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블랙맨 1).jpg

호주의 가장 이대한 미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찰스 블랙맨(Charles Blackman) 화백이 금주 월요일(20일) 아침 타계했다. 사진은 1956년 그가 내놓은 ‘Feet Beneath the Table’(National Gallery of Victoria 소장).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한 그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시리즈는 예술가로서의 그의 명성을 만들어주었다.

 

“20세기 호주 예술의 역사와 발전에 공헌한 영웅 중 하나” 평가

 

호주에서 인간 승리를 보여준,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되는 찰스 블랙맨(Charles Blackman) 화백이 금주 월요일(20일) 아침,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계했다. 올해로 90세 생일을 축하한 지 일주일 만이다.

블랙맨 화백은 영국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를 캔버스에 담아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아들 오그스트(Auguste)씨는 이날 아침 “가장 관대한 예술가였다”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그렸고 또한 모든 이들의 꿈을 그렸다”고 언급한 그는 “아버지가 그림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며 부친을 추모했다.

 

종합(블랙맨 2).jpg

살아생전의 찰스 블랙맨(Charles Blackman). 그는 지나친 음주로 인한 합병증과 치매의 일종인 코르사코프 증후군(Korsakoff syndrome)을 앓아 왔으며 올해부터는 양로원에서 거주해 왔다. 사진 : aap

 

종합(블랙맨 3).jpg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 중 하나인 ’Alice's Journey‘

 

블랙맨 화백은 1928년 시드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어머니는 도박에 빠져 사는 불우한 환경이었다. 그와 세 자매는 아동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성장했다.

이런 환경에서 학업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열세 살 나이에 학업을 그만두어야 했던 그는 신문 삽화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20대 시절인 50년대에는 멜번에 거주하면서 현지 예술가 그룹인 ‘헤이드 서클’(Heide Circle) 사람들과 어울렸다. 이들은 멜번 근교 불린(Bulleen)의 유제품 농장 ‘헤이드’(Heide)에서 거주하며 그곳에서 일하던 예술가들의 모임이었다. 호주의 유명한 모더니스트 화가들 중에는 이 그룹 멤버들도 다수가 있다.

‘헤이드 서클’에서 활동하던 블랙맨은 아서 보이드(Arthur Boyd), 존 브랙(John Brack)을 비롯한 여러 미술가들과 함께 ‘Antipodean’ 그룹에 참여했다. ‘안티포딘 운동’으로 불리던 이들의 활동은 1950년대 후반 멜번에서 시작된, 추상미술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블랙맨은 1956년과 57년, 아내인 바바라(Barbara)를 동화 주인공 ‘앨리스’로 묘사한 ‘Alice in Wonderland’ 시리즈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호주 소더비(Sotheby's Australia)의 제프리 스미스(Geoffrey Smith) 회장은 블랙맨 화백에 대해 “20세기 호주 예술의 역사와 발전에 공헌한 영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스미스 회장은 이어 “그는 감각적 풍경을 지향하는 탐험가가 아니었고 빛과 풍경을 지배하려 하지 않았으며 단지 감정을 억누르고 관계를 이해하고자 했던 예술가였다”면서 “블랙맨은 분명 우리의 예술적 시야를 한 단계 높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종합(블랙맨 4).jpg

블랙맨 화백의 유가족으로는 3명의 전 부인과 6명의 자녀가 있다. 아버지와 함께 한 크리스타벨(Christabel. 맨 왼쪽)씨와 버티(Bertie. 맨 오른쪽)씨. 이들 두 딸은 ‘Charles Blackman Foundation’의 공동 매니저를 맡고 있다.

 

블랙맨의 작품들은 호주 전역의 주요 공공 갤러리에서 전시됐으며 유럽에서도 화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그의 그림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과 런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에도 소장되어 있다.

1977년 블랙맨 화백은 호주 예술에 대한 공헌으로 영국 정부의 훈장 중 하나인 ‘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OBE)를 수훈했다.

캔버라 소재 호주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호주 예술전시실 책임자인 데보라 하트(Deborah Hart)씨는 “찰스 블랙맨은 호주 미술에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시적 감각, 일상적 도시 풍경을 잡아내는 날카로움과 거기에 담긴 풍부한 감정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언급한 하트시는 “그의 명성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고 평했다.

