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화장 인정, 보수파는 전통 장례 고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미국에서 전통 장례 대신 화장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종교인들은 여전히 화장을 꺼려하고 있으며, 특히 유대인 사회에서 화장은 논란거리이다.

최근 유대인들이 밀집돼 있는 마이애미 지역에서는 유대인 회당 회원이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법과는 거리가 먼 화장을 요구하고 나서 노회가 이를 해결하고자 전전긍긍하는 일이 있었다.

<마이애미 선센티널> 27일자에 따르면, 지역 유대인 랍비들은 회당 회원인 한 여성이 최근 사망한 자신의 남편을 화장하려는 것을 알고 이를 만류하기 위해 빗발치는 전화 공세로 설득하고 나섰다. 유대인 리더들의 주장은 완고했다. 성경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그의 아내 사라를 매장했던 방식 대로 시신을 장사해야 한다는 것.

랍비들은 여성 회원을 설득하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장례자금 보조 단체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랍비들이 유대인 전통 장례의 번거로움과 화장의 10배가 넘는 비용을 보조해 전통 장례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유대 전통 장례는 평균 1만불 이상이 소요된다.

유대인 전통 장례는 시신을 씻는 엽습 후에 시신이 땅에 묻히기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왓치맨(감독)의 동석 아래에서 이뤄진다.

유대인이라고 해서 화장을 완전히 금기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대주의 3대파 중 하나로, 미국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개혁파'는 화장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파 지도자들은 화장에 대해 여전히 불편해 하는 것도 사실이다.

보카라톤 소재 개혁파 회당인 탬플 베스 엘의 단 레빈 랍비는 "회원들은 유대 전통을 오늘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지 각자 결정하고 있다"며 상당수 유대인들이 여러 이유를 들어 화장을 선택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일부 유대인들은 비용 부담 외에도 땅속에 묻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있으며, 무덤을 방문할 가족이 별로 없고, 불필요하게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들로 인해 화장을 택한다는 것이다.

플란테이션 소재 라마 샬롬 회당의 앤드류 제이콥스 랍비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화장을 원했으나 그는 전통 장례를 치룰 것을 적극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화장이 당사자의 진정한 바램이라면 이 또한 심사숙고 해야 한다"며 "이는 마치 자신의 육신을 실험실에 기부하려는 데 주위에서 말리는 것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 역시 비 도덕적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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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랜도 지역의 대표적인 장의사인 '볼드윈 페어차알드 퓨너럴 홈'. ⓒ Baldwin Fairchild Funeral Home
 
보수파 유대인들, "나치에게 화장당한 악습 따를 수 없다"

반면 보수파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여전히 화장을 거부하고 있다. 또 이들이 화장을 극구 싫어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독일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들은 강제 수용소 생활 뿐 아니라 선택의 여지없이 화장을 당해야만 했고, 유대인 사회는 이를 처절한 악몽이자 비극으로 여기고 있다.

보카라톤 정통 유대파 에프렘 골드버그 랍비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육신이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때 영혼은 편함을 느낀다고 사람들에게 말해 준다"면서 "나치가 유대인들을 화장시켰는데, 왜 우리가 그들의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다뤄야 하느냐고 감정을 다독인다"고 전했다.

마게이트 소재 탬플 베스 엠의 폴 플랏킨 랍비도 나치 포로 수용소를 경험한 유대인 사회에서 화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상당한 배짱이 필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종교인들 사이에서 화장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미장례행정협회(NFDA)에 따르면, 미국의 화장율은 1980년 9,72%에서 2014년에는 36%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장례비는 1809불에서 6560불로 올랐다.

유대인 화장율은 로스앤젤레스 10%, 남부플로리다 9%, 뉴욕과 볼티모어는 7% 그리고 워싱턴 디시는 약 5% 정도로, 전국 평균을 훨씬 밑돌고 있다.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장례식장을 운영중인 거터맨스 업체는 유대인 장례 비용이 보통 1만 4000불 정도이며, 여기에는 장지 7000불, 종교 예식비 7000불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경제 침체 속에서 재정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유대인 화장율도 덩달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부유층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지상 무덤(mausoleum)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상 무덤은 값이 비싸지만 땅 속에 묻히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수요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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