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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빅토르 위고(1802~1885년) 별세 130주년을 맞이하여 각 문화계에서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문호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추모전이 노르망디 루앙과 르아브르 사이를 흐르는 센 강변마을 빌키에(Villequier)의 위고 기념관에서 5월 23일부터 9월 20일까지 개최된다. 생전에 뛰어난 데생솜씨를 발휘했던 위고와 데생분야에서 20세기 거장으로 손꼽는 루이 수테르(Soutter, 1871-1942년)의 2인전이 파리 4구 보쥬 광장의 빅토르 위고 집에서 4월 30일부터 8월 30일까지 펼쳐진다.




                                      


시인이자 정치인이며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위고의 별세는 19세기 말엽 프랑스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세월이 흘러도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잠재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를 프랑스 사회주의의 선구자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위고는 전 생애를 통해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27세에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날’을 발표하여 사회제도의 불합리한 모순점으로 사형이라는 제도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는 여성의 인권과 평등권을 옹호했는데, 프랑스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것이 불과 70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대를 앞섰던 비전이다. 또한 어린이들의 보호와 인권에도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모든 어린이들이 무상으로 평등하게 학교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빅토르 위고는 주장했다. 




최근에는 예전의 섬 모습을 되찾아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몽생미셸 섬과 관련, 빅토르 위고의 선견지명이 화제에 올랐다. 그는 몽생미셸 섬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찬미하면서 동시에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섬 내면의 추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공교롭게도 ‘섬을 자연그대로 바다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위고가 피력했던 것은 1836년이다.


무엇보다도 위고의 문학작품들은 퇴색되지 않고 여전히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각색되고 있다.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를 보낸 쟝 발쟝 이야기는 전래동화가 되다시피 했다. 위고는 정치망명생활을 보내던 1862년 시공을 초월하는 걸작 ‘레미제라블’을 발표했는데, 쟝 발쟝의 인생역정 뿐만 아니라 각 사회부류를 대변하는 팡틴느, 코제트, 자베르 형사, 마리우스, 테나르디에 등 많은 등장인물들의 삶과 운명을 작품 전반에 걸쳐 무게 있게 담았다.


저자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천차만별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을 철학적, 휴머니즘 견지에서 폭넓게 다루었지만, 작품의 주인공은 19세기 초엽의 격동하는 프랑스 사회이다. 인간사회의 모순과 갈등, 그 속에 잠재하는 위선과 가면은 바로 작가 위고의 심장부를 차지했던 문제였다. 




▶ 쟝 발쟝의 새로운 삶의 터전, 몽트레이-쉬르-메르




쟝 발쟝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치려다 투옥되고, 어린이들의 생계를 걱정하며 번번이 탈출을 시도하다가 결국 갤리선의 위험한 죄수로 낙인찍히고 만다. 가석방된 쟝 발쟝이 19년 만에 인간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고장이 몽트레이-쉬르-메르(Montreuil-sur-Mer)이다. 


몽트레이-쉬르-메르는 ‘레미제라블’의 중심축을 이루는 중요한 배경무대이다. 이곳에서 창녀 팡틴느, 자베르 형사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인생역정이 교차된다. 저자 본인은 1837년 북유럽을 여행하던 도중 이 고장에 반나절 체류했을 뿐이다. 위고가 이 고장을 중요한 배경무대로 설정한데는 물론 그만한 이유들이 있다. 쟝 발쟝이 신분을 감추고 마들렌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신분상승을 얻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역사가 깊은 중세기 성채도시이다. 


몽트레이-쉬르-메르는 영불해협의 관문인 칼레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 쟝 발쟝이 강제노역장의 도형수 생활을 보낸 남불 툴롱에서 대각선상으로 반대지점에 위치한다. 쟝 발쟝이 어두운 과거를 지닌 남불 툴롱에서 지리상으로 반대쪽에 위치한 먼 고장을 선택했던 데에는 그만큼 새로운 삶을 출발하려는 의지와 희망을 반영한다. 


쟝 발쟝이 몽트레이-쉬르-메르에 야밤을 이용하여 남모르게 스며든 5년 후, 마들렌은 자애와 은덕을 베푸는 존경받는 인물로 부각되어 시장으로 추대된다. 마들렌 시장은 주민들의 애환을 꿰뚫어보고 어린이와 하류층 가난한 자들을 옹호하는 덕망을 지닌 인간상을 구현한다. 그러나 만인에게 존경받는 마들렌 시장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쟝 발쟝’이라는 이름이다. 


인간사회는 여전히 쟝 발쟝에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쟝 발쟝은 자베르 형사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여 몽트레이-쉬르-메르에서 야간도주하며, 이때부터 마들렌이라는 인물은 사라지고 배경무대도 파리로 옮겨진다. 


