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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토드메르(Pont-Audemer)는 노르망디 지방의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2차세계대전 중에 노르망디 지방은 큰 피해를 입었고 이때 퐁토드메르도 역사적 건물들이 많이 파괴되었다. 지금은 복원되어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에서 1시간 30분 거리로, 루앙, 껑, 르아브르의 삼각지대 사이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 마을은 '꽃 장식이 아름다운 프랑스 마을' 중하나로 속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오래된 목골구조 건물들 사이로 흐르는 운하와 꽃이 마을을 풍성하게 하고, 뒤로는 작은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아늑하고 평화로움이 화사한 봄과 닮았다.

작은 마을이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로 흐르는 수로로 ‘노르망디의 베니스’라고 불린다. 물이 산의 계곡물 흘러내리듯 맑고 깨끗하고, 물 흘러내리는 소리도 청명하고 활기차 상쾌한 기분을 자아낸다.

 

가죽과 제지기술로 성장한 퐁토드메르

 

퐁토드메르는 강을 쉽게 건널 수 있는 장점과 주변에 울창한 숲과 풍요로운 물과 초원들이 있어 가죽을 다루는 장인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었다. 특히 13세기에는 영국에서 온 기술자들이 가죽무두질 기술과 제지 관련 기술을 전수해주어 가죽산업과 제지 산업이 더 발달했고, 강을 따라 제품들을 운반하기 쉬운 점도 큰 몫을 했다.

이로 인해 마을은 성장하면서 아름다운 목골구조 가옥이 지어지고, 마을을 대표하는 Saint Ouen 성당이 세워졌다. 성당은 작은 마을을 압도하는 듯 규모가 크고 웅장하며, 르네상스식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또한 퐁트드메르는 모파상의 작품 ‘비곗덩어리’의 배경이기도 하다.

‘비곗덩어리’는 졸라, 위스망스, 세아르, 엔닉크, 모파상을 비롯한 다섯명의 작가들이 단편을 하나씩 모아 만든 『메당의 저녁(Les Soirées de Medan)』에 실린 중편소설이다. 이들은 파리 근교의 메당에서 살고 있던 졸라의 집에서 모이던 작가들이다. 플로베르는 ‘메당의 저녁’에 실린 작품 중 ‘비계덩어리’가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플로베르의 칭찬처럼 다른 작품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사라졌지만, ‘비곗덩어리’는 모파상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꾸준히 읽히는 명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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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곗덩어리’는 모파상이 퐁도트메르에서 보불전쟁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19세기 말의 프랑스 사회의 귀족과 부르주아 계급의 위선, 신앙, 애국주의, 전쟁에 대한 혐오 등을 치밀한 구성과 세밀한 묘사로 담은 작품이다.

‘비곗덩어리’는 작품 속의 주인공인 키가 작으면서 뚱뚱한 엘리자베스 루세의 용모에 따라 붙여진 별명이다. 매춘을 하는 ‘비곗덩어리’는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신분이지만, 사람들과 나눌 줄 알고, 희생할 줄 아는 인물로, 신앙심과 애국심이 깊어 다른 인물들과 비교된다.

1870년에 프러시아군을 피해 루앙을 떠나서 영국으로 가고 싶어 하는 열 명의 사람들이 마차에 나누어 타고 간다. 귀족과 부르주아, 수녀, 상인, 제사공장 사장 사이에 매춘부 ‘비곗덩어리’가 함께 타고 가며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처음부터 매춘부라는 이유로 비곗덩어리를 무시한다. 움직이는 도중 눈이 많이 내려 사람들은 갇혀 지쳐가고 먹을 것이 없어 허기가 지는 상황에 음식을 준비해 떠났던 비곗덩어리가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기꺼이 나누어 주는데, 음식을 먹을 때는 호희를 베풀기도 한다. 그들은 그녀가 정치적으로 반대편이라는 이유로 멸시하기도 한다.

프러시아 장교가 여인숙에서 묶어두며 비곗덩어리와 하룻밤을 잘 수 있다면 출발을 허가하겠다고 할 때 이들은 처음에는 장교의 요구에 분노하고, 그러다 자신들의 처지가 불안해지자 그녀를 설득한다. 그녀는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장교와 잠을 잔다. 그리고 다시 마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고마움은 잠시, 그녀를 다시 멸시하며 모욕하고 급히 출발하느라 음식을 준비하지 않은 그녀를 위해 음식조차 나누지 않는다.

모파상은 이처럼 수시로 상황에 따라 변하는 사람들의 위선을 고발하며, 사회적으로 가장 바닥에 있는 여인을 통해 저항하고 실천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천 년 전에도, 백 년 전에도, 지금도, 인간은 차별하며 무시하며 조롱하는 일을 쉽게 한다. 갑질이란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에서 벗어난 것이 없다. 가진 자들의 위선 앞에서 없는 자들은 차별받고 소외받는다.

 

루앙, 르아브르, 껑을 지나가는 길에 들려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마을인 퐁토드메르를 산책해보는 시간을 갖다보면 모파상이 말하는 저항과 실천이 우리 사회를 진보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여름밤을 산책하는 1시간 30분 프로그램도 있다. 관광안내소 진행으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저녁에 마을을 산책하는 것으로 까만 밤하늘 아래 빛나는 별과 땅 위의 야간조명이 아름답게 수놓은 한여름 밤의 꿈같은 산책이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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