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주 교육위원회 새 규정 채택, 찬반 논쟁으로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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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경찰의 과잉진압에 따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 후 전국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사진은 플로리다 올랜도시 다운타운에 집결한 시위대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플로리다주교육위원회(State Board of Education)는 올해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Critical Race Theory·CRT)을 가르치지 말라는 새로운 규정을 채택했다. 이로인해 교육계와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이 일고 있다.

우선 CRT라는 용어가 생소해 관심을 끌었고, 강경 공화파인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밀어부친 이 규정 채택에 대해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1970년대 중반에 몇몇 법학 교수들이 발전시킨 이론으로, 미국 내 인종차별이 제도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즉 백인 우월주의는 개개인의 명백하고 고의적인 편견 때문이라기 보다는 복잡하고 종종 미묘하기기까지 하며 제도적인 역학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단히 플이하면 인종주의가 개개인의 성품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인식이다.

지극히 학문적인 이 용어는 지난해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눌러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구조적 인종차별에 관한 담론이 형성되면서 튀어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 기구의 인종차별 금지 훈련 프로그램에서 CRT 등이 들어간 내용을 빼도록 지시하면서 정치권으로 번지기도 했다.

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이 지시를 철회했지만, 플로리다를 포함해 공화당이 주도하는 보수 성향의 주에서 CRT 교육을 금지하는 결정을 재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올랜도 센티널> 등 지역 매스컴들에 따르면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드샌티스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나라를 증오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막기를 원한다며 비판적 이론(CRT) 수업 금지에 대한 새 규정을 옹호했다.

6월 10일 규정 채택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잭슨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주지사는 학생들이 노예제나 민권운동에 대해 배우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얘기를 듣지 않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지사는 학생들이 "건국의 아버지들을 폄하하고, 미국 혁명을 폄하하는" "허위의 역사"를 배우는 것을 방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주지사를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과 교육 관련 단체장 30여명이 참석했고, 전 주지사와 현 주지사에 의해 임명된 7명의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규정을 승인했다.

비판적 인종이론 교육 금지 규정을 제안한 톰 그래디 교육위원회 위원은 교사들이 미국 역사를 "재창조"하려는 <뉴욕타임스>의 1619프로젝트와 같은 자료들에 의존해 역사를 '왜곡'할 수 없다고 말했다. 1619프로젝트는 미국 노예제도, 흑인들의 경험 및 공헌에 초점을 맞춰 미국 역사를 재탐구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역사학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플로리다 교육부의 K-12학년부 부장인 제이콥 올리바는 새 규정이 교사들로 하여금 주의 학습 기준을 따르고 교실에서 "악행"을 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새 규정은 교사들이 "개인적인 견해를 공유하거나, 주 기준에 맞지 않는 특정한 관점으로 학생들을 세뇌시키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시한다.

현재 플로리다 공립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 공화당 출신 의원들은 주내 대학과 커뮤니티 칼리지에서도 비판적 인종이론를 가르치는 것을 금하는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보 "역사를 은폐하려는 것" vs 보수 "모든 제도에 증오심 조장"

한편 새 규정 채택 전후로 매스컴과 소셜미디어에서 열띤 찬반 논쟁이 일어났다.

비평가들은 주지사와 그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학교가 인종주의와 그것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백인들에게만 초점을 두지 않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잭슨빌 북부연합(Northside Coalition of Jacksonville)의 벤 프레이저 회장은 "이것은 역사를 덧칠하고 은폐하며 역사에 사탕발림을 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교사들이 진실을 말하도록 허용하라"고 주문했다.

오시올라카운티의 한 남성은 "우리는 당신들이 진실을 다룰 수 없는 탓에 우리의 역사를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흑인의 역사는 미국의 역사"라고 주장했다.

잭슨빌 진보연합(Jacksonville Progressive Coalition)의 웰스 토드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은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하나로 묶을 것"이라고 말하며, "드샌티스는 노예제와 민권운동 가르침을 막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는 린치, 그리고 인종분리는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플로리다 교원노조(Florida’s teachers’ union) 위원장 앤드류 스파는 성명을 통해 "학생들은 교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고, 그것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세계와 미국인으로서 공유한 역사에 대한 진정한 그림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실을 숨긴다고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플로리다 교육협회(Florida Education Association) 역시 새 규정이 교사들에게는 모욕적인 것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보수 단체인 플로리다시민연합Florida (Citizens Alliance)의 웹사이트는 "학교가 아이들에게 그들의 인종에 대해 부끄러워하도록 가르치지 말게 하라"며 드샌티스에게 비판적 인종이론과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뿌리를 뽑으라고 촉구했다.

릭 스콧 연방상원의원은 지난 5월 27일 상원에 해결 방안을 도입하면서 비판적인 인종이론을 비판하고, "이 주제를 학교에 "세뇌시키려는" 노력은 결국 미국의 경제 시스템에 오명을 씌우고 모든 제도에 대한 증오를 조성함으로써 미국을 변화시키도록 고안됐다"라고 주장했다.

주지사와 교육위원회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측도 있다.

잭슨빌의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그레고리 샘슨은 2024년 대선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여겨지는 드샌티스가 트럼프의 기반에서 정치적 점수를 얻기 위해 비판적인 인종 이론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샘슨은 "나는 주지사와 그의 동료 공화당원들이 비판적 인종이론이 무엇을 하는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이론은 비판이 아니라,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관찰하는 방법 중 하나인 비평이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샘슨은 비판적 인종이론은 인종차별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차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샘슨은 "드샌티스 주지사는 인종이 언급되지 않았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라며 "옛날은 그런 시대였다. 인종 차별이 확연했던 때와 짐 크로우 법이 있던 때, 백인우월주의가 판을 치던 때 말이다"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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