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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휴양지 남불 지중해 코다쥐르는 지리학적으로 뚜렷한 구분은 없으나, 포괄적으로 툴롱에서 가까운 이에르(Hyères)에서 이태리 국경 망통(Menton)까지 걸치는 해변을 일컫는다. 

두 해변도시의 직선거리는 약 133km, 내륙 직통 도로는 172km 정도이지만, 꼬불꼬불 이어지는 지중해 연안 해변길을 따라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달려보는 자동차여행은 독특한 묘미를 안겨준다. 

 

이에르를 출발하여 르라방두(Le Lavandou), 생-트로페, 생트-막심, 생-라파엘, 칸, 앙티브, 니스 등을 차례로 거치며 배가 항구에 정박하듯 작은 해변마을에서 느긋하게 여장을 풀어보자. 

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지중해의 해변길은 유명한 영화감독 히치콕을 매료시켰던 길이다. 멋진 의상을 걸친 환상적인 그레이스 켈리와 케리 그란트가 주연하는 1955년 영화 ‘To Catch a Thief(La Main au collet)’에는 칸 주변과 코다쥐르 해변길의 아름다움이 유감없이 담겨있다. 특히 그레이스 켈리가 해변 벼랑길에서 형사들의 추적을 받으며 메르세데스 벤츠를 아슬아슬하게 모는 신은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가장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코다쥐르의 해변길은 칸과 생-라파엘 구간으로, 일명 ‘황금의 해변길(la corniche d'Or)’로 불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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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테렐 산맥과 만나는 벼랑길

 

칸과 생-라파엘의 직선거리는 약 25km, ‘황금의 해변길’ 국도 98번으로 접어들면 약 44km에 이른다. 제한속도는 시속 50km. 이곳의 해변길이 유난히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은 바닷물에 몸을 담구고 있는 에스테렐 산맥(l’Estérel)이 있기 때문이다. 생-라파엘 근처 아게(Agay) 해변마을을 거쳐 칸에서 가까운 라나풀(Mandelieu-la-Napoule)까지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길게 누워있는 산맥이다. 

 

생-라파엘에서 출발하면 오른편은 지중해, 왼편은 에스테렐이 펼쳐진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고불고불 도는 벼랑길을 따라 코발트빛 바다와 붉은 바위산이 펼치는 화려한 페스티벌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1954년 영화 촬영차 그레이스 켈리와 함께 코다쥐르를 방문했던 히치콕이 유난히 매료됐다는 해변길이다. 물론 그의 영화작품에서도 배경 영상에 깔리는 길이다. 

 

에스테렐은 화산분출로 형성된 붉은 빛을 띠는 유문암이 기조를 이룬다. 화산암은 거의 수직으로 바닷물에 몸을 담구면서 원초적인 작은 모래사장들도 군데군데 형성하여 해수욕도 즐길 수 있는 명소이다. 

산맥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해발 614m 비네그르(Vinaigre)가 가장 높은 산봉우리이다. 그럼에도 이 산봉우리에는 지중해 연안의 건조하고 온난한 겨울철 기후에도 불구하고 눈이 덮인다.

 

지중해와 화산이 만나는 틈새로 난 이 벼랑길을 ‘에스테렐 해변길’로도 부른다.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커브길 군데군데 휴식을 취하며 대자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작은 주차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간혹 벼랑길을 따라 달리자면 붉은 기와, 꽃이 핀 정원, 풀장을 갖춘 예쁜 별장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들도 스쳐지나간다. 철길과도 병행되어 간혹 파리행 혹은 칸이나 니스행 고속열차와도 나란히 달리기도 한다. 

 

이 해변길은 1903년 4월 개통됐다. ‘황금의 해변길’ 도로건설은 장차 20세기에 도래될 마이카 시대와 관광붐을 예견한 선견지명처럼 보인다. 2차 세계대전 시에 이태리 무솔리니 군대에 쫒긴 프랑스군이 이 해변길을 통해 긴급 퇴각했으며, 독일점령기간은 통행금지되었던 길이다. 전쟁을 거치며 훼손되었던지라 1950년대에 보수공사를 거쳤으며, 이후 오늘날까지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길이다. 

