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Betoota 1).jpg

1800년대 후반, 이 지역의 대규모 목장 개발로 육우용 가축 판매에 따른 세관이 들어서며 형성됐던 퀸즐랜드 서부 내륙의 베투타(Bettota) 타운은 지난 2004년 이곳의 유일한 주민이자 ‘베투타 호텔 & 펍’ 주인이었던 시그먼드 리미엔코(Sigmund Simon Remienko)씨가 사망하면서 고스트 타운이 됐다.

 

2004년 ‘베투타 호텔’ 주인이자 마지막 한 명의 거주민 사망 후 버려져

새 구매자, 호텔 & 펍 ‘re-open’ 준비, 여행자 위한 식료품-주유 서비스도

 

호주의 내륙 곳곳에는 한때 융성했던 타운이었으나 지금은 사람 하나 없이 남겨진 곳들이 수두룩하다. 오래 전 광산개발 또는 목장지대로 개발되었다가 가뭄 등의 자연적 요인으로 폐허가 된 채 인적이 없거나, 삶의 터전을 옮기지 못한 몇 명의 지역민들만 남아 있는 스몰 타운(small town) 또는 고스트 타운(ghost town)은 대도시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년 9월, 호주 깊은 내륙에서 전개되는 가장 큰 경마대회인 버즈빌 레이스(The Birdsville Races)로 유명한 퀸즐랜드(Queensland) 서부 먼 내륙 버즈빌(Birdsville) 또한 목장으로 개발되었던 큰 타운이었으나 지금은 고작 100여 명의 주민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버즈빌로 가는 길목에는 또 하나의 유명한(?) 마을이 있다. 버즈빌처럼, 한때는 비교적 큰 규모의 경마대회가 열리기도 했던 버즈빌 인근(동쪽으로 170킬로미터 거리이다)의 베투타(Betoota)이다. 1800년대 후반, 목초지 개발 루트로 형성됐던 이 타운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길목에서 활기를 이어갔으나 지난 2004년 이후에는 단 한 명도 거주하지 않는 유령마을이 되었다(본지 1216호 ‘Popular small town & ghost town in Australia’ 참조).

 

종합(Betoota 2).jpg

1960-70년대 이 지역 일대를 기반으로 일했던 로버트 하켄(Robert Haken)씨가 최근 이 펍을 구매, 재오픈한다는 소식이다. 하켄씨의 아들과 친구들이 베투타 펍의 재오픈을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

 

종합(Betoota 3).jpg

1973년 촬영된 베투타 호텔 모습(사진). 당시만 해도 낙타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중요한 운송 수단이었으며 베투타 호텔은 이 지역 여행자들에게 꼭 필요한 쉼터였다. ‘National Library of Australia’에 소장된 사진.

 

이곳의 마지막 주민은 베투타의 오래된 호텔 & 펍을 사들이고 이를 운영하던 시그먼드 리미엔코(Sigmund Simon Remienko)씨였다. 베투타에 주소지를 둔 유일한 주민이었던 그가 2004년 사망하면서 베투타는 그야말로 ‘고스트 타운’이 된 것이다. 아울러 이곳을 지나는 내륙 오지 여행자들에게 시원한 맥주를 제공했던 베투타 펍 또한 더 이상 문을 열지 않았다.

바로 이곳의 호텔 & 펍이 새로이 단장하고 재오픈을 한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 금요일 ABC 방송은 오랜 시간 방치됐던 베투타 호텔이 새로이 문을 열고 여행자들에게 맥주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펍의 새 주인은 ‘로보’(robbo)라고 불리는 로버트 하켄(Robert Haken)씨. 1960-70년대 이 지역 일대를 기반으로 일하던 그는 바로 이곳 베투타 호텔을 자주 이용했던 인물이다. 이 호텔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그는 “누군가는 이 건물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 펍은 너무 먼 오지에 자리해 있어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마침내 그는 지난 크리스마스 직전, 이 건물 매입을 완료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꿈이 실현됐다”는 말로 기쁨을 표했다. 그는 이어 “베투타 호텔은 호주 역사의 아름다운 한 조각이면서 또한 나름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켄씨에 따르면 베투타 펍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지역 경찰의 방문을 받았다. 경찰은 베투타 펍이 다시 문을 열 것이라는 소식에 기쁨을 표했다. 퀸즐랜드 서부 내륙으로의 장거리 운전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켄씨는 “윈도라(Windorah)와 버즈빌 중간지점에 자리해 내륙 오지 여행자들에게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Betoota 4).jpg

베투타 호텔의 연회장. 베투타 마을이 융성했던 당시, 이 호텔의 대형 연회장은 주말마다 지역민들이 댄스를 즐기던 곳이었다. 이곳을 매입한 하켄씨는 “과거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부 단장을 하고 있는 베투타 호텔 연회장(사진).