지난 2010년, 블랙맨의 두 자녀인 오그스트와 크리스타벨(Christabel)씨은 NSW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SW)이 아버지의 작품을 무시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당시 NSW 주립미술관 측은 블랙맨의 사진은 커녕 그의 유명 작품인 ‘앨리스’ 시리즈 중 어느 하나도 보유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빅토리아 주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은 블랙맨의 작품을 상당히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1993년 빅토리아 주립 미술관이 마련한 ‘Schoolgirls and Angels’라는 이름의 전시회에서는 찰스 블랙맨을 위한 특별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후 NSW 주립미술관 측은 흑백으로 묘사된, 우울해 보이는 블랙맨의 초상화 하나를 걸어두었다.

 

종합(블랙맨 5).jpg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리즈 중 하나인 ‘Goodbye feet’

 

술을 즐겼던 그는 약 25년 전부터 여러 합병증을 앓기 시작했고 여기에 치매의 일종인 코르사코프 증후군(Korsakoff syndrome. 착란, 기억과 학습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중추 신경계의 장애)이 겹쳤다. 올해 들어서는 양로원에서 거주해 왔다.

유가족으로는 3명의 전 부인과 6명의 자녀가 있다. 블랙맨이 가장 길게 부부 관계를 이어온 부인은 시인 바바라(Barbara)씨로 오그스트와 크리스타벨, 바나비(Barnaby) 등 3명의 자녀를 두었다.

27년간 블랙맨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바바라씨는 그의 지나친 음주로 이혼을 결심했고, 이후 블랙맨은 딸 크리스타벨의 19세 친구인 제네비즈 드 쿠브뢰르(Genevieve de Couvreur)와 재혼했다. 그녀와는 8년간 함께 살았으며 펠릭스(Felix)와 버티(Bertie) 남매를 두었다. 세 번째 부인 빅토리아 보워(Victoria Bower) 사이에 아들 액시엄(Axiom)이 있지만 보워 부인과의 결혼도 길지는 않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블랙맨 1).jpg (File Size:71.4KB/Download:126)
  2. 종합(블랙맨 2).jpg (File Size:41.6KB/Download:31)
  3. 종합(블랙맨 3).jpg (File Size:100.9KB/Download:31)
  4. 종합(블랙맨 4).jpg (File Size:66.5KB/Download:42)
  5. 종합(블랙맨 5).jpg (File Size:100.9KB/Download:2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4173 호주 중국의 높은 관세 부과로 호주 와인산업, 10억 달러 규모의 시장 상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4172 호주 2021년도 호주 주택가격,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22% 상승률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4171 호주 2021년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멜번 남동부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4170 호주 지난해 광역시드니 대부분 지역 주택가격, 최대 50%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4169 호주 COVID-19 감염 관리... 증상은 무엇이고 언제 진료를 받아야 하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8 호주 COVID-19와 함께 한 호주의 2년... 감염자 1명에서 188만 9757명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7 호주 세계보건기구, “COVID-19 극단적 단계는 올해 끝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6 호주 ‘델타’ 변이 이후 호주 경제 회복세...일자리 붐으로 실업률 급락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5 호주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2020년 호주인 기대수명’ 0.7년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4 호주 COVID-19 감염 차단의 필수품, 가장 좋은 안면 마스크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3 호주 호주의 평균 소득자들, 어느 지역에서 주택구입 가능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2 호주 브리즈번 주택 임대료, 지난해 연간 성장률에서 모든 도시 ‘압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4161 호주 만약 빠른 항원검사에서 COVID-19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면...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4160 호주 감추어져 있던 호주의 흑역사... “호주 역사서를 업데이트할 시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4159 호주 기후변화 지속... 호주인들, 영상 50도의 위험한 폭염에 익숙해져야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4158 호주 연방정부, 호주입국 국제학생-백패커에게 비자 수수료 환불 제안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4157 호주 기록적인 COVID-19 환자 입원 수치 불구, 감염자의 심각한 위험성은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4156 호주 ‘Services Australia’의 ‘팬데믹 병가 지원금’, 수혜 대상은 누구?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4155 호주 연방 내각, 감염자 밀접 접촉자 격리면제 범위 확대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4154 호주 팬데믹 상황에서도 호황 이어갔던 호주 부동산 시장, 올해 전망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