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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파리 샹젤리제와 인접한 유명거리 아브뉴 몽테뉴의 한 고급레스토랑에서 생긴 일이다. 여자종업원이 미국인 단체손님들에게 미국식대로 15%의 팁을 요구하자 한 일행이 지배인을 불러 프랑스에서는 15% 팁이 계산서에 포함되어있지 않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소동이 빚어졌다고 한다.

사실 프랑스는 1987년부터 레스토랑, 바, 카페의 계산서에 15% 서비스료가 포함되어 별도로 팁을 안줘도 문제되지 않는다. 손님입장에서 서비스에 만족하면 주고 싶은 만큼 테이블에 잔돈을 남겨놓으면 되는 일이다. 

1987년 이전에는 메뉴판에 명시된 가격과 실지 청구되는 금액이 일치되지 않았다. 가령 10유로짜리 요리를 주문하면 청구되는 계산서는 11.5유로 혹은 12유로 등 들쑥날쑥했던지라, 상당한 잡음들이 발생하곤 했다. 

따라서 서비스 공급자가 제시하는 가격과 수요자가 지불하는 금액이 일률적으로 일치되도록 1987년 법률을 개정했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택시, 미용실, 운송업 등 다른 모든 서비스업종도 마찬가지이다. 손님에게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할 수 없다. 단지 손님이 알아서 서비스에 대한 답례로 팁을 건네주는 제스처는 하나의 사회적 매너로 간주될 뿐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인 96%가 올 여름바캉스 기간 중에 적어도 한번 이상 팁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 팁 수입, 10년 전에 비해 80% 감소

 

각종 서비스업종들 중에서도 특히 레스토랑이 팁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그런데 올여름 바캉스 시즌을 넘기며 요식업계가 팁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법률개정을 주장하고 나서 한때 이슈가 됐었다. 팁 수입의 현저한 감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는데, 액수도 문제이지만 팁을 내는 손님들마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에 걸쳐 프랑스의 팁 문화에 뚜렷한 변화가 있다면 후한 인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식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팁 수입이 무려 80% 감소됐다. 손님들 중 16%는 아예 팁을 내지 않는데, 2년 전만해도 7%에 불과했다는 보고이다. 

물론 소비자들 측에서는 팁의 의무화는 가당치 않다고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15% 서비스료를 지불하는데, 이중으로 팁을 낼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다.

 

▶ 왜 팁에 인색해지고 있나?

 

팁의 의무화에 대한 논쟁은 그만큼 팁에 인색해지는 추세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주요인으로 일단은 경기불황을 꼽지만, 무엇보다도 신용카드결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늘날 결제수단으로 신용카드나 수표가 80% 차지한다. 현금지불에 비하여 거스름돈을 팁으로 남겨놓는 제스처가 드물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서비스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층이 늘어가고 있는 점도 간과되지 않는다. 요즘 일반인들이 쉽게 찾는 대중음식점들 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요리사가 없는 곳도 허다하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포장음식을 다시 데우거나 파슬리 정도만 살짝 곁들여 서빙하는 곳도 태반이다. 게다가 서빙 종업원들은 일손이 딸리고 피곤해서 손님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못한 편이다. 

따라서 서빙 종업원들에게 팁 수입을 올리는 최선의 방법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최대화하라는 충고가 뒤따른다. 팁이라는 것은 한낱 스쳐가는 순간적인 후한 인심, 이 욕망을 부추기기 위해 일단은 친절한 미소를 많이 지으라는 것이다. 손님이 요청하기 전에 물과 빵을 즉각 제공할 것, 손님이 계산서를 요구하면 지체 없이 갖다 줄 것, 현금으로 지불할 경우 거스름돈을 재빨리 갖다 줄 것 등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된다는 충고이다. 만일 계산서를 요구했는데 10분 지체한다면, 그 이전의 서비스가 제아무리 좋았다 해도 전체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 손님입장에서 팁에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또한 손님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살짝 굽혀 주문받는 제스처도 아주 효과가 높다고 요식업계 전문가들이 귀띔했다.

 

▶ 팁 수입은 레스토랑 등급에 따라 달라

 

파리 5구 한 레스토랑의 베테랑급 웨이터도 이전에는 팁 수입이 월급과 맞먹을 정도로 좋았으나, 현재는 하루최고 20유로를 못 넘긴다고 밝혔다. 손님들이 테이블에 1유로 남겨놓는 경우가 보통이고, 간혹 굴욕적인 작고 노란 동전 하나만 덜렁 남겨놓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평균적으로 웨이터들의 하루 팁 수입은 2유로에서 20유로 사이로 집계된다. 그러나 레스토랑 등급에 따라, 관광요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서민주택가 카페나 바에 종사하는 이들의 팁 수입은 거의 없는 편이다. 늦은 저녁이나 밤 시간대가 팁이 두둑해지기 마련인데, 이들 주택가 카페나 바는 일찌감치 문을 닫기 때문이다. 반면 파리 유명관광요지의 소문난 레스토랑, 카페, 바, 브라쓰리(Brasserie)에서 근무하는 웨이터들의 팁 수입은 만만치 않다. 

마크롱 대통령이 선호한다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몽파르나스 거리의 정통 파리지엔느 브라쓰리 ‘라로통드(la Rotonde)’, 샹젤리제의 브라쓰리 ‘도빌(Deauville)’의 경우 팁을 듬뿍 주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웨이터들끼리 은근히 경쟁을 벌일 정도라 한다. 일부 단골손님들 중에는 선호하는 웨이터, 웨이트리스가 있다고도 한다. 이들 서빙종사자들은 각자 전담하는 고정 테이블들이 있으며, 이곳에서 거둬들이는 팁 수입은 1인 자영업자 수입과도 맞먹을 정도이다. 이들은 질 좋은 서비스를 단골에게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개발하기까지 한다. 전담 테이블 고객들을 위해 기타를 치며 샹송을 불러주는 웨이터들도 있다. 

몽마르트르 언덕의 유명 레스토랑의 베테랑급 웨이터는 고정급 없이 고소득을 올리는 케이스에 속한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주 6일을 근무하며 월수입 5천 유로 이상을 벌어들인다. 서비스료의 퍼센티지로만 수입을 거두는데, 별도로 손님으로부터 직접 받는 팁은 월 최소한 1천 유로에 이른다고 전했다. 

 

▶ 상식적인 팁 법률상식 

 

팁은 손님으로부터 직접 받기도 하지만, 고용주나 다른 중간매체를 통해 건네받는 경우도 있다. 가령 손님은 카드나 수표로 결제하더라도 팁을 고려하여 살짝 더 많이 지불할 수 있다. 청구된 금액이 78유로 30상팀이라면, 80유로로 결제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 오너는 반드시 여분의 액수를 따로 정산하여 서빙종업원들에게 돌려줘야한다. 

레스토랑마다 제각기 팁 정산에 규칙을 세우기 마련이다. 테이블에 남겨진 동전들을 한곳에 모아 나중에 직원들끼리 공평하게 분배하는 곳도 있다. 미용사가 여러 명인 미용실도 마찬가지이다. 계산대 옆에 돼지저금통을 마련해놓고 손님들이 결제한 후 알아서 동전을 넣도록 유도한다. 이럴 경우 저금통에 모여진 금액은 서비스를 담당했던 웨이터나 미용사들끼리만 나눠가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오너는 물론이고, 손님과 직접적인 접촉 없이 부엌에서만 일하는 요리사도 돼지저금통을 공유할 수 없다. 팁은 손님이 면전에서 직접 제공받은 서비스에 대한 답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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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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