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Second job 1).jpg

낮은 임금성장, 캐주얼 또는 파타트임 일자리 증가 등으로 또 하나의 직업을 갖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한 전화상담 센터.

 

호주 무역노조(ACTU) 보고서... ‘노동력의 우버화’(Uber-isation) 우려

 

‘수입을 늘리고자 부업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같은 일을 하는 100명의 호주인 가운데 하나이다.’

불안정한 임시직 또는 계약직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세컨 잡’(second job)을 갖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주 무역노동조합(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 ACTU)의 최근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지난 2년 사이 고정 직장 외 부업을 하는 이들의 수는 20% 이상 증가했으며, 주로 사무실 임시직종, 콜 센터의 전화 상담원, 개인교습, 건강관리 및 케어, 사회복지 보조 업무 등에서 주로 늘어났다.

ACTU의 이번 조사는 호주 통계청(ABS)의 최근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 작성된 것이다.

이 같은 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ACTU는 임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허위고용 계약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ACTU의 샐리 맥마누스(Sally McManus) 사무총장은 관련 성명을 통해 부업 인구의 증가에 대해 “노동력의 우버화(Uber-isation)”라며 “호주가 전통적인 직업 외에 비공식 부업이 늘어나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리지 못하는 미국 취업 시장의 모습을 빠르게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은...

 

ACTU는 대개의 노동자들이 그들의 본래 직장에서 충분한 수입을 얻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이 부업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캐주얼 및 파트타임 일자리, 아니면 수입이 불안정한 업무가 늘어난 탓으로, 많은 노동자들에게 있어 우선적인 직장은 예전만큼 좋은 수입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BS의 최근 자료는 호주의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임을 보여주지만 노동자들이 원하는 풀타임 고용이 아닌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8.1%로, 호주 직장인 가운데 100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

ACTU에 따르면 불완전 고용은 특히 젊은 계층에서 심각하게 높은 상황이다. 호주의 가계 소득 및 노동력 등을 알아보는 지난해 ‘힐다’(HILDA. 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조사는 청년 노동자의 31%, 20-24세 계층에서는 20%가 파트타임 또는 캐주얼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다른 연령층의 9%와 크게 비교된다.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 또한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이래 실질 임금(물가상승을 고려한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증가를 고려한)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난 1995년에서 2012년 사이 실질 임금 증가는 2% 수준이 불과하다.

 

종합(Second job 2).jpg

보건 및 사회복지, 교육훈련 부문 종사자의 부업 증가 상활을 보여주는 그라프.

 

경제학자들, 임금 정체 해결 촉구

 

ACTU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에서 2018년 사이 실질임금 가치가 하락하면서 부업을 갖는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120명 이상의 경제학자, 변호사, 시장조사 분석가들은 정체된 임금의 실질 성장을 위한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이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임금정체는 광범위한 경제상황 위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 악화가 그 요인이다.

ACTU 성명은 이어 지난 1959년 분기별 임금 집계가 시작된 이래 현재 호주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은 GDP(국내총생산) 비율로 최저 수준이다. 호주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수입은 같거나 적어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부채와 절박감에 시달리며, 이들로 하여금 부업을 갖도록 강요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파트타임이나 임시직, 자영업, 그 외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비난하면서 “충분한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것이 대부분 직장인들이 갖는 불만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ACTU는 “모든 노동자들이 실질 임금 인상을 위해 10여년을 기다렸지만 소득 불평등은 기록적 수준이고 노동 시간은 길어졌으며 근로조건 위반에 대한 벌금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노동 정책을 비난했다.

 

종합(Second job 3).jpg

호주의 임금 성장률과 부업 인구 증가를 보여주는 그래프.

 

불안정 일자리가 불평등 문제인 이유는...

 

일부 사람들에게 불안정 일자리는 업무 시간의 유연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버(uber)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약간의 수입을 늘리는 편리한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예외일 수 있다. OECD는 불안정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 전체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015년, OECD는 호주 전체 고용시장의 40%가 ‘비표준’(non-standard)이라고 결론 내렸다. 고용주가 정규직 고용 계약이 아닌 임시직이나 파트타임, 또는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 등으로 장기간 이어가는 고용 형태를 말한다.

호주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비율은 네덜란드, 스위스에 이어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ACTU 보고서는 비표준 노동자의 증가가 왜 사회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언급하면서 “40%에 이르는 비표준 고용자들은 불안한 소득으로 인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고 하위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임시직이나 파트타임 직장이 앞으로의 보다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면 문제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용 형태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사안이다.

