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레일 좌석 구조로 '불편한 대면' 필연



(올랜도=코리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은 인사 문화가 발달해 낯선 사람에게도 '헬로'를 하며 지나치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대도시는 사뭇 다르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의 지하철에서는 경우에 따라 특정인과 눈을 마주쳤다가는 기분 상하는 응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지하철에서도 승객들이 눈을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한다. 낯선 이에게 인사하는 문화가 아닌데다 승객들 거의 대부분이 아이폰을 보고 있기 때문.

올랜도에 선레일 통근 열차가 생긴지 2년여가 되었다. 바야흐로 올랜도 주민들에게는 대도시 지하철 문화 수용이라는 숙제가 생겼다.

<올랜도 센티널>은 최근 "선레일에서 승객끼리 눈을 마주치는 것이 괜찮은 에티켓인가?"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자가용에 길들여져 있던 승객들이 익숙치 않은 대중교통 문화에 길들여 져야 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블로거들의 의견을 담았다.

특히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좌석 두개가 서로 마주보게 되어 있는 레일의 좌석 구조는 앞자리 승객의 뒤꼭지를 보게 하거나 옆으로 일렬로 나열되어 버스와는 사뭇 다르다. 이같은 배치는 안면이 있는 승객들이 함께 앉아서 여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지만 초면의 출퇴근 승객들에게는 자칫 어색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sunrail.jpg
▲ 앞사람과 서로 마주보게 되어있는 선레일의 좌석 구도는 대중교통에 익숙치 않은 올랜도 주민들에게 다소 도전을 주고 있는 듯 하다. ⓒ 코리아위클리
 
미국인들은 대체로 대화하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옆에 사람이 있을 때 침묵하는 것을 못 견뎌 하는 편이다. 또 대화할 때는 눈길을 다른 데 두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에티켓이다. 그러나 통근 열차 안에서 이같은 에티켓을 지키기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블로거는 선레일 내에서 가능한한 눈 마주침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때로 괜한 오해나 성적인 오해가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원치 않은 대화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93년 < LA 타임스 >도 첫 지하철이 개통 된 후 독자들에게 지하철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적하면서 승객들이 눈을 마주칠 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책이나 잡지를 보는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물론 요즈음은 책 대신 스마트폰이나 이어폰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같은 행위는 건너편 좌석 사람에게 '당신과 굳이 잡담하면서 가고 싶지는 않아요' 라는 무언의 몸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롤린스 칼리지의 폴 해리스 심리학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의 몸짓을 읽는데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크게 유념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어떤 사람이 팔짱을 낀채 발을 쳐다본다든지,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다면 대화의 끈이 될 수 있는 눈 접촉을 피하고 있음을 상대방이 알아 차린다는 것이다.

또 해리스 교수는 기차를 정해진 시간에 타다 보면 일정하게 만나는 사람이 생기게 되고 이들과는 자연스럽게 눈 접촉이나 인사가 이뤄질 수 있으며,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친밀감을 표현할 지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문은 "조용한 열차는 승객의 영혼을 짓이긴다는 연구가 있다(Study Shows Riding The Quiet Car Is Crushing Your Spirit)"는 또다른 제목의 기사에서 열차 승객들이 조용히 여행을 하는 것보다 서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서로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또 승객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스마트 폰, 랩톱 등에 파묻혀 있는 최근의 통근열차 풍경을 지적했다.

하지만 선레일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에 날씨 얘기로 시간을 보내느니 업무를 보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나름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277 캐나다 18세 미만도 자가격리대상으로 밴쿠버중앙일.. 20.05.06.
5276 캐나다 트랜스링크, 6월 1일부터 버스요금 징수 재개 밴쿠버중앙일.. 20.05.05.
5275 캐나다 버나비 한산한 도로 기분내고 달리는데 483달러 밴쿠버중앙일.. 20.05.05.
5274 캐나다 호수에 빠진 어린이 2명 결국 숨진채 발견 밴쿠버중앙일.. 20.05.05.
5273 캐나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일까? 실감나지 않는 단어 ‘선진국’ - 오충근의 기자수첩 file CN드림 20.05.04.
5272 캐나다 직원 1천명 확진 판정, 앨버타 육류 공장 조사 - 사망자도 발생, 노조 “미리 임시 폐쇄 했더라면” file CN드림 20.05.04.
5271 미국 캐나다 캘거리 멈추지 않는 바이러스 확산세..정점 도달은 언제? file CN드림 20.05.04.
5270 캐나다 캐나다 록키산맥의 심장 밴프 경제, 올 스톱 - 관광산업에 직격탄 CN드림 20.05.04.
5269 캐나다 캐나다 앨버타주 시민들, “코비드 보다 경제 충격 더 무서워” -응답자 70%, “경제 후폭풍 우려” file CN드림 20.05.04.
5268 캐나다 캐나다 앨버타주도 경제 재개 계획 발표 - 5월 14일부터 1단계 시행 CN드림 20.05.04.
5267 캐나다 써리겅찰 마약범죄자 잡으니 분실 신분증 신용카드 쏟아져 밴쿠버중앙일.. 20.05.02.
5266 캐나다 경찰 500명 자가격리 감시대상자 직접방문 밴쿠버중앙일.. 20.05.02.
5265 캐나다 한-캐나다 양국 국방장관 양국 협력 확인 밴쿠버중앙일.. 20.05.02.
5264 캐나다 캐나다KEB하나은행, 한인금융기관중 최초 CEBA대출 개시 밴쿠버중앙일.. 20.05.01.
5263 캐나다 식품가공공장 새로운 코로나19 감염 중심지가 되나? 밴쿠버중앙일.. 20.05.01.
5262 캐나다 BC주 비상선포 기간 3번째 2주 연장...5월 12일까지 밴쿠버중앙일.. 20.05.01.
5261 미국 [COVID19 일일브리핑] 5월 4일 식당-소매업 등 문 연다... 드샌티스 주지사 "터널 끝 빛이 보인다" file 코리아위클리.. 20.04.30.
5260 캐나다 [29일 실시간 코로나19 업데이트] BC주 4번째 닭고기가공공장 집단 감염 밴쿠버중앙일.. 20.04.30.
5259 캐나다 2월 누계 새 한인 영주권자 890명 밴쿠버중앙일.. 20.04.30.
5258 캐나다 캐나다인, 한국만 캐나다보다 코로나19 대응 잘한 국가 밴쿠버중앙일.. 2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