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판결 번복 '1차 초안' 흘러나와... 찬성-반대 측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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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낙태권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이 치열하게 대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시 콜로니얼 선상에 있는 낙태 반대 단체의 광고판. '생명은 신의 섭리' 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미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낙태권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대립은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갈등 요소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2일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Roe v. Wade)’ 판결 파기에 찬성하는 다수 의견문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문은 ‘1차 초안’으로 명시돼 있으며, 지난 2월 대법관들이 회람한 것으로 나와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미국에서 낙태를 사실상 합법화한 판례로 유명한 법이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까지 대부분 주에서 낙태가 대부분 불법이었다. 그러던 1973년 연방 대법원은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 인 임신 23~24주가 되기 전에는 임신한 여성이 어떤 이유로든 임신 상태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여성의 가명과 검사의 이름을 따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부르고 있다.

‘로 대 웨이드’ 외에 지난 1992년 일명 ‘미국가족계획협회 대 케이시’ 판례도 여성의 낙태 권리를 재확인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어떻게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 이유는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대부분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낙태법이 대법원에 올라갔기 때문이다.

미시시피주 낙태법은 의료적으로 응급한 상황이거나 태아에게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미시시피주 산부인과 의료시설인 ‘잭슨여성건강센터’는 이런 새 법에 항의해 주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해당 법률이 앞서 나온 대법원의 기준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으나, 미시시피주 정부 측이 이에 불복하면서 연방 대법원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미시시피주 낙태법이 대법원에 올라가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이번에 뒤집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방 대법원이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에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진보주의자들은 낙태를 여성의 선택권으로 보고 낙태를 지지하고,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태아도 생명으로 보고 낙태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얼리토 대법관 "낙태는 엄청난 도덕적 문제 제기"... 반대측 "여성 기본권 박탈"

다수 의견문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얼리토 대법관은 “로(로 대 웨이드 판결)는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 못 됐다. 논리는 매우 약했고, 결정은 해로운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로 대 웨이드’는 “낙태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끌어내기보다는 논쟁을 키우고 분열을 심화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로, 케이시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얼리토 대법관은 초안에서 “낙태는 엄청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주의 시민들이 낙태를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헌법은 금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헌법 조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로와 케이시가 그 권한을 장악했다”라며 “이제 그 권한을 국민들과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미시시피 소송과 관련해 법원의 절차에 정통한 사람으로부터 98쪽에 달하는 초안 사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 의견문 초안이 나왔더라도 심리 과정에서 결정이 바뀔 수도 있다. 대법원은 이번 회기가 끝나는 6월 말이나 7월 초쯤에 최종 결정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폴리티코>의 보도가 나간 이후 낙태권 옹호론자들은 대법원 앞에 몰려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민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측은 성명을 내고 다수 의견문에 따른 결정이 나온다면 “지난 50년 동안 수백만 명의 여성이 누려온 기본적이고 헌법적인 권리를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치권도 들썩였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근대사에서 최악이고 가장 해로운 판결 가운데 하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기독교 보수 단체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낙태 반대 단체인 ‘수전 B 앤서니 리스트’ 회장은 “미국인은 선출된 대표를 통해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보호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법을 토론하고 제정할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만약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판례를 뒤집으면, 각 주에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낙태를 둘러싼 미국민들의 여론은 일단 낙태 찬성이 훨씬 높다. 퓨리서치센터의 작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낙태를 전면 또는 거의 합법화하는데 찬성한다는 답변은 59%, 낙태를 전면 또는 대부분 불법화해야 한다는 의견 3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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