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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바탕에 완벽함을 상징하는 12개의 금색별이 깃발 중심부에 원형을 이루고 있는 유럽 기를 두고 장-뤽 멜랑숑과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싸우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08년 이후 하원에 게양되고 있는 기를 정식으로 유럽 기로 인정하여 ‘성역화’하자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멜랑숑과 그의 동료 하원의원들은 10월 11일 하원의 게양대에서 유럽기를 내리고 UN기를 게양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하원에 상정했으나 거부되었다. 

   

장-뤽 멜랑숑은 코뮤니케를 발표하여 프랑스의 비종교성(laicité)에 위배되는 ‘종교성이 있는 유럽기’를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종교성이 있는 유럽의 상징기를 프랑스에 강요할 권리가 없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이 기가 유럽을 상징한다는 데 있지 않고, 유럽연합의 종교적인 시각을 표현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하는 시기다. 이 상징도가 제의된 2005년 유럽헌법 조약의 거부는 프랑스 국민의 이 기에 대한 거부 결정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의 트위터에 서신을 올려, 프랑스가 공식적으로 유럽 기를 인정했음을 명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서신이 공개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그는 서신에서 리스본 조약의 선언 52를 수락한다고 밝혔다. 이 선언은 ‘청색 바탕에 황금색 별 12개의 기,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환희의 찬가’(L’Ode à la joie), 다양성 가운데 ‘통일’(Unie)이란 좌우명, 유럽 연합의 화폐 유로, 5월 9일 유럽의 날은 시민들의 유럽 연합에의 공동 참여의 상징 및 그들의 유럽 연합에 대한 결속의 표현으로 계속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아르샌느 하이츠와 성모 마리아 숭배

 

유럽기는 1955년에 창조되었다. 원래는 유럽연합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고, 또 그 전신인 유럽의 강철과 석탄 공동체의 상징도 아니고, 인권과 문화의 방어 기구의 상징으로 제작된 것이다. 당시 깃발의 여러 안이 제시되었지만 차례로 거부되었다.  

결국 채택된 안은 청색 바탕에 별들이 원을 그리는 모양이다. 이 기의 모양을 그린 프랑스 인 아르샌느 하이츠(Arsène Heitz, 1908-1989, 스트라스부르 출신 화가로 유럽 위원회의 우편물 서비스에 근무)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한참 후에 그는 황금 빛 별 12개로 둘러 싸인 동정녀 마리아의 기적의 메달에 영감을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마리아는 태양(soleil)을 입고, 발 아래 달(lune)을 두고 있으며, 머리에 별(étoile) 12개가 달린 관(couronne)을 쓰고 있다고 묘사하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청색은 또한 예수의 어머니와 관련된 색깔인데, 카톨릭과 정교, 마리아 숭배에서 특별히 추앙받는 색깔이다.   

 

의도가 아니라 영감이다

 

영감과 기에 사용된 상징들이 카톨릭 종교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이 그림을 채택한 기관들이 내세우는 의도는 그것이 아니다. ‘별들은 유럽 국민들 사이의 통일, 연대, 조화를 상징한다’고 유럽 연합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되어 있다. 

유럽 위원회의 회원국인 회교 국가 터키는 보다 드러나게 종교적 상징들을 거부했지만, 별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현재의 여론은 멜랑숑 같이 유럽 기를 종교적인 상징도라고 폄하하는 것은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기는 1986년에 공식적으로 유럽 경제공동체(CEE)의 상징으로 채택되었다. 이때 CEE회원국이 12개국으로 확대되었다. 유럽 위원회는 이를 ‘유럽연합 국민들의 동맹을 완벽성과 충만성으로 상징’한다고 기술한다. 12란 숫자가 기독교에서는 12사도를 의미하므로 그 상징성이 대단히 크다. 그러나 12는 1년 열 두 달, 조디악(zodiaque,황도, 천체도) 12궁, 헤라클레스의 힘든 일 12가지 등과도 관련이 있다.  

 

2005년의 유럽 헌법 채택 거부    

 

맬랑숑은 2005년 국민 투표에서 거부된 유럽 헌법 제4부 제1조에 기에 관한 기술을 명확히 하고 있는데, 이 헌법이 거부되었으므로, 기도 거부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2005년 투표 당시 유럽 기의 문양이나 색깔이 국민 투표 부결의 주된 이유가 아니었다. 거부의 주 원인은 국가 우월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반대였다. 2007년에 채택된 리스본 조약 자체에는 기에 관한 언급이 없다. 그런데 이 조약의 부속 문서 ‘선언52’에서 16개국은 별 표시의 기를 그들의 유럽연합 소속의 상징으로 인정했다. 이들 16개국은 벨기에, 불가리아, 독일,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사이프러스, 리투아니아, 룩셈부르그, 항가리, 말트,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였다. 프랑스는 이 명단에 들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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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진명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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