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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 지방 중요 항구도시 브레스트에서 내륙으로 70Km 지점에 위치한 카레(Carhaix)는 외면상으로 지극히 평범한 시골 도시에 지나지 않는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독특한 지형을 지닌 브르타뉴 지방의 주요 관광명소들은 주로 해변에 위치하며,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세계화와는 거리가 먼 토착적인 농경지대를 이룬다. 로마시대의 골(Gaul)족 발자취가 뿌리 깊은 시골 한복판, 주민 8천여 명에 불과한 카레가 프랑스 페스티벌 문화의 중심지로 한몫 담당한다는 것은 사실상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카레는 매년 7월 ‘비에유 샤뤼(Festival des Vieilles Charrues)’ 야외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총 28만 관객이 동원됐다는 공식집계이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최대의 록 페스티벌로 간주한다. 

 

이렇듯 카레는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를 유치하면서 프랑스의 저력으로 이어지는 지방경제와 지방문화에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우수수 흩날리는 낙엽과 더불어 가을이 깊어지는 10월의 마지막 주말, 도서 페스티벌이 열리는 카레를 방문했다.

 

▶ 지방 출판문화를 주도하는 도서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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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에서 지난 10월 27일과 28일, 제29회 도서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27일 토요일 11시로 예정된 개막행사보다 훨씬 앞서 전시관에 도착하니, 투생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로 제법 문전성시를 이뤘다. 복잡한 인파를 피하고자 일찌감치 찾아와 독서삼매에 빠져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뜨였는데, 퍽이나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카레의 도서 페스티벌은 브르타뉴 지방 출판사와 작가들의 작품을 홍보하고 그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1990년부터 매년 10월 마지막 주말에 개최되고 있다. 입장료는 무료. 

 

지리학적으로 브르타뉴 지방은 4개 도(Département 22, 29, 35, 56)로 구성되며, 낭트를 포함한 르와르 아틀랑티크 도(44) 역시 역사적 견지에서 브르타뉴 지방으로 간주한다. 이 5개 지역을 커버하는 도서 페스티벌에 해마다 100개 이상의 출판사와 300여명 작가들이 참가하여 가을철 신작을 선보인다. 공식집계에 의하면 방문객은 1만 명 이상을 웃돌고 있다. 올해는 5개 지역 소설가들이 작가 사인회에 특별 초대됐다. 

 

전시된 도서들은 아기용 동화집, 어린이용 만화로부터 모파상, 졸라의 문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프랑스어판 도서 못지않게, 이 고장의 토착어 브르통(Breton)어로 출간된 도서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페스티벌 행사를 통해 브르통어 도서특별상, 소설분야 대상작 등이 선정되기도 한다. 

 

물론 매년 3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도서 살롱전과는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형출판사와 일부 스타 작가들로 독서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방지하고, 지방의 영세출판사와 무명작가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작가와 독자, 출판사와 주민들 사이에 격의 없이 오고가는 교류는 마치 시골장터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가족과 함께 느긋이 즐길 수 있는 문턱 낮은 문화공간이나 다름없다. 

한 노부부는 6살 손자에게 선물할 브르통어로 번역된 르네 고시니의 최신 만화책을 구입할 겸, 친지 출판업자를 격려할 겸 찾아왔노라고 밝혔다. 마침 한 노부부는 만화를 직접 브르통어로 옮긴 청년 번역가로부터 손자의 이름이 기입된 작가 사인까지 받아내자, 싱글벙글하며 이웃에게 자랑해 보였다. 

 

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는 한 작가는 자신의 집필 서적들 중 하나를 자부심을 갖고 소개했다. 카레에서 멀지 않은 주민 2천여 명의 시골마을 풀루그나(Plouguenast)에서 1939~1945년 사이 벌어진 역사적 고증 책자로, 주민 20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집필된 저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 지방 영세출판사들의 도서들 중에는 마을 슈퍼마켓이나 부티크, 장터에서 판매되는 ‘소문나지 않은’ 베스트셀러들도 상당히 차지한다. 자신이 태어난 땅과 전통에 깊은 애착심을 지닌 고장주민들이 지방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도서들, 지방작가들의 저서를 무조건 구입해주는 애향심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이들 영세출판사들이 끊임없이 신작을 내놓으며, 10년 후에도 도서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 7월의 태양과 즐기는 야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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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다양한 뮤지션들이 4일 동안 릴레이식 콘서트를 펼치는 ‘비에유 샤뤼’ 록페스티벌은 올해로 27회를 맞이했다. 어느 때보다 올해는 콘서트열기가 고조되었다는 평가이다. 1987년 결성된 프랑스 록밴드 네글레스 베르트(Négresses vertes)의 컴백무대와 월드컵 경기가 추가적으로 열기를 더했기 때문이다. 

 

‘비에유 샤뤼’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관객층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지역에서 찾아온 학생들이나 젊은 층들이 주류를 이룬다. 록 뮤직이 흐르는 가든 바베큐 등 먹고 마시고 춤추며 즐기는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 흥겨운 파티라는 점에서도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10년 전부터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는 30대 중반 직장인은 업무로 바쁠 경우,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날만 선택하여 특별휴가를 낸다고 밝혔다. 

 

콘서트의 분위기를 이끄는 주역들은 당연히 뮤지션들이다. 세계적인 유명스타들, 보컬그룹, 새로운 별로 떠오르는 신인가수 등 다양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초청되고 있다. 이들 스타들의 인기도에 따라 관람객 숫자에도 변수가 뒤따르는 것은 물론. 1997년 소울 뮤직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1933-2016년) 콘서트의 경우, 미처 입장하지 못한 팬들만도 5천여 명에 이르며, 이들이 입구근처에서 서성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1998년에는 베르나르 라빌리에 등 인기 샹송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3일 동안 10만 관객이 몰려들었고, 이때부터 명색이 프랑스의 가장 큰 록페스티벌로 발돋움했다. 피에르 페레, 베로니크 상송, 에디 미첼, 조르쥬 무스타키 등 수많은 전설적인 샹송 가수들이 ‘비에유 샤뤼’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축제기간이 4일로 정해진 것은 2008년부터이다. 4일 동안 페스티벌을 풀코스로 참여하는 팬들은 공연장에서 가까운 넓은 평원지대에 마련된 우드켐프(Woodcamp)의 텐트야영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일 이상 패스권을 지닌 유료 입장객들에 한해 무료로 야영캠프를 대여하고 있다. 

2019년 록페스티벌은 7월 18일부터 21일에 걸쳐 개최될 예정이다.

(참조 www.vieillescharrues.asso.fr)

 

▶ ‘보네 루즈’ 운동의 중심지

 

카레의 유명인물을 꼽으라하면, 당연 이 도시의 시장 크리스티앙 트로아덱(Troadec)이다. 그가 2013년 11월 올랑드 정권에게 바짝 겁을 줬던 그 유명한 ‘보네 루즈(빨간 모자)’의 리더이다. 프랑스 정부가 과도한 세금징수로 국민의 목을 조른다는 항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던 시점이다. 

 

2014년 1월 1일부터 징수될 환경세에 반대하여 농민, 축산업자들을 중심으로 과격시위가 일어났다. 이들 시위대는 머리에 ‘혁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빨간 모자를 착용했다. 올랑드 정권은 ‘보네 루즈’의 과격시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세를 포기했다. 

 

한편 카레는 중국이 투자한 분유 제조 공장을 비롯하여 건실한 중소기업체들을 자산으로 지니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들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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