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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포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중에서 -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한국에서 노래로 혹은 시로  인용되어 폴 발레리를 우리 곁에 머물게 한다. 

폴 발레리는 세트에서 태어났고, 세트에 묻혀있다.

세트는 파리에서 TGV타고 몽펠리에를  지나  바로 다음 역에서 내리면 도착하는 항구도시이다. 세트는 프랑스의 유명한 가수 조르주 브라상의 고향이기도 하다. 

세트는 17세기에 건설된 세트 운하가 바다와 미디 운하로 통하는 석호로 연결되어 있다. 세트 항구는 포도주의 수출항이자 어항이다. 세트에서 열리는 축제로는 여름에 열리는 선상 창 시합축제가 유명하다. 이 축제는 1743년 시작한 역사가 오래된 축제이다. 창 시합은 두 배의 선두에 창을 든 선수들이 상대방 선수를 물에 빠뜨리면 승자가 되는 경기이다. 

 

기차역에서 내려 운하를 따라 만나는 도시의 첫 모습은 쇠락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중해 햇살이 쓸쓸함보다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운하를 따라 들어선 건물은 세월의 바람에 낡음으로 묘한 여운이 감돌며 배들은 바다로 나가는 배가 아닌 그저 아름다운 화폭을 완성하기 위해 있는 듯, 세트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항구 끝에 닿으면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를 보며 절벽 해안 산책로를 걷다 지친다리를 쉬고 싶을 때는 버스 정류장의 의자에 앉는다. 어느 덧 피로가 가실 쯤 버스 3번이 다가오면 주저하지 말고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바다를 끼고 달리다 해지는 해변에 데려다 준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이 이 석양처럼 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혹은 살아야겠다라는 비장함이 들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음유시인 조르주 브라상

 

프랑스인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는 조르주 브라상(1921.10.22~1981.10.29)은 작사 작곡 노래를 하던 싱어송라이터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노래만 하는 가수보다는 갱스부르, 자크 브렐과 같이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특별한 존경심을 갖는다. 특히 브라상은 날카로운 풍자와 재치 있는 유머를 남은 가사와 웅얼거리는 듯 한 독특한 창법으로 노래하여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브라상은 대리석 공사 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보다는 싸움을 좋아하고, 세트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던 소년으로 그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노래였다. 라디오를 보물처럼 여기며 노래를 듣고 흉내를 내며 공부를  싫어하는 소년이었지만 시작법 강의만큼은 좋아했다. 

사춘기 시절인 17세에 어울리던 소년들과 치기로 용돈 마련을 위한 도둑질을 하다 잡혔다.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지만 그는 수치심으로 학교에 가지 않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스스로 유배자처럼  살다 19살이 되던 1940년에 파리의 친척 집에 머물며 작곡을 시작했다. 

제 2차 대전 때 독일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기도 했던 그를 보살펴준 사람들은 친척이 안닌 친척의 친구인 잔느 부부였다. 조르주 브라상하면 떠오르는 곡  '오베르뉴 사람에게 바치는 노래'는 이들 부부에게 바치는 노래다.  

 

종전 후에 나이트클럽을 떠돌며 노래하던 브라상은 1952년 파타슈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몽마르트 언덕에서 카바레를 운영하던 파타슈는 카바레의 주인이자 가수로, 브라상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수로 데뷔시켜 주었고 대중 역시 브라상의 노래에 매료되었다. 

“우산:Le parapluie”, “무덤 파는 인부:Le fossoyeur”로 1954년 디스크대상을, 1964년에도 LP 레코드로 디스크대상을 받았다. 그만의 서정과 풍자가 담긴 가사로 브라상은  프랑스 시인 최고의 영에인 프랑스 아카데미의 시작 대상을 수상하며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마을에서 난 악명이 높았네/난 어떻게나 날뛰고 또 얼마나 조용했던가/난 도무지 나 자신도 모르는 존재였지/그렇지만 난 아무에게도 해를 입힌 적이 없어/꼬마로서의 나의 길을 걸었을 뿐이야/그러나 정직한 사람들은 우리들이 걸어간 또 다른 길을 싫어했지/당연히 귀머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내게 손가락질을 해댔어.' 그의 노래 ‘악령’처럼 도둑질로 동네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피해 파리로 도망갔던  브라상은  세트의 자랑이 되어 조르주 브라상 기념관으로 돌아왔다. 

조르주 브라상 박물관(Espace Georges Brassens)은  현대식 건축물로 입체적인 전시로 유명하다. 브라상의 음악과 흑백사진에 어울리는 음악, 조명, 영상, 조형물들로 전시를 관람하는 자를 콘서트 관객자로, 브라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가 태어나 죽기까지의 브라상의 생을 따라 가는 독특한 시공간을 이용해 만든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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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다이아몬드,  폴 발레리

 

폴 발레리(Paul-Valéry, 1871~1945)는 코르시카 출신의 아버지와 제노바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세관 검사관이었다. 발레리는 13세부터 시를 짓고, 문학을 가까이 했다.  9세에 발표한 시는 앙드레 지드와 말라르메의 관심을 살 만큼 뛰어나 유망한 시인으로서의 기대를 받았지만 스승 말라르메의 죽음 이후 시보다는 지적탐구에 몰두하며 시를 쓰지 않았다.  20여년의 시간동안 철학적 사유에 몰두하다 40대 중반에 ‘해변의 묘지’로 다시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시학을 가르치며 후배 양성에 주력했다.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 1842~1898)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상징주의 시인으로 치열한 사유를 하며 지성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던 폴 발레리는 국장으로 장례가 치러질 만큼 존경을 받았고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폴 발레리 박물관에는 그의 초상화, 원고, 사진, 개인 유품과 세트의 독특한 문화 역사를 보여주는 예술품과 유물들, 19세기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해안 쪽으로 내려가면 코발트블루로 반짝이는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과 마주한 곳에 자리한 ‘마랭 묘지(Cimetière Marin)’에  폴 발레리가 잠들어 있다. 

묘지에 앉아 오랜 시선으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어떻게?”란 물음의 이정표를 보여준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오, 사색 뒤에 오는 보상

신들의 고요에 던져진

그토록 오랜 시선” 

 

【프랑스(파리)=한위클리】조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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