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천명의 팬들이 운집하며 폭발적인 한류의 인기를 실감케한 ‘케이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올림픽 파크의 쿠도스 뱅크 아레나(Qudos Bank Arena)에서 열린 이번 ‘KCON 2017 AUSTRALIA’의 콘서트에는 걸스데이, 몬스타엑스, 빅톤, 업텐션, 엑소, 우주소녀, 워너원, 펜타곤, SF9 등 총 9팀이 참가해 K-POP의 진수를 현지 팬들에게 선보였다.

콘서트 외에 K팝 아티스트와 함께 소통하는 프로그램, K뷰티, K댄스, K음식 등 K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다양한 컨벤션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무대 및 부스의 진행을 맡은 시드니 한국문화원 박동석 예술감독을 만나봤다.

 

기억 속 아로 새겨진한국영화제

시드니한국문화원은 호주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와 더욱 깊게 소통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매해 시드니한국문화원 주최로 진행되는 ‘한국영화제’는 꾸준히 성장하며 시드니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 중 2012년에 열린 제 3회 한국영화제는 성공적 이벤트로 늘 회자되고 있다.

당시 시드니한국문화원은 영화제 행사 일환으로 강남스타일 플래시몹 이벤트를 전 세계에서 처음 실시해 한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중에 소개 된바 있으며 미국, 호주현지 언론에서도 취재해 가는 등 많은 화제가 됐다.

“문화원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우연히 강남스타일 영상을 보게돼 아이디어를 얻었다. 갑작스런 플래시몹 참여자 모집 광고를 했음에도 100명 이상이 모였다”고 박 감독은 설명했다.

2014년에 열린 한국영화제의 메인 포스터는 한복은 입은 마릴린 먼로 패러디를 테마로 제작돼 이목을 끌었다. 박 감독이 기획한 컨셉으로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파격적이고 독특하다며 창의적 아이디어에 칭찬일색도 있었으며, 한국 고유의 멋스런 전통을 파괴했다고 반색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 감독은 이에 대해 “칭찬이든 비난이든 관심을 가져 주셔서 너무 감사 했다”며, “극과 극 반응이 오기도 했고, 몇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맥주회사 로고나 음악축제 디자인으로 응용을 해도 되는지 등 계속적인 문의가 오고 있어 기억에 많이 남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맺힌기러기 가족의 삶

박 감독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야말로 기러기 가족의 삶이 시작됐다. 공항에서 아버지는 그에게 ‘동석아 이제 네가 집안의 가장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린 나이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저녁이 되면 괜히 무서워 두세번씩 문단속을 하며 간절한 기도로 하루를 마감했던 것 같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엔 2년만 영어 공부차 유학생활을 하기로 호주에 왔는데 동생과 적응을 잘 하게 되면서 2년씩 비자를 연장하며 학업을 이어나갔고, 영주권을 받게되면서 호주에 정착했다.

그는 UTS 에서 미디어아트 프로덕션 학과(Bachelor of Media Arts Production

)를 공부했다. 어렸을 적 부터 영화 보는것을 광적으로 좋아했다. 영화 속 세계에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던 그.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기러기 가족으로 희생하신 부모님을 생각했을때 미디어 전공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인으로 호주 현지 언론매체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은게 사실. 안정적인 직업과 연봉 등을 고려해 대학을 선택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부모님은 반대 보다는 힘들것 같다는 걱정이 컸지만 박 감독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다.

대학 졸업 이후 현실에 직면했다. 호주는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 자체 제작이 활발하지 않다. 지금은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 많이 형성돼 미디어 분야가 확장되어 있지만 영화 및 TV 등 제한적이었던 당시 한국 장편 영화가 100여편 제작 될때 호주에서는 5편 정도 나오는 실정이다 보니 미디어 관련 업종에서 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였다.

교회에서 하는 행사, 선교 영상 등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미디어 제작 일을 하며 약 2년 반의 시간을 지냈다.프리랜서라지만 사실상 반 백수 생활과 마찬가지 일 수밖에 없었다. 일이 없을 때는 가죽 수입공장, 청소 일 등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였지만 차곡차곡 경험이 쌓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번은 호주에 있는 꽤 큰 중국 국수 공장의 매니저가 비자 신청을 하는데 필요한 영상 제작 의뢰가 왔다. 회사의 중요성과 해당 매니저의 위치, 역할에 대한 내용으로 한 영상제작 요청이었는데 나레이션을 입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었다. 만든 다큐멘터리가 이민성에 지출됐고 매니저가 비자를 받게 되는 보람있었던 일도 있었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하지만 불안한 현실과 갑갑한 미래로 우울감이 커져갔다. 그때 다시 한번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기로 했다. 아침 잠이 많은 그에게 엄청난 도전이기도 했다. 그렇게 약 90일 동안 매일 새벽기도를 하고 나서 교회를 나서는데 지인의 전화를 받게 됐다.

멜버른에서 영상촬영을 해주는 일이었고 1,500달러로 상당히 큰 금액을 작업비로 받았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주일 예배에서 인도네시아 선교 광고가 눈에 띄었고 참가비가 1,500달러 였다.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느낀 그는 생애 첫 선교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선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사무직 채용 공고가 있는데 한번 가보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고 찍어준 주소를 따라 도착한 곳이 ‘시드니한국문화원’이었다. 당시 한국문화원이 시드니에 있는줄도 몰랐고, 우연히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 찾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다음주 부터 출근 하라는 합격 통지를 받게 되고 선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시드니한국문화원’의 근무가 시작됐다. 지금도 종종 부모님과 이야기 할때 ‘이럴줄 알았으면 2년 고생하지 말고 미리 새벽기도도 하고 선교도 갔다올 걸 그랬다’ 라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2년간의 시간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고 그 시기에 쌓인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발판이 된것 같아 감사하다”고 박 감독은 말했다.

시드니한국문화원에 일하면서 그는 늘상 무형문화제, 연예인, 영화감독, 배우 등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평생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축복받은 삶에 감사하기도 한다.

늘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은 공연이 약 한달전에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매일 새벽까지 일하면서 행사를 준비 한적이 있었다. 80여명이 오는 궁중음악 공연으로 조율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 스트레스로 힘이 들지만 공연장에 울리는 박수 소리, 관객들의 환호 등을 들으며 내려지는 막을 보면 전율과 함께 모든것들이 다 씻겨 내려가 또 다음 행사에 열심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백수의 기간도, 지금은 일이 많아 몇달 간격으로 비행기 몇번씩 타며 업무를 하는 이 벅찬 기간도, 다 버릴 시간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한없이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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