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명호 회장] 경청하는 리더십, 투명한 재정집행, 국익 위한 공공외교 다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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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속 최연소 승진을 거듭해 플로리다주 교통부 4&6지구 관리청장에 오른 김명호(49)씨. 지난 9월 1일자로 민부평통마이애미협회의 회장에 임명되었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생각지도 않았는데… 놀랐습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왜 계속 저에게 과분한 직분이 맡겨졌나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많이 받았으니 많이 돌려주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9월 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마이애미협의회 제20기 사령탑에 오른 김명호 회장(49)의 소감이다. ‘토색(늑탈)한 일이 있으면 10배나 갚겠다’고 한 성경 속 인물이 떠오를 정도로 김 회장은 ‘빚진자’의 심경을 토로했다. 누구가에게 깊은 원한이나 금전적 손해를 입힌 과거가 있는 것일까.

충청북도 영동 산골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김명호 회장은 당초부터 강압적인 의미의 ‘토색’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군림하려 든다거나 금전문제로 뒷말이 오간 적이 없는 산뜻한 이미지를 한인사회에 보여줬었다. 마이애미 지역의 한 원로가 “한 숨 놓았다”는 말로 그의 임명을 반겼을 정도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마치고 1999년 게인스빌 소재 플로리다대학(UF)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수학을 워낙 좋아했고 성적이 우수했던 김 회장은 대학시절의 지질학 전공에서 난도 높은 수학실력을 필요로 하는 토목공학으로 전공을 바꿔 2001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 대학 토목공학과는 미 전역에서 손꼽히는 학과로 잘 알려져 있다.

최연소 지반국장-관리청장에 오른 '영동 촌놈'

토플을 만점 맞았을 정도로 영어실력도 뛰어났고, 학업성적도 좋았던 그에게 지도교수는 박사과정을 권유했지만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는 게 좋았고, 재정적인 압박에서도 벗어나고 싶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천운인지 처음부터 잘 풀려나갔다. 명소가 된 트럼프 타워와 하얏트 호텔 등 5년여 동안 주요 건물의 설계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인정 받더니, 2006년 주 교통부 지반국장 수석보좌관으로 전격 스카우트 된다. 이때만 해도 김명호 회장의 ‘최종적인’ 꿈은 지반국장이 되는 것이었다.

관리청장 산하에 지반국(Geotechnical Engineering), 도로국(Pavement Engineering), 구조국(Structural Materials Engineering), 관리국(Materials Operations) 등이 있는데, 그가운데 지반국 일이 전공에도 맞고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지반국에는 난다 긴다 하는 ‘쟁이’들이 포진해 있었고, 저마다 꿈을 꾸고 있었다.

5년만인 2011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무려 20명이 지반국장 자리를 노렸고, 다른 직원들에 비해 아직은 경력이 짧고 나이도 어린 김 회장도 도전했다. 스스로는 ‘무모하지만 언젠가는 이루고야 말 꿈’ 정도로 여기고 ‘안 되면 다음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덜컥 지반국장으로 뽑혔다. 그것도 최연소로.

그는 대인관계나 직장생활에서 ‘신뢰’를 최우선으로 꼽아왔고, 일터의 분위기를 밝고 즐겁게 하는 일에 힘써 왔는데, 이런 점 때문에 늘 좋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뢰와 즐거운 분위기가 가져오는 일의 효율성을 굳게 믿고 맡겨진 일에 충실했다는 첨언이었다.

직원들은 김명호 국장을 잘 따르면서 정말 신나게 일했다고 한다. 그때의 성과와 경험 때문이었는지 6년 만에 남부 플로리다를 아우르는 4&6지구(전체 8개 지구) 관리청장에 오르게 된다. 이번에도 최연소였다. 플로리다 교통부는 산하에는 5개 지역 관리청장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남부플로리다 지구 청장에 오른 것이다.

