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올해의 단어 1).jpg

매년 호주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했거나 특정 현상을 적절하게 표현한 단어를 선정하는 호주 국립사전연구센터(ANDC)의 ‘올해의 단어’에 정부의 백신 출시(rollout) 지연을 빗댄 ‘strollout’이 선정됐다. Original photo : Pixabay / WiR_Pixs. 일러스트 : Emily Cha / The Korean Herald

 

호주노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이 정부의 더딘 백신 출시(Rollout) 빗대어 표현

미국 이어 뉴질랜드에서도 사용하기 시작... ‘팩데믹’ 사회 상황, 그대로 보여줘

 

대중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는 당시의 사회 현상이나 풍조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호주의 한 기관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 또한 이를 반영한다.

호주국립대학교 내 국립사전연구센터(Australian National Dictionary Centre. ANDC)가 매년, 호주인들이 가장 많아 사용했거나 특정한 사회 분위기를 묘사한 단어를 선정해 발표하는 ‘올해의 단어’로 ‘Strollout’을 선정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팬데믹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OVID-19 바이러스라는 전염병 사태를 모두가 힘겹게 견뎌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ANDC는 지난해 자가격리(self-isolation)를 뜻하는 ‘iso’를 ‘2020년 올해의 단어’로 꼽은 바 있다.

사실, ‘strollout’이라는 영어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단어가 처음 호주인들에게 전해진 것은 지난 5월로, 호주노동조합협의회(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 ACTU) 샐리 맥마누스(Sally McManus) 사무총장이 처음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 연방정부는 국민들, 특히 의료진들을 우선하여 COVID-19 백신접종을 계획했지만 백신 확보 문제로 출시(rollout)가 크게 늦어졌다. 맥마누스 사무총장은 그런 안타까움과 정부의 방역을 비꼬아 이 단어를 생객해 낸 것이다.

그녀는 지난 5월 13일, 자신의 트위터(Twitter)를 통해 ‘백신은 지금 밖에서 산책 중’이라는 의미로 ‘#VaccineStrollout’이라는 단어를 게시했고, 그녀가 ‘rollout’을 빗대어(stroll out) 만들어낸 이 단어는 금세 사람들에게 전파됐다. 어떤 상황에 대해 적절한 비유와 위트, 또는 깊이 있는 해학으로 농담 던지기를 좋아하는 호주인 특유의 유머가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Stroll out’ 중인

백신 ‘rollout’

 

ANDC 소장인 아만다 라우게센(Amanda Laugesen) 박사는 이 단어를 선택하게 된 데 대해 “독특한 호주식 용어라는 판단이었다”며 “호주식 표현이 어떻게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말했다(사실 호주에는 영국은 물론 영어권 국가 사람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Australian made’ 영어, 호주 슬랭이 무수히 많다).

지금은 호주의 COVID-19 예방접종 비율이 전 세계 최상위 국가 수준에 달하고 있지만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접종률은 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정부의 백신 출시(rollout)가 늦어진 때문으로, ‘COVID_19 백신 접종 프로그램의 느린 시행’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이 영어는 실제로 금세 각국으로 수출(?)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호주 공영 ABC 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ABC 702 Drive’의 진행자이자 시드니 모닝 헤럴드 칼럼니스트인 리차드 글로버(Richard Glover)씨가 호주의 더딘 백신 출시에 대해 기고한 논평 제목(Australia’s vaccine 'stroll-out' shows the dangers of COVID complacency)을 그대로 내보냈다. 뉴질랜드 언론들 또한 자국의 늦어진 백신 출시에 대해 이 단어를 차용, “Vaccine stroll-out must now be to all New Zealanders”라고 지적했다.

라우게센 박사는 “COVID-19 백신 보급이 지연됨으로써 연방정부가 비난에 직면했을 때 나온 이 표현은 호주 역사의 매우 특별한 순간을 포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단어는 백신접종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사용 빈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NSW 주립도서관 미첼 라이브러리의 리차드 네빌(Richard Neville)씨는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단어를 결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단순한 말장난으로, (어떤 상황에 대한) 많은 이해가 있을 때에만 작동될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종합(올해의 단어 2).jpg

‘strollout’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말이지만 백신 출시(rollout)가 더디게 진행됨을 비판해 ‘stroll out’을 하나로 합친(strollout) 것으로, 지난 5월 호주노동조합협의회(ACTU)의 샐리 맥마누스(Sally McManus) 사무총장이 만들어내 자신의 트워터를 통해 소개했다. 사진은 이 단어가 게시된 맥마누스 사무총장의 트위터.

