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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을 제시하시오”(‘Vos papiers!)로 시작하는 신분 검색(contrôle d’identité), 이것이 보름째 계속되고 있는 폭동을 방불케하는 샌느-생-드니(Seine Saint-Denis) 도의 올내-수-보아(Aulnay-sous-Bois)와 보비니(Bovigny) 일대 주민들의 소요 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이다.

지난 2월 2일 올-내-수-보아에서 22살 흑인 테오도르 루하카 (Théodore Luhaka)에 대한 경찰의 신분 검색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그 여파로 폭동이 연일 계속되고 있고, 자동차가 불타고, 수 십명이 연행되었다. 이 소요 사태가 정치적 이슈가 되어 형사상 처벌 가능한 나이를 16세로 내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신분 검색 때 경찰이 간이 조서 내지는 확인서(récépissé)를 작성해야 한다는 제의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흑인과 아랍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젊은층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 2배 이상으로 높아, 할 일 없는 이들이 카나비스 밀매, 절도, 강도, 등 경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다. 이곳 젊은이들은 경찰에 의한 불심검문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반말을 하고,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인권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고, 몸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성추행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때론 경찰차가 지나가면서 인파가 몰려 있는 쪽으로 최루탄을 발포하기도 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이를 인종 차별로 받아들인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경찰의 난폭한 불신검문 때문에 특히 젊은이들의 경찰에 대한 증오심이 쌓여 있다가 이번 테오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경찰이 다 그런 것이 아니다. 젊고 경험이 없고, 교양도 없는 소수의 나쁜 경찰의 처신 때문에 이런 불상사들이 발생한다. 경찰은 경찰대로 우범 지역에서 지겹고 힘든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르 몽드가 전하는 ‘권리 보호자 (Défenseur des droits)’ 기구가 실시한 앙케트 결과에 의하면 흑인 또는 아랍계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80%가 지난 5년간 불심검문을 당했다고 한다.

2월2일 발생한 테오(Théo)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공화국의 ‘권리 보호자’인 작크 투봉(Jacques Toubon) 전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일상의 사건 사고 중의 하나도 아니고, 법정 문제도 아닌, 하나의 시회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투봉 전 장관은 전날 올래-수-보아에서 경찰에 의해 중대한 부상을 입은 22살 테오도르 루하카 사건은 ‘신분 검색 때 흔히 발생하는 마찰’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리 보호자’ 기구는 2012년 10월과 2017년 1월에 신분 검색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작성 때마다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는 프랑스에 신분 검색에 관한 숫자, 장소, 날짜, 검색 이유에 관한 통계가 전무(全無)한 점이라고 한다.

 

불심검문의 표적이 되는 흑인계와 아랍계

 

‘권리 보호자’가 프랑스 전국의 5,117명을 대상으로 최근에 실시한 앙케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84%는 지난5년 동안 한 번도 신분 검색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검색을 받은 사람들은 검색 때 일반적으로 ‘공안 권력(경찰)의 직업 윤리에서 벗어난 처신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59%는 검색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18~25세 층에서는 80%가 검색을 당한다. 전체 평균보다 7배나 더 많은 검색을 당하는 이들 18~25세 층의 평가는 상당히 다르다. 특히 흑인, 아랍/마그레브계 젊은이들의 80%가 지난 5년 동안 검색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5년 동안 경찰 또는 헌병에 의해 당신 개인적으로 신분 검색을 받았나?’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비율(%) :

1) 검색 당한 적이 없다, 2) 1~5번 검색 당했다, 3) 5번 이상 검색 당했다.

- 아랍계 : 1) 51,50%, 2) 26,70%, 3) 21,90%

- 흑인계 : 1) 47,00%, 2) 40,10%, 3) 12,90%

- 백인계 : 1) 82,60%, 2) 15,50%, 3) 2,00%

- 전체 : 1) 77,70%, 2) 18,20%, 3) 4,40%

 

신분 검색 때 경찰이 친절했는가?

‘지난 5년간 1번 이상 검색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답변(753명)

‘친절했다’고 답한 응답자

- 남자 67,10%, 여자 78,70%, 18~24세 63,30%, 55~64세 81,40%, 파리 64,60%, 시골 77,50%, 아랍계 54,70%, 백인계75,70%

 

18~24세 젊은층의 29,5%는 반말(tutoiement)을 당했다고 한다.

이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는 16,4%다. 아랍계와 백인계 사이에 차이도 크다. 아랍계의 54,7%는 경찰이 친철하다고 답했고, 백인계의 경우는 75,7%다. 전체 표본 인구의 82%가 경찰을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2012년에 경찰에 의한 신분 검색 때 간단한 조서(확인서) (récépissé) 작성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조서를 작성하면 검색 장소, 이유, 등의 통계를 잡을 수 있고, 신고 또는 처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무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아주 미온적이거나 반대 입장이다.

한편 ‘권리 보호자’에게 공권력의 직업의식 결여에 관한 항의가 1년에 1000여 건 접수되는데, 그중 절반이 경찰과 관계가 있고, 10%가 경찰의 직업윤리 의식 결여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진명 / jinmieungl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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