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학교 1).jpg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거나 셀렉티브 스쿨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가운데, 각각 사립-공립-셀렉티브 스쿨을 졸업한 세 자매의 이야기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두 ‘학교’가 자신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진은 수업시간에 해부 모델을 관찰하는 학생들. 사진 : aap

 

각 학교서 교육받은 세 자매 이야기... “살면서 갖는 ‘경험’ 중요”

 

자녀를 특정한 학교에 보내는 것이 미래의 성공을 결정하는 길일까? 호주의 많은 학부모들이 사립과 공립 및 셀렉티브(Selective School) 중 자녀를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할지 고민한다.

호주 공립학교 등록 학생 수는 전체의 65.4% 비중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학생의 지적능력과 부모의 열성이 학교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는 관련 연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일요일(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세 자녀를 모두 사립, 공립, 셀렉티브 학교에 보낸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유전자냐 교육(방식)이냐’를 둘러싼 이 케케묵은 논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 사립학교= 현재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29세의 캔디스 캐논(Candice Canon)씨는 장학금을 받고 사립학교에 입학했다.

“세리스(Cerise)와 나는 일란성 쌍둥이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우리가 각자의 재능과 흥미를 개발할 것을 강조했다. 초등학교 때 우리 둘을 서로 다른 반에 배정해 교사들이 우리 둘을 비교하지 못하도록 하고, 둘이 똑같이 일괄적인 교육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중등(secondary) 학교는 서로 각자의 성격에 가장 잘 맞는 학교에 입학시켰다.”

딸만 다섯으로, 싱글맘인 그녀의 어머니는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재정 상황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캐논씨는 어머니의 조언에 따라 장학금 시험에 응시 후 사립학교에 입학했다.

그녀는 “주 정부 초등학교에서 사립학교로 옮겨간 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며 “최신식으로 구비된 학교시설이 가장 확연한 차이였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공립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캠핑이나 여행, 방과 후 활동들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립학교들은 모든 것이 의무였다.

“모든 것이 경쟁이었다. 특히 나는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터라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새로 입학한 사립학교는 복장 규정에 있어서도 보다 보수적이었다. 학교는 등교하자마자 학생들의 교복차림, 머리 모양 및 액세서리 착용 여부 등을 엄격하게 체크하고 관리했다. 그리고 “교사가 한 여자아이에게 화장을 지우도록 하기도 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이런 와중에도 “학교에서 전국 대회에 출전한다던지, 교내 토론대회나 말하기 대회, 그리고 연극이나 콘서트 무대에 서는 것과 같은 활동들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세리스나 에밀리(Emily)는 분명 다른 학교에서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인종,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가운데 색다른 경험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작고 좁은 세계 안에 갇혀있는 것 같다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캔디스는 졸업 후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에 입학했다. 간호사를 꿈꿔왔던 그녀는 한 때 학교 교장의 개인 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치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나는 잠시 해외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다시 호주에 돌아왔을 때는 23살이었고, 겨우 원하는 일을 찾은 후 간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받았던 교육이 어른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생각해봤을 때, 진정 원하는 현재의 직업에 도달하기까지 그다지 도움이 된 건 없는 것 같다”는 그녀는 “10대에 진학하는 학교는 인생에 큰 영향력이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셀렉티브= 여고 셀렉티브 스쿨을 졸업한 28세 에밀리 캐논(Emily Canon)씨는 현재 IT 회사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목표를 높게 갖자’는 것이 삶의 모토였다는 그녀는 셀렉티브 학교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했고, ‘Mac.Robertson Girls' High School’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작은 학교에서 똑똑한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이 학교 학생들은 나와 비슷하거나 더 똑똑해서 나로 하여금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끝에 학교생활에 적응했고 토론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year 10에 진학했다.

그녀는 셀렉티브 스쿨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가십거리가 없고,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치면서 진심으로 학생들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그녀는, “반면 셀렉티브 스쿨은 좋은 성적을 받는 것에 지나치게 치중한다”고 단점을 말했다.

학교 간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모든 학교가 행동규정에 관해서는 비슷하나 ‘MacRob’ 셀렉티브 스쿨의 경우 공부에 더 치중되어 있고, 그 동기가 학생들 스스로에게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셀렉티브 스쿨은 교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Year 9에서 Year 11까지는 드레스, 자켓, 셔츠, 타이 등을 입어야 하는 것으로 비슷하지만, ‘MacRob’의 경우 Year 12에는 교복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에밀리는 멜번대학교(Melbourne University)에 입학해 신문방송학(Media and Communications)을 전공했다.

