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황진이를 존경해요”

 

뉴스로=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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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 관한 얘기를 안할 수 없네요. ‘황진이’가 예명은 아니죠? 에피소드가 많겠어요.

 

“네, 본명입니다. 한자도 역사속의 황진이(黃眞伊)와 같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야 꽤 있죠. 한국에 방문할때마다 공항에선 여권을 보고 언제나 웃으시고 반가워하세요.(웃음) 누구나 한번만 들으면 기억하기 좋다고 해요. 처음에 부모님이 지어주셨을때는 좀 걱정이 됐다고 하세요. 하지만 지금 저는 아주 고맙습니다. 하는 일과 너무 관계가 많고 역사속의 황진이를 많이 존경하거든요.”

 

- 아르헨티나 방송국에서는 ‘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앵커로 데뷔했을 때 방송국장님이 어떤 이름을 사용할까 고민하셨어요. 스페인어에선 ‘ㅈ’ 발음이 잘 안됩니다. 그래도 진이로(황은 빼고) 가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진이(Jin Yi)’로 소개됐는데 한동안 국장님이 진이 밑에 ‘coreana’(한국인)라는 자막을 넣어주셨어요. 그때만해도 한국사람이 많이 없어서 중국이나, 일본사람과 혼동하지 않도록 한거죠. 한국에 대한 큰 홍보를 하셨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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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에서 1.5세로 성장하면서 어려움이 많았겠지요.

 

“제가 성동구에서 태어났는데 자양초등학교 2학년때 이민 왔어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정착한 직후에 부모님이 사기를 당하셔서 많이 어려웠습니다. 충격때문에 아버님께선 한동안 건강도 안좋으셨어요. 맏딸이라서 부모님을 따라 다니면서 어른들의 힘듬, 고생을 빨리 알게 됐죠. 말도 안되고, 어디 의지할데도 없고 이민자의 삶이 그렇게 쉽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제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방송 공부를 한다고 결심했을 때, 스스로를 많이 설득했습니다. 스페인어를 외국어로 배운 사람이 원주민들과 함께 경쟁하고 인정받고 일할수 있을지... 근데.. 이 차이점이 나쁜게 아니라 오히려 좋게 사용될수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국립방송학교 입학할 때 2500 명이 시험을 치렀는데 거기서 저 하나만 동양 얼굴이었어요. 모두 미남미녀인데다 말까지 잘하는 경쟁자들을 보고 처음엔 기가 죽었죠. 하지만 생각을 바꿨어요. 오히려 동양인이 나 하나니까 교수님들(심사위원)의 관심을 끌거라고 믿었죠. 그리고 그렇게 되었습니다. 물론 치밀한 노력이 있었지만요.”

 

- 2000년에 방송국에 입사했는데 나이도 어린 동양여성이 앵커를 맡았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라틴대륙에선 제가 최초로 한국인 앵커였어요. 일본계 후손이 전에 있었다고는 들었는데 동양사람 자체가 거의 언론에 없었어요. 저의 다른 외모가 이 나라 시청자분들 눈에 띄었지만, 어려움도 있었죠. 동료 앵커들도 저를 도와주신분도 있지만, 대단한 빽이라도 있는줄 오해한 분들도 있었어요. 나중에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는걸 알았죠.(웃음) 보이지 않는 차별로 남몰래 흘린 눈물도 있었지만 자신감과 개성이라는 나만의 무기로 헤쳐 왔습니다. 한인동포분들이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고 큰 힘이 되었어요. 그때만해도 교포분들 삶이 그렇게 쉽진 않았습니다. 스페인어를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오직 제가 나온다는 이유로 TV를 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뵈면서 이 일이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페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저를 보면 힘을 얻고 희망을 느끼신다고 언제나 격려해주셨죠.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글쎄요...부모님들이 "황진이도 했으니까, 너도 해봐" 라고 부담 주신 분들도 있던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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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앵커 시절 아르헨티나 사람보다 더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요? 외국인이 가장 어려운게 발음 문제인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그런 소리를 듣기까지 나 자신과의 싸움도 컸지만, 기술적인 면도 큰 도전이었죠. 특히 어떤 스페인어 발음(예를 들면 R, RR, F, J...)은 한국어에 없기 때문에 다른 학생보다 몇배의 노력을 해야 했어요.”

