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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은 프랑스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 의해 수도원의 보육원에 맡겨져 자랐다. 18살 때 술집에서 가수로 활동하다가 어느 한 부자의 후원으로 모자 가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종국에는 세계 패션계에 한 획을 긋게 되는 인물로 성장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 한 독일 장교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매국노란 주홍글씨를 달고 외국에서 10여년 간 망명생활을 하다 조국 프랑스로 돌아와 쓸쓸하게 호텔방에서 죽어갔다.


코코 샤넬이 태어난 고향 소뮈르(Saumur)는 투르에서 서쪽으로 65km 떨어진 루아르 강가에 자리하고 있다. 소뮈르는 아담한 도시지만  품질 좋은 소뮈르 와인과 중세 고성인 소뮈르 성, 프랑스 승마술의 전통을 이어가는 소뮈르 국립기마학교, 노트르담 드 낭틸리 교회가 있고, 발자크의 ‘으제니 그랑데’ 소설의 무대이기도 한 고풍스런 도시이다. 




                                      


소뮈르(Saumur)는 10세기 블루아 백작들이 세운 수도원 성체를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로, 12세기에 프랑스 왕의 지배를 받게 된다. 종교개혁 후에는 위그노들이 많이 거주하며 학교도 세워졌지만 1685년 낭트 칙령 폐지로 신교도들은 종교적 자유와 공민권을 잃게 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고 학교도 문을 닫았다.


제 2차 세계 대전 때인 1940년에 ‘카드르 누아르’라 불리는 기병학교 학생들이 3일간의 거센 항전을 벌여 도시는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 항쟁은 소뮈르와 프랑스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보석처럼 빛나는 소뮈르의 명소




진주처럼 아름답다는 소뮈르 성(Château de Saumur)은 마을의 위쪽 언덕 위에 자리하고 마을과 루아르 강을 내려다보며 서있다. 마을 아래서부터 백색의 성은 햇살아래 반짝이고 성으로 가는 길에는 언덕 아래 경사를 따라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포도밭을 지나 해자를 건너면 성이 나타난다. 성은 강바람이 시원하게 언덕 위를 올라온 땀을 씻어주고 성벽에 걸린 깃발은 바람에 펄럭인다. 다양한 색의 깃발은 소뮈르 성과 소뮈르 인근 성주들의 가문을 표하던 것으로 지금은 소뮈르 와인을 홍보하는 상징적 깃발이다.


성은 10세기경 블루아 백작 티보 1세(Thibaut Ier de Blois)에 건축된 성이었다가 1026년에는 앙주 백작의 소유가 되었다. 이후 12세기 말에는 앙리 2세에 의해 대대적으로 재건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성은 흰색 벽면과 검은색 지붕, 그리고 ‘ㄷ’자 형태의 본체 건물 네 모서리 위에 원뿔 지붕이 있는 탑이 솟아 올라 동화나라 성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두 개의 작은 원뿔 지붕 아래 나있는 아치형 입구는 다리와 연결되어 외부에서 침입시 방어 역할을 했다.  


중세 시절에도 아름다운 성으로 꼽혀 중세 채색 서적 중에서 아주 유명한 15세기에 제작된 ‘베리 공작 기도서(Trè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의 9월 풍경 삽화로 남아있다. 


성은 현재 장식박물관과 말박물관으로 개관 중이며, 오랜 역사적 가치와 건축미와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 역사문화재로 선정되어 보존 중이다.


소뮈르 국립 기마 학교(École nationale d'équitation)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기마학교로 기마 훈련을 위한 다양한 현대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학교는 전통 승마술을 이어가며 모든 기수들은 말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상호존중하며, 말을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술을 익혀 국제 대회나 올림픽에 참가하며, 승마 애호가와 초보자들, 전문가들 위해 대중 전시회와 대회를 개최하는 등 특별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곳에서 훈련받은 승마 교관들과 승마 명인들은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며 프랑스 전통 승마술을 전파하고 있다.  


노트르담 드 낭틸리 성당(Église Notre-Dame-de-Nantilly)은 12세기에 프레수아르 거리(Rue du Pressoir)에 세워진 것으로 소뮈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15세기에 루이 11세에 의하여 플랑부아양 양식의 남측량이 부가 되었고, 푸른색 삼각뿔 지붕을 가진 독특한 종탑이 인상적이다. 예배당 안에는 15~17세기에 만들어진 붓으로 그린 듯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중세시대 태피스트리들이 장식되어 있다.  




소뮈릐의 와인, 독특한 맛과 향...




소뮈르의 와인은 루아르 강을 따라 겨울의 긴 추위가 오래 머물고, 여름은 뜨거운 햇살이 잠시 작렬하다 지나가는 기후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 소뮈르 와인 애호가들이 많다.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스파클링 와인 등 다양한 와인이 생산 되는데, 화이트 와인은 드라이한 맛, 레드 와인은 가벼우며 과일향이 풍부하고,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의 저렴한 대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 카베르네 품종으로 양조된 카베르네 드 소뮈르 (Cabernet de Saumur)가 유명하다. 


소뮈르 지역의 유명 와이너리로는 샤또 드 따제(Château de Targé), 끌로 드 라바이(Clos de l'Abbaye), 도맨 필리아트로(Domaine Filliatreau), 도맨 생 뱅쌍(Domaine St-Vincent), 끌로 끄리스탈(Clos Cristal), 도맨 데 로셰 누브(Domaine des Roches Neuves) 등이 있다.




발자크와 소뮈르




소뮈르는 특히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소설 ‘으제니 그랑데’가 배경인 곳으로 작품 안에는 소뮈르가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지금도 소설 속의 배경은 변함없는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소뮈르 성의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보면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랑데 영감의 집, 곧 소설 주인공 으제니의 집이 있다. 


‘외제니 그랑데’는 발자크에게 작가로서의 확실한 성공을 가져다 작품으로 1833년 9월 19일 ‘유럽문예(L’Europe littéraire)’지에 ‘외제니 그랑데, 지방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이 실각한 뒤의 복고왕정 시대로, 소뮈르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낡은 저택의 음울함이 배인 저택을 무대로 대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의 새로운 지배계급인 신흥 부르주아의 탄생 과정을 담은 실증적인 역사를 담고 있다. 부르주아 남성들의 세계인 황금만능주의와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이 꿈틀거리는 사회, 남성의 억압과 사회 속에서 소외자로 예속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세계가 대비를 이루며 소설은 전개된다.


이런 선이 굵직한 이야기를 발자크는 소뮈르 소읍에 살고 있는 그랑데라는 포도주 통장수로 부자가 된 수전노와 그의 외동딸인 으제니의 인생사를 통해 소뮈르의 도시의 일상과 한 집안의 사소한 일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사실주의 선구자의 면목을 보여준다.


도시를 둘러보고 으제니의 집을 따라 내려와 노천카페에 앉아 소뮈르 와인을 마시다 보면 부드러운 강바람이 불어온다. 이때  ‘인생 별 것 같지? 아니야, 한바탕 꿈이야’라고 말하는 발자크의 속삭이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왔다 날아간다. 옆에서는 샤넬과 레드와인으로 소뮈르 풍경을  그리던 화가가 씩 웃고 있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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