“캔디스와 저는 각자 다른 학교에 다녔지만 서로에게 잘 맞는 학교를 선택한 것 같다”는 그녀는 셀렉티브 스쿨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종합(학교 2).jpg

공립학교에서 공부했던 세리스 캐논(Cerise Cannon. 29)씨는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학교가 아니라 살면서 겪은 ‘경험’이었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한 공립학교 수업. 사진 : aap

 

▲ 공립학교 = 현재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s)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29세 세리스 캐논(Cerise Cannon)씨는 어릴 적 발레를 공부했다.

“4살 때 발레리나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엄마의 신임을 얻어 고등학교 때에는 학과 공부 대신 발레만 연습했다.”

Year 8이 끝나갈 무렵 ‘Ballet Theatre Australia’의 오디션에 합격한 그녀는 이 학교에 입학해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오직 발레만을 공부했고, 방과 후에는 집에서 ‘Distance Education Centre Victoria’의 온라인 강의를 통해 나머지 학과 공부를 병행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푹 빠져 지낼 수 있어 정말 좋았다는 그녀는 그러나 17살이 되던 해 친구를 따라 ‘멜번 패션 위크’(Melbourne Fashion Week)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됐고, 이 분야에 새로운 흥미를 갖게 됐다.

현재 뷰티 업계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소셜 미디어 전문가로 일하는 그녀는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학교가 아니라 살면서 겪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학교 1).jpg (File Size:87.2KB/Download:30)
  2. 종합(학교 2).jpg (File Size:62.4KB/Download:2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073 호주 높은 생활비 압박 때문?... 지난 12개월 사이 NSW 소매점 절도, 47%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72 호주 지난 3년간의 HSC 점수 기준으로 한 새로운 평가... 성적 우수 학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71 호주 “광역시드니 대부분 교외지역 주택가격, 일반 구매자 감당 어려워...”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70 호주 이번 세기에 실시되는 첫 국민투표, ‘Voice to Parliament’의 모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69 호주 NSW 공립 하이스쿨, 휴대전화 ‘금지’... 정신건강 전문가들, ‘우려’ 표명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68 호주 Royal Australian Mint, 찰스 3세 왕 새긴 1달러 동전 디자인 공개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67 호주 싱가포르 당국, 창이 공항의 자동화된 출입국 심사 시스템 ‘승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66 호주 “Do not lose your licence!”... CB 카운슬, 학교 주변 ‘도로안전’ 캠페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2.
5065 호주 호주 대학들, 전 세계 순위에서 점차 밀려... 12개월 전 비해 ‘낮은 위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10.06.
5064 호주 ‘The third places’ 측면에서의 시드니, “Probably more than you think...” file 호주한국신문 23.10.06.
5063 호주 소셜미디어의 범죄 관련 게시물 영향, NSW 주 ‘자동차 절도’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10.06.
5062 호주 이자율 상승-추가 인상 압력 불구, 전국 대도시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file 호주한국신문 23.10.06.
5061 호주 “2자녀 호주 가구의 보육비용, 대부분 OECD 국가에 비해 훨씬 높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0.06.
5060 호주 미셸 불록 RBA 신임 총재, 첫 통화정책 회의서 ‘안정적 금리 유지’ 결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10.06.
5059 호주 부동산 시장 회복세라지만... 시드니 일부 지역 유닛, 5년 전 가격보다 낮아 file 호주한국신문 23.10.06.
5058 호주 '극단기후' 덮친 호주…빅토리아주 대형산불 후 이젠 홍수경보 file 라이프프라자 23.10.04.
5057 호주 기상청, 올 여름 ‘엘니뇨 선포’... 일부 도시들, 극심한 여름 더위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9.28.
5056 호주 연방정부, 구직자들에게 디지털 ID 제공하는 ‘국가 기술여권’ 시행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3.09.28.
5055 호주 시드니 BTR 임대주택 건설, ‘높은 토지가격-실행 가능한 부지 부족’이 문제 file 호주한국신문 23.09.28.
5054 호주 각 주택의 확산되는 전기 생산 태양열 패널, 발전회사의 전기가격 ‘잠식’ file 호주한국신문 23.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