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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비자를 소지한 이들에 대한 저임금 상황이 최근 상원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난 가운데 고용자 관련 단체들은 이들에 대한 임금착취를 막기 위한 보다 분명한 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은 한 농장에서 일하는 백패커.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을 감수하고 있다. 사진 : Pixabay / photoAC

 

‘비자 상태’ 악용해 임시 노동자 착취하는 고용주 대상의 ‘법적 억지력’ 마련돼야

 

페르난다(Fernanda. 가명)씨는 한 청소용역 회사로부터 저임금을 받은 80명의 유학생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가 일했던 회사는 고용자들에게 제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고, 고용주는 회사를 청산(liquidation)한 얼마 뒤 새 업종의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가 직원에게 주어야 할 임금 또는 거래처에 지불해야 할 부채 등을 피하고자 (고의로) 회사를 파산하는(go into liquidation) 것은 ‘피닉싱’(phoenixing)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악의적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페르난다씨는 “나는 내 노동력을 착취당했고 우울증이 생겨 심리학자의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한 느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상원의회 조사에 따르면 페르난다씨와 같은 이주노동자들은 특히 저임금과 착취에 취약하며, 이들 대부분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고용단체가 광범위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 연방정부에 이주노동자 유치 확대를 촉구한 가운데 고용자 관련 전국조직연합은 이들에 대한 임금착취를 막기 위한 보다 분명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연합교단(Uniting Church), 빅토리아 주 소수민족위원회(Ethnic Council of Victoria)와 함께 고용자 권리 관련 단체들은 이주노동자 착취를 막기 위해 최근 상원 조사위원회가 권고한 세 가지 주요 개혁에 따라 행동해 줄 것을 주요 정당에 촉구했다.

그것은 ▲노동력 또는 임금을 착취당한 사례를 공정근로 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에 보고하고 법원을 통해 임금을 청구한 이주노동자의 비자를 보호해줄 것, ▲이주노동자가 미지급 임금 및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이) 저렴하고 이용 가능한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확립할 것, ▲임시 비자를 소지한 직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Fair Entitlements Guarantee’(FEG. 공정한 자격 보장을 뜻하는 것으로, 적격 직원이 모든 불이익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호주 법으로 정한 안전망)을 확대할 것 등이다.

페르난다씨를 비롯해 저임금을 받은 같은 직장의 동료 대다수는 법적 조치를 취하거나 이전 고용주에게 부족한 급여를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Employment Rights Legal Service’의 코디네이터 샤밀라 바곤(Sharmilla Bargon)씨는 “이들 대부분이 유학생이었고, 많은 이들은 비자 때문에(학생비자의 경우 한 주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법적 조치에 따른 위험을 우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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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자 권리에 대한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법률단체 'Employment Rights Legal Service'의 샤밀라 바곤(Sharmilla Bargon. 사진)씨는 호주의 현 관련법이 임시비자 소지자의 노동착취를 허용하며, 이주노동자들의 법적 조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Redfern Lagal Centre

   

바곤씨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착취가 만연하다”면서 “이들을 위한 보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고용자 관련 단체들이 각 정당에 요구한 개혁 조치가 이주노동자들의 비자 조건을 악용해 임금을 착취하는 파렴치한 고용주들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고용주가 비자 위반을 근거로 이주노동자를 이민부에 고발하겠다고 위협한 사례를 계속 보고 있다”는 바곤씨는 “이 조치는 분명 효과가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비자가 취소돼 호주를 떠날 수 있음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민간단체 ‘Migrant Justice Initiative’가 5천 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위 3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낮은 급여를 받았다. 저임금을 받은 2,200명의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 10명 중 1명만이 정당한 임금을 받아내기 위한 조치를 취했고 3%만이 공정근로 옴부즈맨에 도움을 청했으며 절반 이상은 미지급 임금을 받아내지 못했다.

페르난다씨는 ‘Employment Rights Legal Service’의 도움을 받아 그녀가 일했던 회사 관리자로부터 2만 달러를 받았지만 바곤씨는 “그녀와 함께 일했던 동료 임시비자 소지자들은 운이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에 자금이 없이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바곤씨는 FEG(Fair Entitlements Guarantee)를 확대하게 되면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FEG는 고용주가 회사를 청산하거나 또는 파산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적격 직원에게 특정 (임금) 미지급 고용 자격을 보장하는 연방정부 제도이다.

바곤씨는 “이주노동자들도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임시비자 소지자라는 이유로 이 보호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소기업들,

‘보호제도’ 지지

 

이주노동자를 호주의 부족한 노동력 문제 해결 방안으로 보고 있는 경제학자 및 스몰 비즈니스는 이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호주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 CEDA)의 재러드 벨(Jarrod Bell) 선임 경제연구원은 “새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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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소기업단체협의회(Council of Small Business Organisations Australia. COSBOA)의 알렉시 보이드(Alexi Boyd. 사진) CEO. 그녀는 다른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임금을 착취하는 기업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Council of Small Business Organisations Australia

   

“우리는 분명 COVID-19의 경제 상황에서 임시비자 이민자 비율을 보았고 그들은 영구 이민자 및 거주자가 가졌던 것과 같은 지원(COVID 재난지원금과 같은)을 받을 수 없었다”며 “우리는 그들의 노동력 착취 방지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 중소기업단체협의회(Council of Small Business Organisations Australia. COSBOA)의 알렉시 보이드(Alexi Boyd) CEO 또한 “우리는 다른 기업들과 경쟁하는 더 많은 기업의 능력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중 일부는 모든 것이 공정하고 공평하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니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약 8만 달러의 급여를 받지 못한 유학생 알리(Ali. 가명)씨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갈취하는 이들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그들(악덕 고용주)은 ‘당신에게 더 이상 일자리를 주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씨는 3교대로 한 번에 10시간씩 일하며 이중 단 한 시간만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고용주에게 급여 문제를 제기한 이후 곧바로 해고됐다.

그가 공정근로 옴부즈맨에 이 같은 불만을 접수하자 고용주 회사의 한 관리자가 집으로 찾아와 “법적 조치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파키스탄으로 추방되도록 하겠다”고 협박했다.

알리씨는 이 같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주노동자들의 비자 상태를 악용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법이 마련되어야 하고 또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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