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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변마을 샤투(Chatou)는 ‘파리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년)가 칭송했을 정도로 19세기 말엽 인상파 화가들을 유혹했던 고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한량들의 뱃놀이 장소로도 유명했다. 당시 평판이 자자했던 뱃놀이꾼들은 ‘여자의 일생’ 작가 모파상(1850-1893년), 화사한 색감의 블랑맹크(1876~1958년), 패션디자이너 폴 프와레(1879-1944년) 등을 꼽는다. 

 

 

▶ 인상파들의 아지트 '푸르네즈 집’

 

파리근교 샤투 강변의 ‘푸르네즈 집(la Maison Fournaise)’은 당시 인상파들의 온상지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19세기 말엽의 정취를 보관한 채 ‘푸르네즈 집’ 레스토랑으로 개조되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원래 ‘푸르네즈 아저씨네 하숙집(Auberge du Père Fournaise)’으로 불렀던 곳이다. 뱃놀이꾼들에게 보트를 빌려주고, 음식과 술을 팔면서 하숙을 쳤던 집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단골손님은 르누아르. 샤투 강변의 매력에 푹 빠진 인상파화가는 1868년부터 1884년 사이 푸르네즈 집에 머물면서 지인들과 즐거운 모임이나 뱃놀이를 주도했다. 1880년 그는 “그림 그리려 샤투에 다시 왔으니 여기서 오찬을 함께 합시다. 파리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니 오셔도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라고 편지를 보내며 지인들을 푸르네즈 집으로 불러들였다. 

이곳에서 르누아르는 3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 대표적인 작품은 바로 유명한 ‘뱃놀이꾼들의 오찬(le Déjeuner des canotiers)’이다.  

화폭 속에서 젊은 남녀들이 정겹게 오찬을 나누는 곳은 푸르네즈 집의 테라스. 이들 젊은 뱃놀이꾼들 뒤편으로 버드나무들이 은은하게 드리워져 있고, 나뭇가지 사이로 돛단배들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흥겨우면서도 고요한 평화로움이 잔잔하게 묻어나는 분위기이다. 푸른색체가 가미된 빛과 그림자의 뚜렷한 명암, 파스텔화처럼 부드러운 색감의 여성 얼굴 등 대표적인 르누아르식 작품이다.

르누아르는 1881년 4월~7월에 걸쳐 ‘뱃놀이꾼들의 오찬’을 제작했다. 화폭에는 여성 5명과 남성 9명, 총 14명이 등장한다. 이 그림을 위해 르누아르는 모델, 여배우, 기자, 은행가, 동료화가 등 지인들을 푸르네즈 집으로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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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서 왼쪽 첫 줄, 애완견을 쓰다듬고 있는 여성은 알리느 샤리고 (1859-1915년), 장차 화가와 결혼할 아가씨이다. 이들은 1890년 결혼, 1894년 유명한 시네아스트 쟝 르누아르를 출생했다. 알리느 샤리고 바로 뒤에 서있는 밀짚모자 청년과 테라스 난간에 기대 서있는 밀짚모자 아가씨는 푸르네즈 하숙집 주인의 자녀들이다. 왼쪽에서 3번째 잔을 입에 대고 있는 아가씨는 르누아르의 화폭에 자주 등장하는 직업모델, 안젤 르고, 이 여성 바로 곁에 옆모습만 살짝 드러낸 남자가 르누아르 본인이라는 정설도 있다. 예수의 최후만찬에 참여하는 13명 숫자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프로필을 가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을 제작했을 당시 르누아르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형편이었고, 장차 화제에 오를 만큼 유명한 걸작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명화는 현재 워싱턴 던컨 필립스(1886~1966년) 컬렉션사가 소장하고 있다.

푸르네즈 하숙집의 또 다른 단골손님들로는 작곡가 오판바크, 모파상도 유명하다. 르누아르는 정작 뱃놀이보다는 푸르네즈 집이 소유한 돛단배들을 화폭에 담는 것을 선호했다. 반면 능숙한 배젓기로 명성을 날렸던 샤투의 한량은 바로 모파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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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대의 뱃놀이꾼 모파상

 

모파상이 샤투의 유명한 뱃놀이꾼이 되었던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다. 노르망디 태생 모파상은 13살부터 에트르타(Etretat) 해변에서 보트놀이를 즐기며 배젓기에 능숙함을 과시했다. 적당한 순간 배를 옆으로 기울이거나, 뒤쪽이 살짝 물 속에 잠기는 순간, 보트 몸체를 물위로 치솟게 하는 등 대단한 기교마저 과시했다. 파도가 거칠수록 더욱 신바람 났는데, 그만큼 자연과의 투쟁에서 남자다운 씩씩한 영웅심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 젊은 청년시절에는 보트놀이를 즐기던 와중에서 익사 직전의 물놀이객들을 구출하는 기지도 발휘했다.

