과 국적을 초월한 다양한 레지던시 경험은 작가로서 거듭나는 소중한 시간들이였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간직하는 소중한 기억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김치 맛’ 그룹작가들도 활발한 레지던시 활동을 통해 값진 체험들을 쌓아갈 것입니다. 각 개인의 독창성은 살리되, 단체워크숍으로 새로운 미술기법을 체득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영감 혹은 아이디어를 많은 대화로서 교류하며 참신한 미술운동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그룹은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든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아티스트로서 비전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과 함께 달리는 철로의 레일처럼 동료로서, 혹은 미술작업으로의 먼 여행을 떠나는 길동무로서 함께 동행 할 것입니다. 이들과 함께 더 깊이 있게 작업하는 작가가 되어 세상과 조우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 ‘김치 맛’ 10인 그룹전

Nathalie BERRIER, Isabelle COURTOIS-LACOSTE, Dominique DAUCHEZ, Jean-Pierre HUBER, 

Béatrice MAYRAN DE CHAMISSO, Christine LEEPINLAUSKY, Véronique MARIE, Anne PAPALIA,

Sylvie QUINOT, Claudia ROMA-O’BRIEN, 

 

10월 2일부터 11일까지(14-19시), 

Galerie 89, 89 av. Daumensil(파리 12구)

베르니사쥬, 10월 6일(금) 1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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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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