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눈표범 소녀’ 시마더, 평창에서 의미 있는 도전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 45명 중 38위 올라

 

케냐GBS=송태진리포터 taylorsong@gbskenya.com

 

 

  아프리카 케냐의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사브리나 완지쿠 시마더(19) 선수가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평창에서 의미있는 도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케냐가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시킨 여성 선수인 알파인스키의 사브리나 시마더는 지난 17일 정선에서 열린 여자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에서 1분 26초 25의 기록으로 45명의 참가 선수 중 38위에 올랐다. 이틀전 열린 대회전에서는 2차 시기에서 넘어지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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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 시마더가 정선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을 마치고 SNS를 통해 출전 사진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시마더 페이스북

 

  올림픽 무대에서 성적으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마더는 조국 케냐에서 영웅으로 통한다.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시킨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시마더는 어려운 여건으로 자칫하면 힘들게 따낸 올림픽 출전권을 스스로 포기해야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한국 기업의 도움으로 평창에 올 수 있게 된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유럽에 건너간 그녀는 오스트리아인 새아버지에게 스키를 배우며 선수의 꿈을 키웠다. 언제나 표범무늬 선수복을 착용해 ‘눈표범 소녀’라는 애칭도 얻었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시마더는 마침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알파인스키 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그녀가 한국에 오는 건 쉽지 않았다. 재정이 열악한 케냐 올림픽위원회는 동계올림픽에 선수를 보낼 여력이 없던 것이다. 결국 시마더는 값비싼 스키 장비를 한국까지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과 한국에서의 체류비를 마련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인터넷 온라인 모금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참가비를 모금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고,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향한 시마더의 꿈은 그렇게 좌절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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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도움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케냐의 영웅 사브리나 완지쿠 시마더 ⓒ시마더 페이스북

 

 

  어려움에 처한 시마더 선수에게 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동부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던 한국의 하나카드에서 시마더를 후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나카드는 시마더 선수와 가족을 비롯해 스태프 및 케냐올림픽위원회 관계자 등 총 10명의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체재비용(12만 달러, 약 1억3천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멀어져가던 올림픽의 꿈이 한국 기업의 후원으로 성사된 것이다. 

 

  지난 2월 1일,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I호텔에서 ‘사브리나 완지쿠 시마더’ 선수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정식이 열렸다. 극적으로 성사된 시마더 선수의 올림픽 참가를 축하하는 이 자리에는 권영대 주 케냐 한국 대사, 카리미 카베리아 케냐 문화체육예술부 부장관, 김우찬 하나카드 마케팅기획부 팀장 등 하나카드 및 케냐 스포츠 관계자, 그리고 케냐의 한국 교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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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선수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정식에서 한국의 하나카드 관계자가 케냐 올림픽위원회 측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케냐 올림픽위원회

 

 

  케냐 출신 선수가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이 행사장에 가득했다. 2003년 2시간 5분의 벽을 깨며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육상 영웅’ 폴 터갓(49) 케냐 올림픽위원장은 “한국의 도움으로 시마더가 큰 도전에 나서게 됐다”며 평창에서 그녀의 활약을 기원했다. 존 은구기를 비롯해 88 서울 하계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세 명의 케냐 메달리스트들은 시마더 선수가 한국에서 한 번 더 케냐 국민들에게 기쁨의 소식을 전해달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카리미 카베리아 문화체육예술부 부장관은 ‘시마더는 우리의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며 케냐 국민이 그녀의 동계올림픽 참가에 얼마나 큰 가치를 두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세계 최고들의 경연장인 올림픽 무대에서 비록 실력으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마더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도전은 많은 사람들의 꿈과 소망과 담고 있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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