김 회장 스스로 놀랄만큼 승승장구를 거듭하자 '영동 촌놈이 받은 과분한 은혜'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느닷없이 찾아온 행운 앞에 약간의 불안감도 들었고, '이게 왠일인가' 싶어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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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교통부 관리청 소속 직원들과 함께 작업 현장에서 포즈를 취한 민주평통마이애미협의회 김명호 회장. 어울려 함께 일하는 직업이 좋아서 박사과정을 마다하고 주 교통부에 발을 들여 놓았다. ⓒ 김명호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스티브 서 변호사였다. 스티브 서 변호사는 상당 기간 알게 모르게 법적 어려움에 처한 한인들을 돕는 것은 물론 1.5세와 2세 한인 청년들을 모으고 자선활동을 하는 등 마이애미한인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오던 인물이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17대 평통협의회장에 임명된 서 변호사가 어느날 김 청장에게 연락해 대뜸 ‘평통 같이 해보자’고 권유했고, 김 청장도 크게 주저하지 않고 동의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둘은 의기투합, 마이애미협의회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모범적인 협의회를 이끌었다. 당시 여러건의 <코리아위클리> 보도에 따르면, 행사나 사업도 회장단과 일반회원들 사이의 협조체제가 잘 이뤄져 시종 꼼꼼하고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김 회장은 당시의 일을 회고하며, 스티브 서를 만나 평통을 알게 되고 비로소 조국이 처한 현실과 평화통일에 관심을 갖게된 점을 생애의 큰 소득으로 여기고 감사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후 스티브서와 함께 플로리다한인권익신장협회(KCE)를 결성해 한인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독려 캠페인', '마스크 나눔행사'. 아시안 문화페스티벌, 한인 차세대 리더십 세미나, 주니어 리더십 컨퍼런스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벌이며 한인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종종 말썽이 빚어져온 일부 평통협의회의 리더십 문제와 재정집행 및 결산과 관련하여 손사레를 치며 ‘옛날에 해온 대로 꼼꼼하게 챙기겠다’라고 다짐하고 “어느때보다 뒷말 없고 행복한 평통이 되도록 하겠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혹 인터뷰 기사를 사전에 볼 수 있을 지’ 무리한 부탁을 할 정로 세심한 그에 대한 기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다음은 김명호 신임 협의회장과의 인터뷰 요약이다. 인터뷰는 지난 9월 2일 오후 6시 줌 영상으로 약 1시간 반 동안 이뤄졌다. 20기 평통은 2주 후 줌 상견례를 가진 후 10월 중순께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많이 받았으니 세 배나 갚겠다"

- 20기 평통마이애미협의회장에 임명된 소감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놀랐다. 17기, 18기 위원들과 주변의 추천이 있었던 듯하고 본부 측도 이를 인정해줘 감사할 뿐이다."

- 주 교통부에서 활약도 대단한데, 평통협의회장도 맡게 됐다. 압박감은 없나?
"임명 소식을 듣던 날, 밤 충청도 골짜기 출신인 나에게 왜 하나님이 중요한 일들을 계속 맡기실까, 부부가 함께 곰곰 생각해 봤다. 많이 받았으니 많이 되돌려 주라는 뜻이었다. 세 배나 갚겠다는 각오로 일하겠다."

- 평통위원(48명) 명단을 보니 지역적으로 심하게 편중된 점이 눈에 띈다. 가령
탬파 20명, 잭슨빌 14명, 마이애미 9명, 올랜도 5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권한 밖이다. 평통위원은 총영사, 현 협의회장, 전 협의회장들의 의견을 들어 (본국 사무처가) 임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평통위원 일을 하게 된 계기는?
"어느날 스티브 서 변호사가 ‘함께 일해보자’는 연락이 왔고, 느닷없이 간사 일을 맡게 됐다. 서 변호사와는 마이애미에서 한인 1.5세와 2세 등을 모아 봉사활동을 해 왔다. 서로 지향점이 같고, 동년배이지만 존경하는 분이었기에 쾌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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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 참전 베테랑들과 함께한 김명호 회장.(뒷줄 오른쪽 첫번째) 스티브 서 변호사(두번째)와 함께 한인 1.5세, 2세 청년들을 위해 단체를 만들어 다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 김명호
 
