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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기행각를 벌인 뒤 호주로 도피했던 신 모씨와 임 모씨가 한국 및 호주 사범 당국의 협조 하에 신병이 인도돼 한국으로 송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1일(수) 인천공항을 통해 강제 송환되는 신 모씨(가운데). 사진 : 연합뉴스.

 

치밀한 사기 행각 드러나... 시드니서 ‘알고 지내던’ 동포들 ‘충격’

 

한국에서 검사 출신 변호사를 사칭해 수임료 명목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뒤 호주로 도주해 6년간을 지내던 2인조 가짜 부부 사기단이 마침내 시드니에서 한국 경찰에 인도, 송환된 사건이 알려진 이후 시드니 거주 다수의 동포들이 이들의 치밀한 사기 계획에 경악하고 있다.

이들 사기단은 50대로 알려진 신 모씨(남)와 임 모씨(여)로, 이들은 한국에서 사기 범죄를 저지른 뒤 신씨의 아들이 유학 중인 퀸즐랜드로 입국해 지내다 시드니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단은 에핑(Epping) 및 인근 지역을 자주 이사다니며 주(weekly) 임대료가 높은 호화 주택에서 거주했으며 한인 교회를 돌며 알게 된 사람들에게 한국에서와 같이 ‘고위 검사 출신의 변호사로 일했으며, 신시의 부친은 한국에서 준재벌급 사업가라고 자랑했다’는 게 교민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특히 고급 주택을 임대, 내부를 호화롭게 치장한 뒤 지인들을 자주 불러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배경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신뢰를 갖게 한 뒤 이런 저런 명목으로 돈을 갈취했다는 증언이다.

피해자인 교민 A씨는 “이들을 알고 지낸 몇 개월간은 감쪽같이 속았다”면서 “뒤늦게 생각해보니 여러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면서 일체의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함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씨 아버지 사업을 언급하며 한국의 주식투자, 특히 소위 ‘작전주’로 단기간 이익을 부풀릴 수 있다거나 신씨 부친이 호주 부동산에 투자할 것이라며 돈을 뜯어내는가 하면 한국 신씨 부친 회사 취업을 핑계로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이들 사기단은 자신들이 시드니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다른 이들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지어내 이간질 하는 방식으로, 개별적으로 자신들에 대한 신뢰를 더욱 두텁게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런 이간질로 다수의 교민들이 서로를 심각하게 오해했고, 상당 기간 정신적 피해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이들은 한국 경찰로부터 범죄 사실을 확인한 호주 사법 당국에 의해 지난 2017년 12월, 비자위반(불법체류 상태)으로 체포돼 빌라우드(Villawood) 소재 비자위반자 수용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지인들을 상대로 계속 사기 행각을 벌이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 비자위반자 수용소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허가된 점을 활용, 스마트폰으로 시드니 지역 유명 골프클럽을 예약한 뒤 이를 지인들에게 보내며 “며칠 이내로 나갈 것이며, 골프를 치러 갈 예정”이라는 점을 알려 지인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자신들을 믿게 만들기도 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교민 A씨는 “이제야 깨달은 것이지만 전형적인 사기꾼의 행태를 보였다”면서 “자주 새 집을 임대해 이사하고 여기저기 교회를 다녔으며, 능숙한 말솜씨와 화려한 치장, 빼어난 화술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재주가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이들 사기단과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돈을 주긴 주었는데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며 “최대한 증거를 확보해 현재 이들을 수사하는 제주 서부경찰에서 추가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한국 경찰청(청장 민갑룡)이 내놓은 정책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이들 사기단은 한국에서 변호사를 사칭, 8억5천만 원을 편취한 뒤 호주로 도피했다. 경찰청은 피의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근거로 지난 2013년 12월 인터폴 청색수배를 발부받아 호주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며, 호주 사법당국은 이들의 출입국 기록 및 현지 체류 사실을 확인하고 2017년 12월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해 외국인 수용소에 구금했다. 한국 경찰은 인터폴 채널을 통해 이들의 신속한 강제송환을 요청하는 한편, 지난해 7월 대표단을 파견해 호주 국경수비대를 방문하고 조속한 한국 송환을 촉구했다.

이 와중에도 신씨 등은 제3국으로 도피하기 위해 호주 이민당국에 ‘투자이민 비자, 난민비자’ 등을 신청했으며, 발급이 거부되자 항소까지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 2월 이들의 항소가 최종 패소로 결정되면서 한국 경찰과 호주 사법당국은 인터폴을 통한 강제송환 형식으로 신병을 인계-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제주서부경찰서는 호송팀을 구성, 현지로 직접 찾아가 호주 이민 당국으로부터 피의자들의 신병을 최종적으로 인계받아 지난 1일(수) 한국으로 송환했다.

경찰청 정책 브리핑에서 임병호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피의자들은 호주 시드니 한인사회에서도 다수의 교민에게 추가 사기범행을 시도하는 등 현지 교민사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며 “이번 강제송환이 안전하고 건강한 교민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다수의 시드니 교민 피해자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증거를 확보해 고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사기단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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