   

호주의 권위 있는 문학상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Miles Franklin awards) 심사위원이기도 한 네빌씨는 이어 “이제 우리는 백신 출시가 원활하게 진행되기에 이 단어도 조만간 우리 사회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NDC의 협력으로 호주 버전의 사전을 출판하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OED) 측은 샐리 맥마누스 사무총장이 이 용어를 만들어낸 것임을 확인했다. 앞서 영국의 ‘올해의 단어’로 ‘vax’를 선정한 OED도 ‘백신과의 강한 상호작용’에서 나온 새로운 단어 중 하나로 이 말(strollout)을 언급하고 있다.

ANDC 및 OED는 “(백신접종 상황이 바뀌면서) 지금은 이 말이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백신 출시 지연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인들 반응,

가히 ‘폭발적’

 

맥마누스 사무총장이 이 단어로 정부를 비판했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트위터에 게시된 ‘VaccineStrollout’이라는 단어에 다른 트위터는 “(백신 출시의) 지연을 설명하는 끝내주는 말”(a crack up name for the delay)이라며 이를 다시 트윗하기도 했다.

심지어 야당의 빌 쇼튼(Bill Shorten) 전 대표까지 집권 여당의 늦어진 백신 프로그램을 비난하면서 “지금까지 (정부의 백신) 롤아웃은 ‘스트롤 아웃’(야외에서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는)에 더 가까웠다”(So far, it’s been more stroll out than rollout)고 표현했다.

칼럼니스트인 리차드 글로버(Richard Glover)씨는 워싱턴 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 ‘스트롤아웃’을 해외에 소개하는 데 일조한 사람이다.

‘strollout’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이후 글로버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단어에 대해 “아주 사랑스러운 재치”라면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이 단어를 해외에) 수출하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strollout’과 함께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오르며 2023년 판 호주 사전 게시가 고려되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Double-vaxxed : 두 차례의 백신접종 완료를 의미하는 이 말에 대해 라우게센 박사는 “호주 영어는 아니지만 해외보다 호주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Clayton’s lockdown : 봉쇄조치가 취해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는 상황을 빚댄 말로, 배우 잭 톰슨(Jack Thompson)이 무알코올 음료 광고에서 유행시킨 오래된 호주식 표현을 변형한 것이다.

 

-Fortress Australia : 국가 건립 초기, 호주의 엄격한 이민 및 관세 정책을 설명하는 이 단어는 COVID-19 팬데믹 기간 중 호주 국경을 폐쇄한 것 등 호주 스스로 선택한 고립을 표현하는 데 활용된 용어이다.

 

