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인종 분리로 되돌아 가고 있다" 주장

(올랜도)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 초등학교에서 등하교 시간에 유독 흑인 학생들을 많이 실어 나르는 학교 버스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백인 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교에서는 확연히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철폐 정책 중 하나로 유색인종 비율이 편중되어 있는 지역 교육구는 법적 명령을 내려 인종을 분산시켜 왔다. 일명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Brown vs Board of Education)' 판결 덕분이다.

1954년 미 연방 대법원은 캔사스 교육구를 상대로 지역 유색인종협회(NAACP)가 낸 소송에서 흑인과 백인 학교를 구분한 것은 위법이라고 선언, 교육계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법원이 인종적 학교 분리를 위법으로 선언한 후에도 미 남부 지역의 흑인 학생들은 35년동안 흑인이 대다수인 학교에 출석했다. 그러나 학교들은 법원의 감독 아래 서서히 인종 혼합 정책을 추구했다.

현재 우수 교육 프로그램이나 매그넛 스쿨 등이 특정 인종이 다수인 지역 학교에 심겨진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학교 버스 서비스를 제공해 타 지역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흑인 밀집 지역이 있는 교육구의 경우 이곳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동네 학교가 아닌 주변 학교로 분산시키는 정책도 펼치게 됐다. 흑인 학생들을 주로 싣고 내리는 학교 버스는 이같은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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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 북부 세미놀 카운티 그린우드 레잌스 중학교 등교시간에 학교 버스들이 당도해 있는 모습. 세미놀 카운티는 연방법원의 인종 혼합 정책 감독에서 벗어난 지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는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 다운타운 서쪽에 있는 패러모어는 대표적인 흑인 밀집 지역으로 이곳은 5백여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의 주거지이기도 하다.

1.5 스퀘어 마일 동네에는 아예 학교가 없다. 이는 정부의 인종 편중 방지 정책에 따른 것으로 오렌지 카운티 교육구는 43년 전에 패라모어에 마지막 남아 있던 학교를 폐교 시켰다. 학생들이 동네학교에 다니는 것을 억누르기 위한 조치였다.

이곳 학생들은 아침이면 줄줄이 당도하는 학교 버스를 타고 5마일 반경 내에 있는 8개 학교로 뿔뿔히 흩어진다.

그런데 앞으로 이 학교 버스들은 역사적 유물이 될 전망이다. 동네에 챠터스쿨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챠터스쿨은 자율적 행정과 교육이 보장되는 공립학교로, 일종의 대안학교이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챠터스쿨이 다시 인종 편중의 길을 트게 될 것이라 예견하고, 또 한편에서는 챠터스쿨이 가난과 범죄가 오래 토착화한 동네를 개선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반면 오렌지 카운티 교육구측은 새 학교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한다. 이곳 챠터스쿨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담고 저녁과 주말 시간에도 수업을 오픈하며 가족을 위한 소셜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동네 아이들을 주변 8개 학교로 실어 나르는 것이 미친 짓이라며 새 학교의 아이디어를 반기고 있다. 자녀들이 동네 학교에 출석하면 부모들과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고 자연 교육 환경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반면 챠터스쿨 하나가 들어선다고 동네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며 비관하는 측도 있다.

서서히 변모하는 패러모어, 챠터스쿨도 가세

올랜도 다운타운을 가르는 주간고속도로 I-4가 다운타운으로부터 패러모어를 분리시키려는 일부 행정가들의 묘수로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게 됐다는 주장이 있을 만큼 패러모어는 오랫동안 흑인들의 주거지가 되어왔다.

가난과 범죄로 중산층 흑인 가정들은 이미 십수년 전에 이사를 나갔고 현재도 주민들의 이동이 심해 '우리 동네'라는 개념이 희박한 곳이다. 이웃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네 아이들의 88%는 흑인이며, 지역 주거지 10곳 중 9곳은 임대용이거나 빈 집이다.

이같은 지역에 챠터스쿨을 세우는 것은 일부 지적처럼 다시 인종이 분리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패러모어와 같은 움직임은 뉴올리언즈 등 전국에서 일고 있는 추세이다.

일부 교육가들은 인종분리 철폐가 숭고한 뜻에서 나왔지만 보다 나은 시스탬이 등장할때까지 학생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UC 버클리대 연구에서는 인종 분산 학교에 출석하고 있는 흑인 학생들이 인종 분리 지역 학교 학생들 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1955년부터 1985년 사이에 태어난 아동 그룹을 2011년까지 추적 조사한 자료를 분석한 이 연구는 흑인들에게 학교 인종분리 폐지는 교육적 성취와 함께 수입 등 삶의 질을 높이고 범죄율을 낮추며 건강개선에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흑인 학생들이 동네 학교를 다닐 경우 다른 학생들과 경쟁할 기회를 상실하고, 중산층 학생들과의 교류도 잃게 되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오렌지 카운티 교육구 측은 패라모어 챠터스쿨이 좋은 성공 모델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학교에는 보이스 & 걸스 클럽, 프리스쿨 프로그램, 소셜 워커 및 의료진과의 파트너십 등을 상존시킬 계획이다. 지역 유명 호텔리어인 해리스 로젠은 학생들의 대학 장학금 제공을 언급하고 있다.

또 수년 전부터 패러모어 외곽 지역에 프로농구 매직 경기장, 법원 건물 등을 유치해 온 지역 관리들은 동네 주체였던 흑인들이 결국 내몰려 나갈 것이라는 일부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암웨이 공연장 자리에 '크리에이티브 빌리지' 조성 계획을 세우는 등 중산층 가정을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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