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디언의 '소생조치 금지'로 환자 사망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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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플로리다주의 한 중환자실 환자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가디언의 결정으로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해 핫뉴스가 됐다. 사진은 주 가디언협회 웹사이트 화면 모습.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최근 플로리다주의 한 중환자실 환자가 의료진을 옆에 두고도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해 핫뉴스가 됐다. 환자가 살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법적 보호자인 가디언이 소생 조치를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올랜도센티널> 19일치에 따르면 코코시 주민인 스티븐 스트라이커(75)는 탬파 소재 세인트 조셉 병원에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한 채 숨졌다. 스트라이커의 법적 가디언인 레베카 피에를은 환자 및 환자 가족 동의 없이 일명 'DNR(do-not-resuscitate)'로 알려진 '심폐소생술 금지' 지시를 서류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피에를의 DNR은 단단한 음식을 스스로 삼키기 어려운 상태였던 스트라이커가 질식으로 혼미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의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같은 사실은 스트라이커의 딸이 관련 기관에 불평신고함으로써 알려졌고, 주 공공 전문 가디언십 사무국(Florida’s Office of Public and Professional Guardians FOPPG)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스트라이커의 주변 인물들과 스트라이커가 입원해 있던 병원의 심리학자는 환자가 평소 '살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증언했다.

스트라이커 사망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서 지방법원 판사인 자넷 C 토르페는 피에를이 오렌지카운티에서 맡고 있는 95건의 가디언십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또 가디언 관련 기관은 피에를의 피보호자들을 접촉해 DNR 인식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가디언 피에를은 스트라이커가 DNR을 받아들였으며, 자신의 DNR 신청은 일반적인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가디언은 환자와 환자 가족 대신 모든 것을 결정

플로리다에서 전문 가디언이 되기 위해서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은 환자 자신이나 가족 대신 피보호자의 신체 절단, 애완견 안락사, 피보호자 주택 매매 여부 뿐 아니라 피보호자 주거지까지 결정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가디언이 때로 자신의 권한을 오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보호자의 생명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스트라이커 사례에 따라 일부에서는 가디언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과 전문의인 샘 슈가 박사는 "환자(피보호자)는 한 가정을 망칠 수 있지만, 가디언은 수백 명의 가정을 망칠 수 있다"고 신문에 전했다. 슈가 박사는 부유한 미망인이었던 자신의 장모가 가디언십을 받게 되면서 비영리 단체인 '학대적 가디언십을 반대하는 모임' (Americans Against Abusive Probate Guardianship)을 만들고 활동가로 나서게 됐다.

이같은 단체 활동으로 인해 주 정부는 2016년에 가디언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그러나 슈가 박사는 "FOPPG에는 담당자 한 사람이 앉아 모든 불만을 접수하는 책임을 맡고 있어, 일부 불만 사례는 조사하는데 수년이 걸린다"며 정부의 지원 부족을 꼬집었다. 그는 "2016년 이래 사무국에 오른 200~300건의 불만사항을 따라잡을 직원이 없다"며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에서 실상을 들여다 보려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전했다.
플로리다 가디언십 사례는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치솟아 오렌지 카운티만 3500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 가디언 수도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플로리다의 500여명 전문 가디언들은 영리 회사를 통해 일하고 있다. 회사의 감독 영역, 수수료 및 요건은 카운티마다 각각 다르고, 심지어 판사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디언은 피보호자가 장애 혹은 질병 때문에 자신의 건강관리나 재정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사의 결정으로 가족 멤버나 전문 가디언을 지정한다. 이중 전문 가디언은 가족 사이에 재산이나 헬스케어 등 문제로 분쟁이 있을 경우 환자를 대신하며, 허가(라이센스)제가 아닌 등록제로 자격을 얻는다.

가디언 등록을 위해서는 40시간 교육 이수 후 시험(최대 3회)에 합격해야 한다. 가디언은 신용 기록 사본과 범법 조사를 위한 지문을 제공하고 책임 커버를 위한 5만불 채권(본드)을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판사는 피보호자가 재산이 많을 경우 채권 금액을 높일 수 있다.

전문 가디언은 통상 5만 달러의 채권을 사기 위해 일년에 대략 수백 달러 정도의 보험료를 지불한다. 개별 사례에 대한 채권의 경우, 비용에 대해 피보호자의 재산에서 소급해(나중에) 받을 수 있다.

주 규정은 가디언이 4개월에 1번 고객(피보호자)을 방문하도록 요구하지만, 일부 가디언들은 이보다 더 자주 한다. 가디언 수수료는 시간당 평균 65달러이지만 매우 다양하고, 법정 통제하에 의뢰인(고객)의 재산에서 나온다.

권한 막강한 만큼 책임도 커

전문 가디언은 100명도 넘게 피보호자를 거느리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또 일단 특정 사례에서 가디언으로 지정되면 판사 외에 어느 누구도 가디언 위치를 빼앗을 수 없다. 게다가 판사가 가디언을 해고하는 일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가디언과 별도로 플로리다에는 17개 공익(퍼블릭) 가디언 사무소가 있다. 오렌지와 세미놀 카운티의 '시니어 퍼스트(Seniors First)'도 이중 하나다. 이들 사무소는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며, 가족 중 가디언을 할 만한 멤버가 없고, 전문 가디언을 고용할 만한 여력이 없는 극빈자가 이용한다. 이 경우 가디언십에 대한 불평은 드물 수 밖에 없다.

한편 가디언의 권한이 막강한 만큼 그들의 일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 30년 가디언 경력을 지닌 테레사 바톤은 가디언이 죽음을 앞두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고객을 위해 장례 계획을 세우고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아내는 일을 할 뿐 아니라, 지붕수리나 벌레 퇴치를 위해 업자를 고용하는 등 매우 다양한 일을 한다고 전했다.

바톤은 가디언이 마음이 무너지는 일도 무수히 대한다고 말한다. 바톤은 자신이 중환자실에서 '환자에게 가망없다'는 의사의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환자의 치료를 논의하는 자리에 자신만이 유일하게 참석했던 일 역시 여러번 있었다고 전했다.

오렌지-오시올라 지방법원 판사장직을 은퇴한 프레더릭 로텐은 가디언십이 잘 작동될 경우 보호망이 없는 한 개인을 학대나 착취로부터 보호해준다며,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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