- ‘민주평통일자문회의’는 명칭 그대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정부기관이다. 평소부터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
"솔직이 처음엔 뭐가 뭔지도 몰랐다. 간사 일을 맡고 나서 ‘평통’의 궁극적 목적이 ‘평화’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나름 배우려고 노력했다. 본국과 마이애미 협의회에 참여하면서 강의도 듣고 세계 각국의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극도 받고 보람도 느끼고 애국심도 생겼다. 평통을 통해 갖게된 일생의 소득이다."

- 현재 마이애미협의회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위원들(48명)의 의견을 존중하고 종합하여 화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 주류사회 인물들을 대상으로 공공외교를 펼쳐 평통 사업도 설명하고 (한국의) 평화통일 정책에 도움을 주도록 이끌려고 한다. 통일 글짓기, 골든벨 등 기존의 사업도 잘 계승 발전시키겠다."

"서로 신뢰하는 평통, 행복한 평통 만들 터"

- 마이애미협의회가 개선해야 할 점은?
"제가 주 교통부 승진 인터뷰를 할 때 담당관이 ‘사람들이 너를 보고 무슨 단어를 떠올릴 것인지 말해보라’고 했다. 이때 ‘신뢰할 수 있는 사람(a trustworthy person)’, ‘직장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a person who makes the workplace happy)’이라고 답했다. 승진이 된 후 늘 이 두가지를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평통에서도 이를 적용하려 한다. 서로 신뢰하는 평통,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평통으로 만들겠다."

- 과거 일부 평통에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회장과 일부 위원들 간에 심한 갈등이 일면서 ‘평화통일’을 논의해야 하는 평통이 내부 싸움으로 정체성에 대한 회의가 일기도 했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리더’란?
"리더의 덕목은 ‘신뢰’와 ‘존중’이 아닐까 한다. ‘다름’을 인정해주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는데서 신뢰와 존중이 생긴다고 본다. 협의회 내에는 축적된 경험을 들려줄 어르신들도 많고 재능이 있는 분들도 많다.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 리더로서 전 미국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강력한 협의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 지난 십 수년 동안 일부 평통의 예산집행 및 결산과 관련하여 여러차례 말썽이 일었다. 이로인해 내부 불화는 물론 본국 사무처에까지 알려져 진통을 겪은 적도 있다. 20기 재정집행 및 결산과 관련하여 대책은?
"(손을 내 저으며) 아, 그 점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17기 당시 간사를 하면서 투명하고 깨끗하게 집행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국민 혈세에서 나온 평통 지원금과 위원회비는 ‘공금’이 아닌가. 내 스스로 재정에 관한한 ‘프로 중 프로’라고 생각해 왔다. 미국 공무원 생활 16년 동안 한번도 문제가 없었다. 직원들에게는 내 돈 아껴쓰듯 공금을 쓰라고 했고 잘 따라줬다."

- 그간 해외평통위원들 중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름과는 달리 ‘민주’와 ‘평화’와 ‘통일’에 걸맞지 않은 인사들도 있었다. 엉뚱하게 반평화통일 집회를 해서 본국 국회(우상호 의원실)에까지 알려져 국회에 보고된 적도 있다.
"한국인이라면 ‘평화’에 대한 기본 인식이 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불화로) 서로 고통받기 보다는 어떻게든 평화를 지속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본국 사무처의 지침에 잘 따르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청취하도록 노력하겠다."

- 현재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있다. 김 회장의 생각은?
"남북관계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중.일.러 등 주변국가들과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어서 쉽게 답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깊은 얘기는 (정책) 전문가들의 몫이기도 해서 제가 말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국제사회 (특히) 미국민들이 한국상황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도록 만드는 중요하다고 본다. 즉 우리의 (평화통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공공외교를 평통이 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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