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바도키 프로듀서 인터뷰

 

깐느=클레어 함 칼럼니스트(영화인/인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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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찾은 깐느영화제에서 만난 낯익은 얼굴들. 그중에 체코 프로듀서인 다니엘 바도키 (Daniel Vadocky)씨는 반가운 이들중의 한 명이다. 2008년, 김곡 감독의 실험영화 <고갈>이 폴란드 Ewa New Horizon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을 당시, 동 작품의 해외 홍보를 맡았던 나는 슬로바키아에서 아시아 영화를 강의하며 한국영화에 보였던 그의 열정과 관심을 익히 기억하고 있던 터였다.

 

그는 현재 프로듀서로 변신하여 다른 3명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Negativ사에서 무려 16개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체코 부스의 테라스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체코슬로바키아 영화계가 걸어온 발자취와 현 제작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영화제 프로그래머, 강사, 프로듀서, 다수 언론에 영화사와 영화이론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 역할까지 일인다역을 하는 그는 아마도 체코 영화계에 대한 나의 궁금한 사항을 적절히 답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체코슬로바키아 영화계에서 항상 다양한 역할을 하며 바쁜데, 올해 깐느영화제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현재, 16편의 프로젝트를 준비중에 있고, 다음 달에 열리는 Art Film Fest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국내 영화들의 세일즈도 하고 있다.”

 

- 올해 깐느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에는 체코 슬로바키아에서 어떤 작품들이 소개되는가?

 

“'주목할만한 시선'부문(Un Certain Regard)에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가 공동제작한 영화, Gyoggy Kristof 감독의 <Out>이 초청 상영되었고, Cinefondation에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공동제작한 Michal Blasko감독의 <Atlantis, 2003>이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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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코와 슬로바키아 양국은 영화 제작에 있어 긴밀히 협력하고 있나.

 

“거의 모든 영화 제작에서 양국이 협력하고 있다. 영화 대부분의 투자자금은 양방향에서 투입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전권을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영화 펀딩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70-80%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개발, 제작, 후반작업, 배급에 관한 전 과정을 개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현재,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는 한해 몇 작품 정도 제작되고 있는지.

 

“장편으로 본다면, 체코는 대략 40편 정도이고, 슬로바키아는 20-25편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해 3-4 작품 정도, 다른 나라들과 공동 제작하고 있다.”

 

5. 주로 어느 나라들과 협력하고 있는지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과 주로 협력하고 있다. 우리 영화들의 내용이 독일 시장에도 잘 맞는 것 같다. 라트비아처럼 훌륭한 펀딩 시스템이 있는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도 협력을 시작하고 있다.”

 

- 한국과 공동 제작하고 싶은 의향(意向)은 있는지.

 

“물론, 한국과 공동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우 지리적인 거리, 여행 경비, 언어 장벽 등의 문제로 쉽지만은 않을 듯 하다. 또한, 우리는 주로 백만유로에서 5백만 유로의 예산을 가진 소규모 아트하우스 영화들을 주로 제작하는 것에 반해, 한국의 영화들은 더 큰 규모의 영화들을 제작하는 것 같다.

우리는 주로 코메디나 드라마위주의 작가주의 영화들이 많고, 호로영화 같은 장르 영화들의 제작은 드문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체코와 이란의 공동제작도 가능했다. Majid Barzegar감독의 <A Very Ordinary Citizen>이 좋은 예다.“

 

- 체코 현지에서 촬영하면 어떤 잇점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체코영상위원회에서는 현지 촬영시 지출비용의 20%를 리베이트 하고 있다. 또한, 현지의 제작사들은 충분한 고급인력을 갖추고 있고, 촬영이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체코의 로맨틱한 배경은 잘 활용하면 로맨스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5년, Jinglei Xu 감독이 연출한 중국의 로맨틱 드라마, <Somewhere Only We Know>나, 2017년 아카데미 인도네시아 출품작이었던, Angga Dwimas Sasongko감독의 드라마, <Letters from Prague>도 프라하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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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뉴벨바그에 비해, 60년대 왕성했던 체코 슬로바키아 뉴웨이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할 수 있는지.