지난 해 ABC 방송이 사회문제 진단 프로그램인 ‘Triple J’가 실시한 ‘What's Up In Your World’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종사자 4분의 1을 포함한 젊은층 직장인의 3분의 1이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부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ACTU 보고서는 비표준 고용이 늘어남에 따른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용주에서 노동자로의 ‘경제적 위험’ 전환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제 성장이 지연되고 근로자들의 해고가 불안정 고용의 진짜 사회적 비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CTU는 “호주가 다시금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거나 내수가 위축될 경우 그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들”이라며 “비표준 고용, 즉 불안정한 일자리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경제 침체기에 자신의 노동력이나 인건비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지난 30년 동안 호주 공공정책은 임금 유연성, 그리고 유연한 근로 형태를 촉진하는 데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것이 노동시장이 양분화되는 이유”라고 결론지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Second job 1).jpg (File Size:45.7KB/Download:111)
  2. 종합(Second job 2).jpg (File Size:42.9KB/Download:16)
  3. 종합(Second job 3).jpg (File Size:39.1KB/Download:1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251 호주 배우 휴 잭맨, “호주의 공화제 전환, 불가피하다고 본다” 개인 의견 피력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50 호주 NSW 주 학부모들, 자녀 공립학교 등록 기피... 15년 만에 최저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9 호주 Google-Microsoft가 내놓은 AI 검색 챗봇, 아직 ‘완벽’하지 않은 이유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8 호주 블루마운틴의 인기 여행 명소 중 하나 Zig Zag Railway, 조만간 재개통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7 호주 팬데믹 이후의 가격 성장, 지난해 시장 침체로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6 호주 올 1월 호주 실업률, 전월 3.5%에서 계절조정기준 3.7%로 소폭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5 호주 하루 약 100만 달러에 이르는 SMS 사기, 방지할 수 있을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4 호주 “학교 내 휴대전화 전면 금지, 학업 측면에서 학생에게 불이익 준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3 호주 올해 ‘Sydney Children's Festival’, 달링하버서 개최 확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2 호주 “더 오래도록 보고 싶게 만드는 흥미롭고 매력적인 공연... 아름답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41 호주 시드니 각 교외지역, 파트너 없이 홀로 거주하는 인구 비율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40 호주 인터넷-자본주의-왜곡된 진실... 이 시대에서 ‘풍자’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9 호주 호주 현지에서 태어난 이들, 대부분 이민자 그룹 비해 ‘만성질환’ 가능성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8 호주 임금상승 계속되고 있지만... “향후 몇 개월간은 인플레이션에 묻힐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7 호주 NSW 주 2022-23 회계연도 전반기 예산 검토... 적자 규모 크게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6 호주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이성간 데이트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5 호주 심각한 교사부족 상황... 사립학교들, 높은 연봉 내세워 공립 교사들 ‘유혹’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4 호주 NSW 주 경찰의 마약 관련 수색 대상, 청소년-원주민 비율 더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3 호주 모든 성인에 5차 COVID-19 접종 제공... 감염사례 없는 이들 대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2 호주 런던 자연사박물관 주관, 팬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야생동물’ 이미지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1 호주 부동산 시장 침체 속, 주택가격 하락-상승한 광역시드니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16.
6230 뉴질랜드 오클랜드 홍수복구와 대청소 주간 일요시사 23.02.10.
6229 뉴질랜드 아던총리 욕설파문 속기록, 옥션에 붙여 10만불 기부 일요시사 23.02.10.
6228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 사임 후임총리 '크리스 힙킨스' 당선 확정 일요시사 23.02.10.
6227 호주 시드니 거주자들, ‘삶의 만족도’ 회복 중... 생활비 고통은 ‘uncharted waters’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26 호주 시드니 학부모들, 자녀의 공립 Boys' High School 등록 기피 ‘뚜렷’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25 호주 COVID-19의 ‘세계적 공공보건 비상사태’ 선포 3년... 향후 바이러스 예상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24 호주 NSW 주 정부, 도박 산업 개혁 위해 향후 3억4천만 달러 투자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23 호주 호주 ‘민주주의 수준’ 평가... 8.71점으로 전 세계 167개 국가 중 15위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22 호주 호주 중앙은행, 기준금리 3.35%로... 로우 총재, “추가인상 필요” 언급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21 호주 NSW 주 하이스쿨,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 확대... 전년대비 60%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20 호주 ‘Hi Mum 사기’와 함께 구직자 노린 ‘Recruitment Scams’ 주의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19 호주 2023 Women's World Cup 개막 경기, ‘Stadium Australia’로 결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18 호주 NSW 경찰, ‘커뮤니티 온라인 포털’ 이용한 성폭력 신고 옵션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17 호주 2022년, 주택가격이 크게 치솟은 NSW 주 ‘tree-change’ 타운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16 호주 블루마운틴 카운슬, 일부 타운 및 관광 사이트 ‘유료주차’ 도입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15 호주 올해 ‘Australia's best beach’로 선정된 ‘SA3’ 지역의 주택가격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14 호주 캔터베리-뱅스타운, 불법 폐기물 투기 단속 강화... 적발 건수 크게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9.
6213 호주 연방 기술훈련부, ‘Australian Apprenticeships Priority List’ 업데이트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12 호주 텍스트 생성 인공지능 ‘ChatGPT’ 등장, 이를 활용한 학업 부정행위 ‘우려’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11 호주 사립학교 학비 높은 광역시드니, 두 자녀 교육비 100만 달러 넘어서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10 호주 재미로 보는 호주 이야기- 호주에 들어온 낙타, 건조한 지역에서 가치 입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9 호주 심각한 도박 손실... NSW 주, 지난해 92일 만에 포커머신으로 21억 달러 날려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8 호주 남부호주 ‘스톡스 베이’, 호주정부관광청 선정 ‘2023 최고의 해변’에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7 호주 2022년 출생한 NSW 주 신생아 부모가 가장 많이 선택한 이름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6 호주 2019-2022년 사이, 급격한 인구증가 기록한 교외-지방 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5 호주 ABS 공식 소비자 물가, 지난 한해 7.8% 상승...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4 호주 주택가격 하락세 ‘둔화’... 일부 도시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 추세 드러내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3 호주 NSW 경찰청, 주 전역서 가정폭력 가해 고위험자 대상의 합동작전 전개 file 호주한국신문 23.02.02.
6202 호주 “영주비자 처리 과정상의 문제로 임시 숙련기술 인력 이탈할 수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