-AUKUS :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주, 영국, 미국의 안보 파트너십을 뜻하는 ‘오커스’(AUKUS)는 ‘ANZUS’와 함께 차기 호주 사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Net zero : 탄소배출 연료 사용 감축 조치를 통해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상쇄하는 이 용어는 호주에서만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지만 올 한 해 호주 내에서 크게 부각됐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올해의 단어 1).jpg (File Size:638.4KB/Download:11)
  2. 종합(올해의 단어 2).jpg (File Size:49.9KB/Download:1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801 호주 알바니스 총리, 차기 호주 총독에 법조인 겸 사업가 사만타 모스틴 지명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800 호주 NSW 운전자 대상, 도로 통행료 환급신청 접수 시작... 클레임은 어떻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9 호주 연방정부, 5월 예산 계획에서 가계 재정부담 완화 방안 제시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8 호주 유닛을 구입하고 투자 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주요 도시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7 호주 새로 적용된 학생비자 입안자, ‘노동당 정부의 대학 단속’으로 악용?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6 호주 심각한 주택부족 상황 불구, 시드니 지역 ‘빈 집’ 2만 가구 이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5 호주 시드니 전역 유명 사립학교 학부모가 되기 위한 ‘대기자 명단 전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4 호주 ‘Hambledon Cottage’ 200년 주년... 파라마타 시, 관련 기념행사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3 호주 ‘주택위기’ 해결의 또 하나의 어려움, ‘baby boomers의 고령화’?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2 호주 파라마타 시, ‘Arthur Phillip Park’ 재개장 기해 야외 영화 상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1 호주 계속된 생활비 부담 속, 수백 만 명의 호주인 저축액 1천 달러 미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90 호주 Express. Empower. Get Loud!... CB City, ‘청년주간’ 행사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6789 호주 팬데믹 이후 호주 인구 ‘급증’ 속, 가장 큰 영향 받는 시드니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8 호주 투자 부문의 최고 ‘인플루언서’, “고령화 위기 대비하려면 호주 본받아라”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7 호주 주택을 구입할 때 침실 하나를 추가하려면 얼마의 급여가 필요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6 호주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적 확산 추세 따라 해당 비자 제공 국가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5 호주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대학원 과정은 ‘건강’ 및 관련 분야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4 호주 늘어나는 신용카드 사기... 지난해 호주인 손실, 22억 달러 규모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3 호주 월별 CPI 지표, 3개월 연속 3.4% 기록... “하향 추세 판단, 아직 이르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2 호주 주택시장, ‘인상적 성장세’ 지속... 1년 사이 중간가격 6만3,000달러 ↑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1 호주 보험-금융 서비스 가격 상승 속, Private health insurance 3% 이상 인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80 호주 호주 각 학교 교장들, ‘최악’ 수준의 신체적 폭력-협박에 시달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79 호주 ‘P-plate’ 상태의 자녀 ‘안전’ 고려한다면, 자동차를 사 주는 대신...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78 호주 계속되는 가계 재정 부담 속, 수백 만 명의 호주인이 ‘부업’ 찾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6777 호주 생활비 압박 지속... 정부, 물가상승률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76 호주 순 해외이민자 유입-자연 증가로 호주 인구, 곧 2천700만 도달 예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75 호주 Minns-Perrottet 현직 및 전직 NSW 주 총리, ‘McKinnon Prize’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74 호주 정부, 비시민권자 대상으로 보다 수월한 ‘강제추방’ 가능한 법안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73 호주 주택 1sqm 당 프리미엄 가장 높은 광역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72 호주 할리우드 스타덤의 화려했던 순간, 그 기억을 간직한 영화 촬영 여행지들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71 호주 자동차 절도-파손 및 가택침입 등 전국에서 ‘household crime’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70 호주 ‘충격적’ 일자리 급증... 실업률, 지난해 9월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69 호주 World Happiness Report... 호주인 ‘행복감’, 상위 10위에 올랐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68 호주 호주 당국, 프랑스 방문 여행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67 호주 COVID-19 전염병 대유행으로 전 세계 기대수명, 1.6년 감소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66 호주 “유아기의 스크린 시청 시간, 부모와의 상호 언어형성 기회 빼앗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65 호주 ChatGPT-기타 인공지능 활용한 고등교육 부문의 부정행위 ‘극성’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6764 호주 시니어 대상 pension 및 Jobseeker payments 등 복지수당 인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63 호주 NSW 예산계획, “바람직한 사회적 결과-투명성 향상에 목표 둘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62 호주 올들어 두 번째의 RBA 통화정책 회의, 이자율 4.35% 유지 결정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61 호주 2023년 NSW-VIC-QLD 주의 매매 부동산 4개 중 1개는 ‘현금 거래’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60 호주 tap-and-go 확대... 호주인들, 신용카드 수수료로 연간 10억 달러 지출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59 호주 주택 부족 심화... 부동산 가격, ‘적정 가치’에 비해 얼마나 치솟았나...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58 호주 “화석연료 산업에 보조금 지급하면서 대학 학업에는 비용 청구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57 호주 NSW 교육부 장관, 주 전역 공립학교서 ‘영재교육 프로그램’ 제공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56 호주 연방정부의 새 이민전략 이후 주요 대학 국제학생 입학 ‘크게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55 호주 대다수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long COVID’,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54 호주 2024 럭비 시즌... CB City의 그린키퍼, ‘Bulldog’ 홈구장 관리 ‘만전’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6753 호주 부유한 은퇴 고령자들, ‘Aged Care’ 비용 더 지불해야 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4.03.14.
6752 호주 최대 220만 명 ‘기본 권리’ 변경 위한 ‘Work-from-home’ 논쟁 본격화 file 호주한국신문 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