이처럼 청년기에 에트르타에서 거센 파도를 타며 배젓기를 즐겼던 모파상은 파리에 상경하여 야성적인 기질을 잠재우고 밥벌이와 글쓰기를 병행했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휴일이면 뱃놀이를 즐기려 샤투를 찾았는데, 때로는 모델이나 배우였던 여인네들과, 때로는 쿠르베,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렸다. 

작가 모파상은 전 인생을 통해 에트르타 해변을 비롯하여 노르망디의 자연환경과 어부와 농민, 토착주민들의 생활에 깊은 애착심을 지녔다. 이어서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들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생생하게 글로 재현했다. 

걸작 ‘여자의 일생’의 소설배경도 에트르타와 페캉(Fécamp)을 중심으로 하는 주변시골마을이다. 히로인 쟌느 역시 바다를 좋아하며, 결혼 전 신랑감이 될 줄리앙과 에트르타 해안을 따라 보트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자세히 서술된다. 신이 내렸다는 기암바위, ‘아발의 절벽’ 앞을 지날 때의 정경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뒤편으로 들쭉날쭉한 해안계곡 페캉의 하얀 방파제에서 거무스름한 돛단배들이 빠져나오고, 정면에는 기이한 형태를 이루는 둥그스름한 바위가 솟아있는데, 그 바위 한가운데에 뚫려진 구멍사이로 햇볕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코끼리가 바닷물에 코를 담가놓고 있는 형상이다. 에트르타로 통하는 작은 성문이라 할까.”

바로 이 구절로 인하여 에트르타의 기암바위 ‘아발의 문’은 “거대한 코끼리가 바닷물에 코를 담가놓고 있는 형상”으로 비유되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모파상은 파리에서 해군본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샤투를 즐겨 찾았는데, 센 강물이 에트르타로 대치되어 노르망디 고향바다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었던 때문이다. 푸르네즈 하숙집의 뱃놀이꾼 모파상에게는 노르망디 바다와 강렬한 햇볕, 파도와 보트놀이는 빠져서는 안될 삶의 원동력이었다. 

 

▶ 강변 따라 걷는 아름다운 산책로

 

지금도 인상파 화가들이나 모파상처럼 샤투 센 강변을 따라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푸르네즈 집’에서 멀지 않은 와티에 강변부두(Quai Wattier)에는 옛 보트선착장(la Gare d’Eau)이 아틀리에 겸 전시장으로 보관되어 있다. 너비 50cm 정도의 작고 좁은 1인승 카누, 3인승 보트 등 19세기 말엽에 만들어진 목재보트 34척이 전시되어있다. ‘수잔’이라 불리는 증기선 등, 보트들의 역사와 일화를 담고 있는 옛 사진들도 감상할 수 있다.  

샤투에 도착하여 ‘푸르네즈 집’ 레스토랑과 보트전시장(Gare d’Eau)을 거치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아담하고 예쁜 베이지색 건물의 ‘푸르네즈 박물관’이다. 19세기 말엽의 전성기를 재조명해주는 화폭과 사진들이 진열되어있으며, 현대작가들의 기획전도 열리고 있다.  

박물관 근처에 마련된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도보로 ‘인상파들의 섬(Ile des Impressionnistes)’에 위치한 ‘푸르네즈 집’을 거쳐, 밝은 햇살을 받으며 강변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쾌적한 곳이다. 모네, 르누아르로 불리는 강변산책길들이 마련되어 있고, ‘뱃놀이꾼들의 오찬’을 포함하여 시슬레, 피사로, 블라맹크의 복제사진 작품들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Restaurant de la Maison Fournaise

3 Rue du Bac, 78400 Chatou (Ile des Impressionnis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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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파리)=한위클리】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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