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드니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해 내려진 봉쇄(록다운 lock down) 조치가 5주째 계속되고 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이번 주 금요일 자정에 해제돼야 하지만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오히려 8월 말 혹은 9월 초까지 연장될 것이란 안 좋은 소문만 무성하다.

이번 봉쇄는 지난해 3개월 이상 이어졌던 첫 봉쇄보다 더 엄격하다. 광역 시드니 서남부 5개 지역 주민들은 꼭 필요한 일을 제외하곤 지역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또 전 지역에 걸쳐 집에서 10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운동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한 불편한 삶이 이어진 지 1년 6개월이 지났으나 시민들의 고통은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토요일에는 봉쇄에 반대한 시민들이 도심 거리로 뛰쳐나왔다. 같은 날 빅토리아 주 멜번에서도 1천여 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봉쇄되지는 않은 브리즈번에서도 시민들의 연대 시위가 있었다.

이날 시위에 나온 3천500여 명 중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 보는 이들을 걱정스럽게 했다. 필자 주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판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다들 이날 시위로 확진자가 늘어나면 봉쇄가 더 길어질 수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NSW 주정부는 이날 시위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엄정 조치를 밝혔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총리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험하게 만든 불법 시위대의 이기적인 행동이 역겨울 정도”라고 했으며, 데이비드 엘리엇 경찰청장은 “이미 57명을 체포했으며, CCTV 영상 판독 등을 통해 끝까지 다른 참가자들의 신원을 파악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역지침은 물론 봉쇄 조치를 위반하면서까지 벌인 토요일 시위를 두둔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시민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확진자가 증가하면 곧바로 봉쇄부터 하는 지금의 조치에 대한 불만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처음 겪었던 지난해 상반기 봉쇄로부터 1년이 지났음에도 정부 대책이 여전히 봉쇄밖에 없다는 건 지지받기 어렵다. 봉쇄는 바이러스 전염 방지에는 효과가 있으나 시민들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피하려다 굶어 죽겠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상태도 지난해보다 많이 달라졌다. 델타, 감마 등 다양한 변이에 따라 전파 속도는 늘어났으나 치명률은 크게 줄었다. 바이러스는 숙주인 사람이 사망하면 자신도 따라 죽는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치명률이 높은 강한 바이러스는 없어지고 숙주와 공존하는 약한 바이러스만 남는다는 게 의학계 설명이다.

여기에 완벽하진 않지만 다양한 백신이 나와서 면역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국민이 70% 이상 되면 집단 면역이 형성돼 지금보다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 백신 선진국들은 다소 성급하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물론 그 나라의 방역 당국은 여전히 이런 정책 전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입장에선 봉쇄를 푸는 게 우려스럽겠지만 시민(국민)의 삶을 걱정하는 정부로선 처음 정한 지침만 고집할 수도 없다. 방역을 위한 봉쇄를 어느 정도 줄여서 시민들의 삶에 숨통을 트이게 할 것인지 적정한 지점을 정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연방정부나 NSW주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은 봉쇄 하나에만 집중했다. 국경이나, 각 주간의 경계를 봉쇄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확산에 대처해 왔다. 백신 확보가 늦어 ‘방역 선진, 백신 후진국’ 범주에 들어가게 됐다. 지난 25일 현재 호주인 중 1회 이상 백신 접종자는 780여만 명으로 30%가 조금 넘고, 접종 완료한 사람은 330여만 명(13.1%)이다. 이는 같은 날 전 세계 접종 완료 13.8%보다 조금 낮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4대 백신은 영국과 미국이 생산하고 있다. 호주 외교는 철저하게 미국에 의존해 왔다. 호주 연방과 각 주에 영국 여왕을 대리하는 총독이 있는 영연방 국가이다. 그런데 두 나라가 생산하는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건 호주 정부가 봉쇄만 믿고 안일하게 생각했거나 외교를 제대로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빅토리아와 남호주가 이번 주 금요일(30일) 봉쇄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NSW주는 지난 화요일(27일) 신규 확진자가 172명으로 최고를 기록해 봉쇄 해제가 불투명하다. 지난 토요일 시위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과 별개로 정부는 시민들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를 헤아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인구 /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편집위원장, 전 호주 <한국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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