 

▶ 2천 년 전 로마인들이 이용했던 산길

 

20세기 초에 ‘황금의 해변길’이 개통되기 이전에는 칸과 생-라파엘 구간을 여행할 때는 에스테렐 산맥을 통과해야 했다. 에스테렐 산길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이 이태리에서 칸을 거쳐 남불로 이동할 때에 에스테렐 고개를 넘었다. 오늘날은 산간도로 국도 7번(RN 7)이 에스테렐 산맥 내부를 관통한다. 이방인들보다는 주로 현지주민들이 이용하는 산간도로이다. 

 

‘황금의 해변길’과 내륙산길로 갈라지는 분기점은 칸에서 가까운 망들리외 라나풀(Mandelieu-la-Napoule)이다. 가령 생-라파엘을 출발하여 해변길로 주행하다가 망들리외 라나풀 분기점에서 방향을 바꿔 에스테렐 산맥을 통과하며 다시 생-라파엘로 되돌아오는 왕복코스는 그야말로 으뜸이다. 교통체증 없이 제한속도를 지키며 논스톱으로 주행할 경우 왕복 1시간 30분 내지 40분 정도 소요된다. 

 

내륙 산길은 해변길과는 또 다른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여러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며 에스테렐의 최고봉 비네그르 근처를 통과한다. 이때 건너편 산봉우리에 옹기종기 걸쳐있는 아름다운 옛 마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세상을 등진 채 깊은 산속 비탈진 높은 화산바위에 걸려있는 이들 마을들을 바라보자면, 지리산 청학동 마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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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동물 멧돼지들도 즐기는 코다쥐르

 

코다쥐르 휴양해변도시 생-라파엘을 거쳐 가며 잠시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곳이 있다면 바로 에스테렐 산맥이다. 생-라파엘 근처에는 에스테렐에 진입하는 등산로가 나있다. 인근 현지주민들이 가족끼리, 친구끼리 산책, 등산, 하이킹, 암반타기 등을 즐기며 대자연과 호흡하는 공간이다.

에스테렐은 해발 500미터 정도의 여러 산봉우리가 있고, 각자 취향에 맞게 등산코스들이 마련되어 있다. 차량으로도 ‘곰 산봉우리(Le pic de l'ours)’까지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생-라파엘로부터 칸, 더 멀리 앙티브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에스테렐은 인근고장 주민들이나 등산객들에게만 사랑받는 휴식공간이 아니다. 야생동물 멧돼지들도 친구끼리, 가족끼리 무리지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해가 넘어갈 무렵에는 늑대도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어쨌든 훤한 대낮에도 멧돼지들의 출현은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이 유난히 즐겨 찾는 곳은 차량들이 서로 교차할 수 있도록 마련된 산중턱이라 한다. 멧돼지들은 방문객들의 차량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이다. 차량과 야생동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간다. 

사실 프랑스에는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훼손이 심한 편이다. 야간열차가 멧돼지들과 부딪쳐 연착되는 경우도 생겨난다. 

멧돼지 번식을 막기 위해 사냥이 장려되기도 하며, 사냥철에는 새끼멧돼지요리(Marcassin)로 이름을 날리는 전문레스토랑들도 있다. 

 

코발트빛 지중해변과 화려한 휴양도시들이 멀지 않은 가까운 산 너머에서 야생 멧돼지들이 떼를 지어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목격한다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피카소, 마티스, 그레이스 켈리 등과도 오버랩 되는 코다쥐르에는 사실 초호화급 호텔과 카지노, 요트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이에르에서 생-트로페 구간에는 모르 산맥(des Maures)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누워있다. 중간지점 해변도시 르라방두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벼랑길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중에 하나로 꼽는 지중해 ‘황금의 해변길’은 여름바캉스 시즌에는 피하는 편이 낫다. 휴가철에는 지긋지긋한 교통체증으로도 평판이 자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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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병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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