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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 연루자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난 상태이지만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터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호주한인복지회 이용재 회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 추구한 시민 정신, 시드니서도 지속

 

“...1920년대의 광주 학생 항일운동의 든든한 기반 위에서 순수하게 시작되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 광주 시민들의 저항은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으로 되살아나고, 2017년 1,700만 명의 촛불 혁명으로 부활하여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순수한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있으며, 망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견고한 권력 카르텔을 만들어 이를 폄하하고 있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이용재 호주한인복지회 회장 추모사 중에서).

5.18민주화운동(이하 5.18)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 현대사에 기록된 가장 큰 비극이다. 직접적으로 ‘그해의 광주’를 겪지 않은 수많은 이들에게 군부가 저지른 만행은 아직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어찌할 수 없는 참담함으로 남아 있다. 그러할진데, 당시 광주를 직접 살아낸 이들의 울분은 어떠할까.

5.18은 민주주의를 짓밟는 군부 독재를 타도하고 전두환에 의한 불법적 계엄령을 해제하여 ‘민주화’를 이루자는 것이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에 의해 훼손된 민주주의, 이들의 뒤를 잇는 전두환의 신군부로부터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 항쟁이었다. 비록 그 시도가 군부의 무자비한 무력에 의해 성공하지 못했으나 전두환의 5공화국 정권을 비정통성으로 규정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가 지향해야 할 큰 방향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한국 민주화 운동은 5.18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구분된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5.18을 계기로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1970년대 지식인 중심의 반독재민주화운동에서 1980년대 민중운동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에서이다.

하지만 80년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5.18이라는 이 위대한 시민정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광주 시민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권력을 향한 싸움에서 5.18에 대한 망언도 서슴치 않았다. “광주 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 지금의 ‘국민의 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연루됐던 ‘5.18 망언 논란’에서 나온 망언들이다. 불과 3년 전 일이다. 5.18의 순수하고 위대한 정신이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세대들에게서까지 올바르게 평가받고 있는 지금, 저들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견고한 권력 카르텔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5.18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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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2년이 되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련한 관계자들. 사진 :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 준비위원회

   

이 항쟁이 시작된 지 42년이 흐른 지난 5월 18일 저녁, 시드니한인회관에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국민의례에 이어 이용재 한인복지회 회장의 추모사, 홍상우 총영사의 대통령 기념사 대독, 5월 영령들을 위한 시 낭송과 추모 노래들, 희생자들에 대한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기념’이라는 의식에 걸맞게 알차게 마련됐다.

시드니의 5.18 기념식은 특정 단체가 주도하기보다는 매년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열려 왔다. 모든 이들이 5.18 정신을 함께 한다는 취지이다. 올해에는 정제니씨를 위원장으로 한인교육문화센터의 강병조, 권태원, 호주민주연합의 김동우, 김종국, 월드옥타 전 회장인 노현상, 호남향우회 임현숙씨 등이 참여했다. ‘80년 5월 광주’, 이어진 ‘87년 789월 투쟁’의 시기를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연령대이다. 여기에 이날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식장에 입장한 동포자녀 하이스쿨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해에도 그 전 해에도 그렇게 해 왔고, 내년에도 또 다른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이날을 위해 참여할 것이다. 그렇게, ‘80년 5월’을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 만들어가려는 이들은 시드니에서도 계속되고, 마침내는 그 ‘진실’이 더 이상의 망언을 잠재우고 광주의 아픔이 진정으로 위로받는 날을 앞당길 터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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