 

베투타는 1885년, 호주 남부로 판매되는 육류용 소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세관이 만들어지면서 조성된 타운이었다. 또한 이곳은 1900년대 초 토끼보호 울타리(rabbit-proof fence. 호주 자연에 엄청난 규모로 늘어난 야생 토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내륙 곳곳에 수천 킬로미터 길이의 보호철조망) 설치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베투타’는 지난 2014년, 기자로 일했던 아처 해밀턴(Archer Hamilton), 찰스 싱글(Charles Single), 출판업자였던 피어스 그로브(Piers Grove)가 시드니를 기반으로 공동 창간한 온라인 풍자 미디어 ‘Betoota Advocate’의 제호에 영감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하켄씨는 “그들(Betoota Advocate)의 다소 불량스런 보도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들이 베투타를 다시금 지도에 올려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풍자적인 보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Betoota Advocate’로 인해 퀸즐랜드 주의 아주 먼 오지인 ‘베투타’가 시드니사이더들에게도 더 많이 알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이다.

하켄씨는 “베투타 호텔의 복원을 통해 이 타운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고 이 펍이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복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행자 또는 인근 지역 사람들이 우리 베투타 펍을 방문해 베투타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확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켄씨는 베투타 호텔의 재오픈을 준비하면서 여행자를 위한 숙박은 물론 펍 운영, 식료품 판매, 주유소도 겸한다는 계획이다.

베투타를 관할하는 ‘Central West Queensland’ 지역, 디아만티나 카운슬( Diamantina Shire Council)의 제프 모튼(Geoff Morton) 시장은 이 호텔을 다시 부활시켜보겠다는 하켄씨에게 응원을 보내면서도 “큰 도박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인근 지역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그레이 노마드’(grey nomad. 레저 차량 등을 이용해 여러 지역을 여행하는 은퇴자)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호텔을 운영할 만큼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종합(Betoota 5).jpg

베투타 타운이 유일한 주민이자 베투타 호텔 & 펍 주인이었던 시그먼드 리미엔코씨. 2004년 그가 사망하면서 베투타 호텔은 문을 닫았고 이 마을도 고스트 타운이 됐다. ‘National Library of Australia’에 소장된 사진.

 

