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만 4만4천여점 25% 산재

일본 42.2%..문화재 환수 전략 재정립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기획취재 시리즈>

 

 

Newsroh=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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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뮤지엄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본래 불교용어지만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들을 떠올릴 때 이보다 적절한 당위성을 내포하는 사자성어를 찾을 길이 없다. 우리 한민족의 건국역사는 거발한환웅이 배달국(倍達國)을 세운 BC3898년을 기준할때 5916년에 이른다. 숱한 전쟁과 외부의 침략 등 질곡의 역사가 있었지만 가장 뼈아픈 시기는 19세기 후반부터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까지 약 70년의 세월일 것이다.

 

이 기간 무수히 많은 역사서가 훼손 멸실되고 엄청난 문화재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뼈아픈 식민의 모욕을 안긴 일본은 조직적으로 역사왜곡과 문화재 빼돌리기를 자행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2017년 현재 16만342점에 이른다. 이 중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6만7,708점(42.2%)이 일본에 있고, 4만4,365점(27.7%)이 미국에 있다. 이어 독일 1만940점(6.8%), 중국 9,806점(6.1%), 영국 7,945점(5.0%), 러시아 5,699점(3.6%), 프랑스 2,896점(1.8%) 등 세계 20개국에 흩어져 있다.

 

그러나 이는 공식 확인된 최소치일뿐 개인이 소장하거나 불법반출의 특성상 공개되지 않은 유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일제시기에 불법 반출된 것들이다. 대구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오쿠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는 1921년부터 한반도의 문화재를 엄청나게 도굴, 수집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수집한 유물들을 밀항선에 싣고 일본으로 달아났다.

 

이른바 ‘오쿠라 컬렉션’에는 그림과 조각 공예 복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 시기의 한국 유물이 포함돼 있고, 특히 신라금동관모 등 39점은 일본의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정도이니 보물적 가치가 논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쿠라가 한반도에서 도적질해간 문화재들은 사후 도쿄 국립박물관에 기증된 1100여점을 비롯, 공식 확인된 것만 2200여점을 은닉한 것까지 포함하면 4천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1965년 한일협정때 우리 정부가 일제 강점기 약탈 문화재 반환 요구를 한 바 있다. 이에 일본은 ‘정당한 방법에 의해 들어온 유물이라며 ‘기증’ 형식으로 1432점을 반환했으나 대부분 문화재 가치가 형편없는 것들이었다.

 

특히 오쿠라 컬렉션은 민간이 소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해 한 점도 반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자칫하면 한국에 보물들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을까.

 

한일협정 이후 일본에선 ‘오쿠라 컬렉션 보존회’가 설립됐고, 1982년 오쿠라의 아들이 유물들을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된 오쿠라 컬렉션은 현재 정부 소유가 됐지만 일본은 한일협정으로 반물 문화재 문제는 해결됐으며, 오쿠라 컬렉션이 불법 반출됐다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 다음으로 반출 문화재가 많은 곳은 흥미롭게도 미국(4만4,365점)이다. 반출 문화재 4개중 1개꼴로 미국에 있는 것이다.

 

 

미국 도난 11점 문화재 자료사진.jpg

미국에서 회수된 도난 문화재들

 

 

미국에 이렇게 많이 유출된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의 혼란, 우리것을 업수히 여기는 풍토와 무지로 국보급 보물들이 거의 무방비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렇다할 역사적 유산이 없는 신생 강대국 미국은 서구 제국주의의 일원으로 해외의 문화재 수집에 열을 올린 터라 한국은 아주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정확한 비율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 우리 문화재가 유출된 시기는 해방이후 미군정이 시작된 1945년부터 1960년대 초반에 집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문정왕후 어보 등 궁에 보관하던 조선 왕실의 인장과 어보 상당수가 한국전쟁 기간중 미군 사병들에 의해 전리품처럼 약탈됐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대미의존도 등 미국의 존재가 절대화되면서 우리 문화재의 미국 유출은 가속도가 붙었다.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에는 한국의 관리와 고급군인, 지주 등 기득권층이 우리 보물급 문화재들을 미국 관리에게 뇌물로 갖다 받치는 장면들이 묘사돼 있다.

