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이시 의회, '선다운 시티' 아닌 '선라이스 시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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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이 시의회가 100여년전 흑인 학살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선언서를 도출해냈다. <자료사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올랜도에서 서쪽으로 약 12마일 떨어진 오코이시가 인종차별에 따른 비극적 사건 100주년을 맞아 학살 인정과 함께 치유를 위한 일련의 조치를 시행해 나가고 있다.

시 의회는 19일 시 정부 소속 인권 다양성 자문위원회(Human Relations Diversity Board)의 제안에 따라 1920년 11월 2일에 지역에서 발생한 흑인 학살사건이 백인 무장 폭도들에 의한 것임을 공식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선언서를 도출해 냈다.

오코이는 과거의 흑역사를 상징하는 '선다운 타운'으로 불렸던 지역 중 하나로, 이 지역은 흑인들이 해가 진 다음에는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는 통념이 자리잡아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가 앞장 서서 어둠을 제거하고 새 날을 맞아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선다운 타운은 보통 지자체법이나, 위협 혹은 폭력에 의한 강압으로 이뤄졌다. 심지어 일부 시들은 시 경계에 흑인을 금하는 경고판을 세워놓기도 했다.

올해 오코이 역사상 첫 흑인 시의원이 된 조지 올리버 3세는 "흑인들은 결코 선다운 타운에 들어가기를 원치 않았으나 필히 방문해야 할 경우 해가 지기 전에 동네를 빠져 나와야 했다"며 "이제 오코이가 달라졌음을 대중들에게 알릴 때가 됐다"고 전했다.시 의회의 선언서는 바로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선언서는 오코이 사건이 인종적 학살(racially motivated massacre)이었고, 흑인 주민 모두가 시에서 도망 나가게 만들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또 선언서는 "오코이는 더 이상 선다운 시티로 알려져서는 안되며, 모든 시민 위에 화합, 정의, 번영이 내리는 선라이스 시티임을 밝힌다"고 적었다.

시 의회는 학살 100주년이 되는 2020년에 헌정비를 세울 계획도 발표했다.

흑인 투표가 사건의 발단, 흑인 수십명 사망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오코이는 1920년 11월 2일 대통령선거를 위해 모스 노먼이라는 흑인이 투표소에 갔다가 백인들에 의해 저지 당했다. 그러자 노먼은 권총을 소지한 채 재차 투표소를 방문했다.

이에 화가난 백인들은 노먼을 쫓아냈고, 이어 폭도들을 모아 노먼을 찾아다니다 그를 숨겨 주었음직한 줄라이 페리라는 흑인의 집을 찾아가 포위했다. 사업가로 흑인 투표를 장려해 왔던 페리는 총을 쏘며 위협을 가했다. 그러자 백인 폭도들은 오렌지 카운티의 전 경찰 간부 등 치안 관계자들과 베테랑 등 지원자들을 불러들여 밤새 흑인 가옥 24채를 불태우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부상당한 페리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감옥으로 이송되던 중 린치를 당해 도로 전봇대에 매달려 죽었고, 흑인 수십명이 폭동 과정에서 죽거나 사살당했다. 나머지 흑인들은 오렌지밭이나 숲, 혹은 이웃 동네에 숨어있다 자신들의 집과 소유물을 정리하지 못한채 떠나야만 했다.

이 사건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비참한 유혈로 점철된 하루’로 간주되고 있으며, 반세기 동안 유색인종이 오코이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사건이 발생하기전 오코이시 흑인 인구는 약 500명이었다. 이후 1940년, 1950년, 1960년, 1970년 인구 조사에서 오코이시 흑인은 전무 상태였으며, 1980년 들어 겨우 29명이 등재됐다.

그러나 가장 최근 인구 조사에서 시 인구 4만6천명 중 흑인21%, 히스패닉 2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코이의 빠른 성장에는 올랜도 외곽을 잇는 벨트웨이 확장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지역은 벨트웨이 429와 턴파이크, 올랜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유료도로 408, 그리고 408과 평행을 긋는 지방도로 50번이 인근에서 교차되는 교통 요지이다.

한편 11월 초 올랜도 그린우드 장례공원에서는 줄라이 페리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4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내셔널 린칭 기념관을 개관한 비영리 단체인 '평등한 정의 이니셔티브’(Equal Justice Initiative) 올랜도 실행위원회는 그린우드 묘지 내 옛 흑인 구역에 있는 페리의 묘에서 채취한 흙을 유리병에 담아 기념관에 전시했다. 내셔널 린칭 기념관은1877년부터 1950년까지 인종차별로 교수형, 화형, 익사, 구타 등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묘역에서 흙을 채취해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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