 

“60년대 왕성했던 체코 슬로바키아 뉴웨이브는 1962년 Stefan Uher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The Sun in a Net>로 시작되어 체코에서도 많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그 뒤를 이었으며, 68년 8월 공산체제가 시작되면서 막을 내렸다. 마지막 공식 상영은, 1972년, Dusan Hanak 감독의 시적인 에세이 스타일 다큐멘터리, <Pictures of the Old World>였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Milos Forman 감독의 1967년작, <The Firemen's Ball>, 1965년작, <The Loves of a Blonde>, Jiri Menzel 감독의 1968년 오스카 외국어상 수상작, <Closely Watched Trains>, Vera Chytilova 감독의 1966년작 <Daisies>, 1970년작, <Fruits of Paradise>, Jan Nemec 감독의 <On Party and Guests>, <Diamonds of the Night>등 다수가 있다.

 

대략 20여명의 감독들이 활동하였으며, 정부 지원으로 제작되었다. 이 감독들의 연출 방식은 전문 배우를 사용하지 않는다던지, 특별한 구조없이 즉흥(卽興) 연기를 사용하는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형식과 스타일이었다.

 

특히, FAMU의 교수이기도 한 유력한 Karel Vachek 감독은 정치적인 소재의 작품들을 많이 연출했는데, 시적이고 철학적인 에세이 스타일의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룬다. 그의 1968년작, <Elective Affinities>는 선거후의 당시 정치적 분위기를 잘 소개해준다.“

 

- 공산체제하의 영화계는 어떤 특징이 있었나.

 

“공산주의는 평등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영화 제작시 불구자나, 노인들, 외모가 못생긴 이들은 스크린에 등장할 수 없었다. 공산체제하에서는 이런저런 제약들로 인해, 많은 제작사들이 붕괴(崩壞)하는 현상이 생겼다.”

 

- 공산체제 붕괴후, 1990년대 초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따로 독립하면서 다시 영화산업을 부흥하는 과정은 어땠나.

 

“1991년 독립후, 1993년 공식적인 헌법이 따로 제정되면서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새로운 국가로 탄생하게 된다. 백프로 전적으로 정부 펀딩에 의존했다가, 제작사들이 스스로 투자 활로를 찾기 시작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고전영화들에서 영감(靈感)을 얻고, 소재에 다양함과 자유로움을 얻은 영화계는 새롭게 활기를 얻기 시작했다. 재정적으로 더 여유가 있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더 많은 체코가 먼저 회복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과거로부터 백프로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독립된 국가이기는 하나, 많은 경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제작을 자주 하고 있다.”

 

- 최근, 슬로바키아 감독, Peter kerekes의 역사 다큐멘터리 <Cooking History>를 무척 인상깊게 봤다. 어려운 주제를 독특한 감수성과 유머로 잘 풀어낸 것 같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다큐멘터리가 있는가.

 

“Time Lapse Filmmaking (시간경과 필름메이킹)을 잘 활용한 Helena Trestikova 감독의 <A Marriage Story>를 추천한다. 나는 흔히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 <Boyhood>로 비유하곤 한다. 6커플의 35년간의 결혼생활을 소재로 하는 인기 TV 시리즈를, 올해 한 편의 장편 영화로 소개했다."

 

-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감독들의 작품들도 알고 싶지만, 당신이 곧 미팅이 있다고 하니, 다음 기회로 미뤄야 되서 아쉽다. 바쁜데, 오늘 시간내줘서 감사하다.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

 

깐느영화제 기간의 많은 미팅과 영화 상영 스케줄에 밀려, 아쉽지만 나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과거와 현 제작 상황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가 건네준 몇 개의 디비디를 시작으로, 체코 슬로바키아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감독들의 작업을 탐색해봐야겠다. 다음달 슬로바키아 Kosice에서 열리는 Art Film Fest 영화제에서 만남을 기약하며 자리를 떠났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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