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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문제로 시인 고은(1933년 생)이 추락하고 있다. 전 IMF 총재 도미니크-스트로스 칸 (Dominique Strauss-Khan, 1949년 생)의 추락과 닮아 있다. 예고도 없었다. 한 순간에 천국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프랑스 경제 장관을 지낸 후 2007년 11월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되었다. 2011년 5월 14일 뉴욕 맨하탄의 소피텔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그는 아침에 목욕 중이었는데 청소부 흑인 여성이 방으로 들어 왔다. 그녀의 증언에 따르면, 이때 그가 벌거벗은 채로 욕조에서 뛰어 나와 성폭행하려 했다. 놀란 청소부는 뿌리치고 뛰쳐 나갔다. 

황급히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온 칸은  택시로 JFK공항에 갔다. 호텔 종업원이 복도에서 울고 있는 청소부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공항 경찰에 연락이 되어 경찰은 파리행 비행기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던 칸을 체포했다. 경찰의 조사를 받은 후 검찰은 성추행, 강간 미수 등 7개 죄목으로 그를 포토라인에 세워 모욕을 준 다음 라이커스 아일랜드(Rikers Island) 감옥에 수감했다. 그는 5월 18일 IMF 총재직을 사임했다. 보석금 수 백만 달러를 기탁하고, 5월20일 감옥 수감에서 가택 연금으로 변경되었다. 

이 후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8월23일 무죄로 석방되었으나 피해자와 합의를 위해 수 백만 달러를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 사건 외에도 여러 건의 성추행,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어 소송 중이었다. 이 성추행으로 그는 한 순간에 IMF 총재에서 감옥에 수감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때까지도 그는 유력한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고은 시인의 추락

 

고은 시인은 성추행 폭로가 있기 전까지 한국 문단에서 최고의 권위를 누리는 문인이었다. 한국 역사상 이제까지 그와 같은 막강한 문학 권력을 쥐어 본 문인은 일찌기 없었다. 허무주의, 탐미주의 순수문학 시인이었다가 민주 투사, 좌익 문인, ‘저항 시인’, ‘민중 시인’, ‘민족 시인’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그의 성추행이 폭로됨으로써 그의 화려했던 과거는 한낱 물거품이 되었다. 그의 흔적마저 지우려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젠 ‘노벨문학상’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의 추락의 직접적인 발단은 한 편의 시였다. 중견 여성 시인 최영미는 그녀의 시 ‘괴물’에서 고은 시인을 ‘En 선생’이라 불렀다. 

고은 시인과 관련된 사업들이 줄줄이 취소되었고, 그는 가지고 있던 여러 직책에서 사퇴해야 했다.

 

통일부는 3월8일 2005년에 이른바 ‘겨레말 큰 사전 남북 공동 편찬 사업회’ 가 결성될 당시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고은 시인이 이사장직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은 문익환 목사가 1989년 무단 방북해 김일성을 만났을 때 소위 ‘통일국어사전’을 만들기로 합의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통일부는 2005년~2015년까지 264억원을, 2016~2018년에는 83억 원을 지원했다. 이 분야의 정통한 소식통은 불필요한 사전, 아무데도 소용 없는 이 사전 편찬사업에 350억원을 지원했다고 말한다. 그동안의 성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 기념사업 진행해 오던 수원 시 날벼락

 

고은은 수원시의 구애(求愛)로 2013년 안성을 떠나 수원 광교산 자락의 주거와 창작 공간인 ‘문화 향수의 집’으로 이주했다. 성추행이 폭로된 이후 그는 이 집을 떠나야했다. 수원시는 또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문학 행사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수원시가 고은 재단과 함께 건립을 추진 중이던 '고은 문학관' 설립 계획도 전면 취소되었다. 수원 시는 권선구 권선동 올림픽 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돼 있던 고은 시인의 추모 시비 ‘꽃 봉오리 채’도 철거했다. 수원 시에 있는 고은 재단의 명칭 변경도 논의 중이다.

 

곳곳에서 고은의 흔적 지우기

 

서울시는 2017년 11월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3층에 3억원을 들여 고은 시인 기념관인 '만인의 방'을 꾸몄으나 이의 개관을 철회했다. 

포항시는 시청사 내에 벽화로 그려진 고은 시인의 <등대지기> 시화(벽화) 위에 페인트를 덧칠해 없애기로 했다.

군산은 고은 시인의 고향으로, 그를 군산을 빛낸 인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군산의 은파 호수 공원에 고은의 시비가 있으며 군산 벽화 마을에도 고은 시인의 시문이 새겨져 있다. 군산 시는 이를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3월쯤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될 예정이던 시집 <심청>의 출간도 불투명해 졌다. 

중고등 학생들의 교과서에 '머슴 대길이', '순간의 꽃', ‘그 꽃’, '선제리 아낙네들', '어떤 기쁨' 등의 시와 수필 '내 인생의 책들' 등이 실려 있다. 고은 작품이 15건, 시인을 소개한 글이 11건이다. 출판사들은 이를 모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고은 시인은 자기가 맡고 있던 여러 직책에서도 사퇴했다. 단국 대학교 및 KAIST석좌 교수직, 한국 작가 회의 상임 고문직, 아시아 문학 페스티벌 조직 위원장직 등이다. 

고은 시인은 성추행에 대한 입장 발표를 문의하는 언론에 ‘언어가 나를 떠났다.’며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진명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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