 

- 방송국에서 다양한 보직을 경험했다고 들었어요. 나중에 국제변호사 활동까지 했는데요

 

“방송국에서 2006년까지 일하면서 처음엔 앵커로만 있다가 국제뉴스 팀장으로 승진하고 메인 PD로도 일했어요. 제가 국제법을 전공한 덕도 보았죠. 법대 진학은 부모님이 사기 당한 사건으로 "이 나라 법을 잘 알아야겠다"고 어렸을 때 결심했어요. 크면서 한국인을 알리고 싶어 방송 앵커도 꿈꾸게 되었구요. 그래서 두가지를 동시에 공부했는데 나중엔 관계가 있게 되더라구요. 방송에서 법대공부가 도움 된 것처럼 법대에선 매스컴을 알기 때문에 다른 시각을 반영할 수 있었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대표로 국제법 경연대회에 참여했구요. 2009년부터 1년간 뉴욕대(NYU)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로펌에서도 실무 경험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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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이채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6년전부터 해외문화홍보원과 대사관 문화원이 주최하는 K-POP 경연대회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보니 이 나라 한류 친구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잘 알게 되었어요. 이분들을 위해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최근 아르헨한국문화원에서 열린 K뷰티 행사에서 메이크업 시연이 아주 인기가 높았어요.

 

“현지 여성들이 한국 아이돌을 통해 메이크업과 스타일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한국식 화장법도 인기가 많은데 제가 법대에서 조교수 생활도 했지만 원래 가르치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진이채널에서 한글교육과 K뷰티 교육 동영상들을 만들게 되었어요. 화장은 어렸을때부터 관심이 많았고, 앵커를 하면서 방송국에서 동양인에 맞는 화장법을 잘 몰라 저 스스로 화장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많이 연구하면서 독학했다고 할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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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어는 브라질과 몇나라를 제외한 중남미 거의 지역에서 사용하는 공통어이고 미국에서도 히스패닉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준 공용어가 됐는데요.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한국인들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스페인어를 배우신다면, 발음과 변조, 몸짓에 신경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라틴문화는 제스추어도 많고 아주 표현이 강해요. 뉴스 앵커들도 보면 라틴 문화권에서는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가 많은데요. 전에 한국의 방송국을 방문했을 때 뉴스 프로그램 인터뷰를 했거든요. 제 표정이 너무나 다양하니까 상대 앵커가 당황할 정도였어요. (웃음)”

 

(황진이씨는 자신이 고안한 ‘스페인어 리더십 스피킹’ 강의도 하고 있다. 외국어로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스페인어를 현지인들에게 가르쳐 주는 수준이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다. 그렇게 ‘리더십’의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스페인어 교수법을 개발했다. 그녀의 스페인어 리더십 스피킹은 일반인은 물론, 전문적인 스피치가 필요한 경영인, 법조인들이 코칭을 많이 받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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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한국어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요. 어린 시절을 외국서 보낸 당사자로서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세요

 

“많은 1.5세와 2세들이 한국어를 잊어버리죠. 저는 앵커로 데뷔하고 한국어를 다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한류열풍도 있고 인터넷 환경덕분에 쉽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지만 그때는 집말고는 한국과의 연결고리가 없었거든요. 저의 한국어는 이민온 초등학교 2학년 수준에서 멈춰 있었죠. 그래서 사전을 펴놓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어요. 제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두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노력을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부모님도 대화를 통해 자녀들에게 이중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게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 가족분들 소개좀 해주세요

 

부모님(황구연 조혜경)과 3녀1남인데 제가 맏이에요. 큰동생 레베카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동생 황요한은 아르헨티나에 있구요. 막내 황빅토리아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지금은 하버드에서 문리박사 코스를 받고 있습니다. (큰동생 레베카는 실리콘밸리에서 유망 벤처기업과 인재를 연결하고 벤처 지원, 육성 프로그램 회사 유누들(Younoodle)을 창업한 주인공이다. 2012년 다보스포럼의 ‘젊은 글로벌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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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한인들과 1.5세와 2세 자녀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아르헨티나의 한인이민역사는 올해로 51년이 됐습니다. 교민분들은 아주 열심히 일하셨고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대부분은 의류 사업을 하세요. 경제적으론 많이 안정이 된 편이에요. 이제는, 조금식 다른 분야로도 시각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2세중에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변겨레(30) 씨가 있어요. (변겨레씨는 지난해 4월 아르헨티나 연방정부 문화부 차관보에 임명된 주인공이다. 산타페주 로사리오에서 태어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 법대를 졸업한 국제변호사 출신으로 아르헨티나 이민역사상 처음으로 정부 고위직 인사에 올랐다.)

 

- 한류열풍이 한국과 한인들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겠지만 어떤게 더 필요하다고 보세요

 

“이제는 예술과 언론에 일하시는 교포 전문인들이 좀 더 나올 때가 아닌지 생각이 드네요. 한인사회 내부에서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류사회를 고려하고 그쪽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타진하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향후 계획을 들려주세요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라틴아메리카에 한국을 소개하는 방송을 더 키우고, 한국과 라틴의 사이에 더 좋은 다리가 됐으면 합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이쪽에 더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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