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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중앙은행(RBA)의 최근 연구 결과 토지개발제한 정책이 시드니와 멜번의 주택 가격을 40% 상승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RBA는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연방정부에 관련 정책의 근본적인 재고를 요청했다. 사진은 시드니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주택공급 막아 토지 가격 치솟아, 전체 주택 가격의 70%까지...

 

시드니와 멜번(Melbourne)의 높은 주택 가격이 토지개발 제한(zoning restrictions)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은 최근 연구를 통해 토지개발 제한이 두 도시의 주택 가격을 40% 상승시켰다고 결론짓고, 연방정부에 이 정책의 재고를 요청했다고 지난 주 금요일(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RBA는 최근 내놓은 한 보고서에서 “개발제한 구역으로 인해 건축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택 공급가격의 상승으로 첫 주택구매자들이 부동산 시장 진출을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RBA는 이어 “동부해안 지역의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 고밀도 도시인 ‘홍콩 스타일’의 지역화를 막기 위해 토지개발을 저지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스 켄들(Ross Kendall)-피터 튤립(Peter Tulip) 경제학자에 따르면 2016년 시드니의 평균 주택 가격은 116만 달러로, 이는 765,000달러의 대지와 건물 가격 395,000달러를 합산한 금액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전체 집값에서 토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높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시드니와 멜번의 경우 전체 주택 가격에서 토지가격이 최대 70%에 이르고 있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들 두 도시에서 가장 집값이 높은 지역으로 시드니의 경우 윌로비(Willoughby)와 노스 비치(Northern Beaches), 멜번은 보룬다라(Boroondara)와 스토닝턴(Stonnington)을 꼽으며, 멜번 두 곳의 중간 주택 가격은 70만 달러 이상이라고 전했다.

해당 지역의 집값이 동부해안 지역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게 된 것은 지역 카운슬이 주거밀도를 낮추기 위해 토지개발에 제한을 둔 탓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어 “부족한 토지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는 견해로 인한 토지구획 변경도 부동산 가치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멜번 서부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윈드햄(Wyndham Vale)의 363헥타르(1㏊=1만㎡) 부지는 과거에는 시골마을이었으나 주택지로 재구획 되자마자 토지 가격이 12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 제한 또한 잠재가격(shadow price)을 왜곡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주택개발을 위한 토지부족 및 건설허가 승인의 지체로 기존 아파트 가격만 높아지고 있다.

RBA는 “전반적으로 주택수요가 상승하고 있으며, 토지개발 제한이 1990년대 말 이후 호주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고 결론짓고 연방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과거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연방 재무장관 또한 “2016년 이래 지연된 주택공급이, 주택 가격을 중산층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올려놓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NSW 주 정부에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지역의 개발제한 구역을 다시 설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노동당 또한 “호주 지방정부위원회(COAG: Council of Australian Governments)의 협조를 통해 ‘빈 주택 세금’(Vacant Residential Property Tax)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주택공급을 늘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빈 주택 세금’이란, 한 해 동안 6개월 이상 거주하지 않은 주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투자자들이 매입 후 빈 상태로 놓아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주택공급은 토지개발 제한 규제로 인해 여전히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당과 야당이 힘을 모아 압력을 가한다 하더라도 주택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연합한 지역 카운슬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노동당의 다시 번(Darcy Byrne) 전 라이카트 카운슬(Leichhardt Council)시장은 2016년 호주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시드니 이너웨스트(inner west) 지역에 2천600개의 유닛(units)을 건설하자는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면서 “여권 지지자들이 남부 매릭빌(Marrickville)과 홍콩의 시내를 착각하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해 빅토리아(Victoria) 주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프레스톤(Preston) 인근에 10층짜리 저렴한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에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지역 하우스의 평균 가격 또한 100만 달러를 넘어선 상태로,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은 해당 지역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앤서니 로버츠(Anthony Roberts) NSW 주 기획부 장관도 “개발제한 구역은 주택구입 능력(housing affordability)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며 “도로, 하수관, 전기, 교통, 학교, 병원 등 주택의 공급과 가격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다”는 말로 주택개발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는 “살기 좋은 곳인지의 여부가 지역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 때문에 정부가 열린 공간과 공원 부지를 사회기반 시설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라고 설명한 뒤, 과도한 개발을 방지하는 정책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빅토리아 주 리차드 윈(Richard Wynne) 상원의원도 “주거지역에 주민들의 특성을 보호하면서도 적절한 곳에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균형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토지 구획을 통해 건설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정확하게 구분해 해당 지역의 주민과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해 추가 주택개발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호주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그라탄 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존 데일리(John Daley) 소장과 트렌트 윌트셔(Trent Wiltshire) 연구원은 “호주는 주택구입능력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문제는 개발제한 구역을 두는 것이 더 큰 이득을 가져오는지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 토지개발 제한에 의한 시드니 주택 가격 영향

토지개발제한 규제로 인해 주택 가격이 2000년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연도 : 건물 가격 / 토지 가격 / 개발제한의 효과. 단위 $)

-2000 : 218,556 / 63,769 / 59,340

-2001 : 227,078 / 77,225 / 77,719

-2002 : 233,992 / 104,959 / 125,737

-2003 : 241,637 / 123,484 / 184,740

-2004 : 252,644 / 140,755 / 207,815

-2005 : 263,578 / 117,737 / 207,790

-2006 : 260,430 / 125,399 / 213,732

-2007 : 262,922 / 128,769 / 251,057

-2008 : 272,172 / 120,337 / 221,442

-2009 : 276,657 / 110,037 / 229,718

-2010 : 290,720 / 152,070 / 280,147

-2011 : 289,146 / 122,615 / 271,154

-2012 : 304,842 / 128,489 / 282,399

-2013 : 319,771 / 152,432 /317,178

-2014 : 334,437 / 199,005 / 361,891

-2015 : 366,667 / 257,526 / 449,595

-2016 : 395,087 / 276,356 / 488,944

Source: Reserve Bank of Australia, 2018.

 

■ 토지개발 제한에 의한 멜번 주택 가격 영향

-2000 : 194,403 / 33,565 / 5,385

-2001 : 205,088 / 35,209 / 15,107

-2002 : 209,685 / 42,197 / 45,467

-2003 : 218,605 / 51,062 / 74,073

-2004 : 217,618 / 63,642 / 81,823

-2005 : 220,414 / 58,753 / 100,896

-2006 : 222,474 / 70,106 / 103,789

-2007 : 220,463 / 81,293 / 150,918

-2008 : 227,361 / 85,024 / 154,402

-2009 : 232,682 / 95,336 / 159,944

-2010 : 245,146 / 130,218 / 216,646

-2011 : 242,846 / 131,513 / 215,830

-2012 : 237,500 / 113,453 / 206,338

-2013 : 247,228 / 125,486 / 231,593

-2014 : 252,186 / 147,919 / 256,312

-2015 : 262,313 / 189,217 / 282,662

-2016 : 268,196 / 200,721 / 323,610

Source: Reserve Bank of Australia, 2018.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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