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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필드 벤디고 한인은행 창구(사진). 한인은행은 애초 예상과 달리 개설 5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동 은행이 완전한 기반을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벤디고 은행 NSW 주의 ‘톱 10’ 커뮤니티 지점으로 성장

‘지점장 권한’ 적극 활용한 지원으로 ‘한인 금융기관’ 존재 이유 제시

 

“2002년 6월24일 영업을 시작한 후 2007년 첫 이익을 창출할 때까지 정말 어렵고 힘든 나날을 보냈다. 돌아보면 한마디로 시작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다른 커뮤니티 은행의 경우 영업개시 당일 최소한 200여 주주의 예금계좌 개설과 2천만 달러 상당 예금 및 대출실적으로 시작하는데 비해 우리 은행은 겨우 20명 안팎에 17만 달러 예금이 고작이었다. 교민들은 물론 주주들조차 벤디고 은행과 커뮤니티 은행을 잘 알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개설 초기 빠르게 성장,

지점장 병고로 ‘제동’

 

벤디고 한인은행 설립 16년이 되면서 윤 이사장은 은행 개설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초대 지점장으로, 막상 업무를 시작하고 보니 커뮤니티 은행 개설에 따른 기대와 달리 초기 예금고가 너무 적었던 것이다. 결국 당시 윤 지점장은 우선 한인사회 중간 소득계층과 소상인을 주 타깃으로 예금주 확보에 주력했다.

“동포 사업장들을 매일 방문하고, 친목모임이 있는 곳은 가능하면 참석하여 벤디고 은행과 커뮤니티 지점을 설명했지만, 초기에는 성과가 없었다. 동포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나 멀고 험한 길이었다.”

특히 윤 이사장은 호주 대형은행과 한국 외환은행 시드니지점을 통해 불편 없이 은행을 이용하던 동포들 입장에서, 벤디고 한인 커뮤니티 은행을 한인 상공인 회원들이 설립한 개인 신용금고로 인식하고 있어 고객 유치가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1년여 마케팅 끝에 커뮤니티 은행으로서의 벤디고 한인은행에 대한 인식을 심어줬고, 2단계로 고소득 계층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영업 1년여 만에 벤디고 한인은행 예금고는 3,500만 달러까지 빠르게 늘어났다.

벤디고 한인은행의 활발한 마케팅에 제동이 걸린 것은 윤 지점장에게 닥친 불의의 병고였다. 2003년 6월 말경이었다. 윤 지점장의 어깨 쪽에서 마비 현상이 온 것이다.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온 것이었다. 이는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 부분의 수술을 통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수술 후 몇 주일 뒤부터 몸 전체가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병마와의 힘겨운 싸움이 2년 넘게 이어졌고, 그 사이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독실한 크리스찬으로서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야말로 죽다 살아난 셈입니다. 기적이라 해야겠지요.” 그의 이 말속에는, 2년 넘는 투병 기간에 그가 겪은 고통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사이 벤디고 한인은행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윤 지점장의 병고로 벤디고 은행 본점을 통해 새로운 한인지점장이 부임하고, 다시 그 후 호주인 지점장을 발령했으나 개설 초기의 성장세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 동포들의 관심 또한 더 멀어져갔다.

 

2007년 첫 주주 배당

안정적 영업 기반 구축

 

그런 가운데서 윤 지점장이 마침내 병고를 이겨내고 다시금 은행으로 복귀하게 됐다. 2005년 12월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주신 생명,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헌신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일단 지점장으로 복귀하게 된 데 대해 환영하는 이들이 많아 아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힘이 난다. 성원해주신 동포 고객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윤 지점장은 개설 초기처럼 다시 마케팅 일선에 나섰고, 고객 및 예금고도 다시금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해 2007년 11월에는 4천여 고객에 예금고가 8,7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해 12월, 벤디고 한인은행은 설립 5년 만에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5%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물론 이전까지 수익이 없었던 것은 아니어서, 커뮤니티 뱅크로서의 역할을 위해 수익금 가운데 3만 달러 정도를 한인 커뮤니티에 환원해 오기는 했다. 이런 상태에서 주주 배당금 지급을 시작한 것은 벤디고 한인은행이 마침내 안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평생 은행에서 일하며 고객의 요청을 면전에서 ‘No’라고 말한 적이 없다. 어려운 요청이라도 최선을 다하여 도움을 주려 했고, 결국 불가능한 경우라도 훗날 그 고객이 다시 찾아오곤 했다.”

그의 이 같은 업무 자세는 벤디고 한인은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라스필드 벤디고 은행과 거래가 전혀 없는 동포 고객이 타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고 조급하게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어려울 때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내가 가진 모든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해 지원했고, 이들을 우리 은행의 주요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렇게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했다는 게 큰 보람이다.”

벤디고 한인 커뮤티니 은행 지점장으로, 그는 애초 목적을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한인 커뮤니티 은행으로써 동포사회를 위한 은행의 역할을 다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는 벤디고 본사에서 부여한 ‘지점장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동포 사업자들을 지원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한해 500명 가까운 고객들에게 최대 2만 달러까지 ‘오버 드라프트’ 또는 크레딧 카드를 발급해 사업체 운영을 지원했다. 물론 이로 인한 타격도 있었다. 30여 고객이 이를 되갚지 못해 벤디고 본사로부터 ‘재량권’을 금지당한 것이다.

지난 2012년 윤 지점장은 퇴임을 결정했다. 당시 벤디고 한인은행은 NSW 주의 ‘벤디고’ 커뮤니티 지점 가운데 상위 10위 이내에 들어갈 만큼 단단한 기반을 확보했다.

퇴임하면서 윤 지점장은 벤디고 한인은행 초기 함께 일한 한 명을 후임으로 선정했다. 개설 당시부터 윤 지점장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 박명희씨였다. 박 지점장은 벤디고 한인은행에서 일하다 2008년 벤디고 본사의 ‘비즈니스 뱅킹’ 파트로 자리를 옮겨 일해 왔다. 은행 업무에 더 많은 부분을 배우고 경험하려는 취지였다.

윤 지점장은 박명희씨의 후임 선정에 대해 “전형적인 은행원”이라는 말로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인은행 개설 멤버로서의 경험, 또한 지점장의 영업전략을 잘 알고 있으며 친절한 고객서비스 등이 추천을 하게 된 큰 동기였다.

현재 벤디고 한인은행 이사회에서 봉사를 이어가는 윤 이사장은 최근 또 다른 한인밀집 지역인 이스트우드를 기반으로 한인동포들이 주도한 새로운 벤디고 커뮤니티 뱅크 설립 움직임에 대해 기쁨을 드러냈다. 스트라스필드 한인 지점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벤디고 한인은행이 소수민족 커뮤니티 기반인 것과 달리 이스트우드의 경우 지역사회 기반이라는 것, 또한 한인동포가 운영권을 가진 은행으로서 상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관련 인터뷰 00면.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이 기획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취재에 협조하여 주신 스트라스필드 벤디고 한인은행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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