쟝 발쟝은 팡틴느의 어린 딸 코제트와 함께 파리에서 ‘르블랑’ 혹은 ‘포쉬르방’ 이라는 새로운 이름, 새로운 신분으로 자애를 베풀며 평화로운 삶을 살고자 하지만 인간사회는 이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날 몽트레이-쉬르-메르 거리에서 쟝 발쟝과 코제트의 초상화를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시청건물을 보자면 마치 마들렌 시장이 튀어나올 듯하다. 칼레를 방문할 경우 한번쯤 들러볼 만한 역사 깊은 고도의 성채도시이다. 이곳에서 여름철이면 ‘레미제라블’을 재연하는 스펙터클이 펼쳐지고 있다. 




▶ ‘레미제라블’, ‘불쌍한 인간들’은 누구인가?




몽트레이-쉬르-메르에서 쟝 발쟝과 팡틴느의 운명이 교차되는 시점은 세계사에서 워털루 전쟁의 소용돌이가 각인되는 시점이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이들은  부당하게 대우받는 인간 소외층을 대변한다.


쟝 발쟝과 쌍벽을 이루는 여주인공 코제트로 말할 것 같으면 불과 5살에 배고픔과 헐벗음, 외로움이라는 삶의 고통을 체험한다. 팡틴느로부터 양육비를 갈취하고 코제트를 학대하던 테나르디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기꾼, 비렁뱅이로 전락하고 마는데, 인간사회의 밑바닥을 표류하는 전형적인 ‘레미제라블’을 대변한다. 


빅토르 위고는 자베르 형사라는 등장인물을 통하여 틀에 밖인 고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상을 그려냈다. 사회를 지키는 수호자로 자처하는 자베르 형사 역시 전형적인 ‘레미제라블’에 속한다. 테나르디에와 쟝 발쟝 등 사회 아웃사이더들을 감시하고 감옥에 집어넣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지만, 그 역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다. 인간에 대한 적대감으로 진정한 정신적 평화와 기쁨을 채취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는 인간애와는 철저하게 격리된 채 사회질서를 위해 맹목적으로 법을 집행할 뿐이다. 병들고 가난한 창녀 팡틴느를 감옥에 집어넣으려는 아집에서 동물적인 광폭함마저 엿볼 수 있다. 


여기에서 자베르 형사의 법은 휴머니스트 마들렌의 법과 대치된다. 마들렌 시장은 주민들이 법정소송에 휘말려들지 않도록 현명하게 중재하고 앙심을 품은 자를 타일러 마음을 고쳐놓으면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한다. 마들렌 시장에게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법조항이나 법정의 심판대가 필요치 않다. 


파리의 불량소년 가브로쉬도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이다. 짧은 인생을 살다가 길거리에서 객사하는 가브로쉬는 가장 가련하고 불쌍한 인간형으로 간주된다. 오늘날 ‘가브로쉬(Gavroche)’는 ‘건방지고 의협심이 강한 부랑아’를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또한 소년이 머리에 걸쳤던 중절모는 ‘가브로쉬 모자’로 유명하다.


이처럼 한 사회를 대변하는 각 인간부류들은 ‘레미제라블’ 즉 ‘불쌍한 인간들’로 축약된다. 더 나아가 빅토르 위고는 삶의 진리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인간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레미제라블’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일전에는 목숨을 연명하려고 빵을 훔쳤소. 이제는 살기위해서 더 이상 이름을 훔치고 싶지 않소.” 쟝 발쟝이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기 전에 털어놓는 고백이다. ‘마들렌’, ‘르블랑’ 혹은 ‘포쉬르방’ 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감추고 살아야했던 쟝 발쟝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삶의 진리를 깨닫는 장면으로 ‘레미제라블’의 대단원은 막을 내린다. 바로 쟝 발쟝이 ‘레미제라블’이라는 인간상에서 해탈되는 순간이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사회에서 빚어지는 각 틀, 그 틀 속에서 빚어지는 인간의 참모습을 그대로 꿰뚫어보는 시각을 지녔다. 각 인간부류들이 지니는 심리와 본성뿐만 아니라, 한 사회와 민중이 안고 있는 고뇌를 제대로 파악했던 작가였다. 인간과 사회제도에 대한 빅토르 위고의 비전은 2세기를 앞섰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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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집’ / 위고-수테르 데생전


4월 30일- 8월 30일까지 


Maison de Victor Hugo


6 place des Vosges 75004 Paris


전화 : 01 42 72 10 16




빌키에 / 위고 서거 130주년 전시회


5월 23일- 9월 20일까지


Musée Victor Hugo


Quai Victor Hugo, 76490 Villequier


전화 : 02 35 56 78 31




몽트레이-쉬르-메르 / ‘레미제라블’ 스펙터클


http://www.lesmiserables-montreuil.com/


62170 MONTREUIL-SUR-MER 


7월 31일부터 8월 10일까지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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