 

그렇게 유출된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가 하버드대학의 ‘헨더슨 컬렉션’이다. 헨더슨 컬렉션은 미군정기와 박정희 정권시절 주한 미대사관 문정관을 지냈던 그레고리 헨더슨에 의해 수집된 한국 문화재들이다. 이 유물들은 1988년 헨더슨이 사망하고 3년후 부인이 하버드 대학에 기증한 것들이다.

 

 

korean ceramics 헨더슨컬렉션 - Copy.jpg

 

 

가야토기와 고려상감 청자 등 4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보물급 도자기 150점을 하버드는 ‘하늘아래 최고(First Under Heaven)’라는 타이틀로 특별 전시해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고려청자는 버드가 아시아 컬렉션 중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할만큼 현존하는 청자 중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문화재들이 해외에 퍼져 있지만 환수율은 지난 수년간 6% 수준에 머물만큼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문화재 환수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반출 경위의 불법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은 일본에 비해 미국은 문화재의 불법 반출 경로가 확인되면 적극적인 반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2년 이후 미국에서 돌아온 130여점의 문화재가 그렇다. 재미동포사회, 본국 정부와 민간단체, 관계기관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반출 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수년전 본국의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스님)가 LA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발견한 문정왕후 어보를 비롯한 왕실 인장은 한국전쟁 기간중 미군에 의해 도난된 것이라는 자료가 제출되고 뉴욕한국문화원 등 미주한인불교단체와 LA한인사회 등이 끈질긴 문제제기를 한끝에 박물관측으로부터 공식 반환의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이들 문화재는 본국으로 귀환하지 못했다. 미국의 국토안보부가 도난된 물건을 조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압류한 상태에서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방문시 일부가 돌아오는 등 두차례에 걸쳐 반환이 이뤄졌다. 최종 마무리 되기까지 정치적 해결 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국외 582곳에 소재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는 2017년 7월까지 총 12개국으로부터 모두 9,882점이 환수됐다. 미국의 경우 2.8%에 해당하는 총 1,262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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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왕후 어보

 

 

해외 반출 문화재를 환수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도난과 약탈 등 불법 반출의 증거가 있는 유물은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구하는 정공법을 쓰는 것이다. 둘째는 경매에 나오는 유물이나 소장자가 확인된 유물을 정부나 문화재 관련 기관이 사들이는 것이고, 셋째는 소장자로 하여금 왜 이 유물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지 설득하여 기증하는 형식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에서 그간 환수된 문화재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있는 것들은 기증(928점), 구입(160점), 수사공조(10점), 협상(5점)을 통해, 민간의 경우 모두 기증(159점)을 통해 이루어졌다.

 

보스턴미술관과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워싱턴 스미소니안 미술관, 뉴욕공공도서관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술관과 도서관에 있는 우리 문화재중에서도 환수 가능성이 있는 유물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미술관엔 부처님의 사리와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사리 등이 담긴 라마탑형 사리구가 소장되어있다. 2009년부터 환수노력이 있었고 진척도 되었으나 한국정부와 미술관의 이견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브루클린 미술관엔 조선시대 임금의 투구와 갑옷이 각 2점씩 소장된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워싱턴 스미소니안 박물관 수장고엔 일본 칼로 둔갑한 조선의 검을 비롯한 많은 국보급 보물들이 잠자고 있다.

 

따라서 소장 경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환수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한편, 동포사회의 관심을 늘리고 주류사회에 반환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국과 공조하여 치밀한 환수전략을 통해 우리 문화재가 제 자리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해당 박물관 수장고(收藏庫)에 잠자고 있는 많은 우리 문화재들을 공개하도록 설득하고, 이들에 대한 본국에서의 영구임대 전시, 궁극적으로 완전한 환수가 되도록 단계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갖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해외 반출 문화재에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행했던 시기, 해외로 마구 반출된 우리 문화재들이 고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관련 민간단체들을 적극 지원,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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