반면 이 소식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베투타 인근의 외딴 곳에 자리한 ‘마운트 레오나드 목장’(Mount Leonard Station)의 부매니저 로레인 캐스(Lorraine Kath)씨는 베투타 호텔이 재오픈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베투타 호텔의 새 주인과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는 그는 “페이스북과 온라인을 통해 이곳이 더 알려지고 우리 지역 관광이 더 살아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캐스씨는 시그먼드(사이먼) 리미엔코씨에 대해서도 “전에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베투타 호텔의 마지막 주인이었다”면서 “폴란드 이민자였던 그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켄씨는 올해 9월 열리는 버즈빌 레이스에 맞추어 8월말 베투타 호텔을 공식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Betoota 1).jpg (File Size:122.5KB/Download:22)
  2. 종합(Betoota 2).jpg (File Size:66.3KB/Download:21)
  3. 종합(Betoota 3).jpg (File Size:59.5KB/Download:22)
  4. 종합(Betoota 4).jpg (File Size:54.4KB/Download:26)
  5. 종합(Betoota 5).jpg (File Size:54.8KB/Download:1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877 호주 ‘사커루’의 5회 연속 월드컵 진출, 페루와의 마지막 일전만 남아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9.
5876 호주 간질 환자의 ‘발작’에 ‘사전 경고’ 제공하는 모바일 앱 개발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9.
5875 호주 NT 관광청, 우기 시즌의 감소하는 다윈 지역 여행객 유치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9.
5874 호주 NSW 주 정부, “응급서비스 부문 2천 명 이상 직원 추가 배치하겠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9.
5873 호주 호주 납세자 30%만이 청구하는 세금 공제 항목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9.
5872 호주 에너지 사용료 증가... 태양광 패널 설치는 투자 가치가 있을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9.
5871 호주 노동당 정부 내각 구성... 10명의 여성-젊은 의원들, 장관직 발탁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70 호주 연방선거 패배 자유당, 새 지도자로 보수 성향의 피터 더튼 전 국방장관 선출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9 호주 Best bars & restaurants for Vivid Sydney 2022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8 호주 NSW 주, 민간 불임클리닉 이용 여성들에게 최대 2천 달러 리베이트 지급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7 호주 운전자 주의 산만하게 하는 ‘스마트 워치’, 호주에서의 관련 규정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6 호주 NSW 주 정부, 각 가정의 에너지 사용 요금 지원 확대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5 호주 정부 백신자문그룹, 적격 인구에 COVID-19 백신 4차 접종 권고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4 호주 NSW 주 정부, 신원도용 피해자 지원하는 새 서비스 제공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3 호주 광역시드니 단독주택과 유닛의 가격 격차, 기록적 수준으로 벌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2 호주 첫 주택구입자에게 권장되는 ‘affordable and liveable’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1 호주 ‘3D 프린팅 주택’, 호주 주택 위기에 대한 해결책 될 수 있을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6.02.
5860 호주 노동당 승리로 끝난 올해 연방선거, Who are the winners and losers?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9 호주 퍼스트레이디가 되는 새 총리의 파트너 조디 헤이든, 그녀의 행보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8 호주 제47대 연방 의회에 등장한 다양한 얼굴들, ‘정치적 대표성’의 새 전환점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7 호주 앤서니 알바니스, 제31대 호주 총리에... 9년 만에 노동당 정부 구성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6 호주 Just embarrassing... 호주 젊은이들, “정치인들? 결코 신뢰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5 호주 서던 하일랜드의 오랜 역사유적 ‘Berrima Gaol’, 700만 달러에 매각돼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4 호주 “어린이를 위한 온라인 스토리타임, 이중언어로 즐기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3 호주 스트라스필드 카운슬, 호주 구세군 연례 모금 행사 협력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2 호주 어린이 축제조직위원회, 각 미디어 통해 올해 이벤트 계획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1 호주 4월 호주 실업률 4% 아래로 낮아졌지만... 일자리 창출은 거의 멈춤 상태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50 호주 시드니 지역 주택 임대료 높아져... 10개 서버브 중 9개 지역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49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반세기 전 3만 달러 구입 주택, 548만 달러에 file 호주한국신문 22.05.26.
5848 호주 Federal Election 2022- 각 주-테러토리 접전 선거구 결과가 승패 좌우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7 호주 ‘최저임금’ 논란...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악화-이자율 상승 초래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6 호주 ‘Living with COVID’라지만... 매일 평균 40명,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5 호주 ‘Super Home Buyer’에 자유당 연금 장관, ‘가격 상승 가능성’ 인정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4 호주 호주의 ‘공화제’ 지지, 3년 전 비해 다소 증가... “여왕 사후 모멘텀 커질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3 호주 기술 부문 취업한 대학졸업자 임금, 최대 연간 35만 달러... 구인난 계속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2 호주 2022년 ‘아치볼드’, 101년 만에 두 번째로 원주민 출신 화가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1 호주 호주 구세군, 연례 ‘Red Shield Appeal’ 모금 행사 계획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40 호주 “뱅스타운, 오는 2036년까지 호주의 주요 보건-웰빙 중심지 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39 호주 ‘Pink Lady’ 품종의 사과 개발한 원예학자 존 크립스씨, 95세로 사망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38 호주 COVID 팬데믹으로 ‘공공보건-사회적 결속 위한 지역사회 언어 중요성’ 부각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37 호주 NSW 지방 지역 주택가격, 지난 1년 사이 광역시드니보다 빠르게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9.
5836 호주 연방 선거 사전투표 시작... “여성 유권자가 총선 승패 가를 수도” 분석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35 호주 SNS 플랫폼 ‘트위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연관성이 있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34 호주 “COVID-19 발병 이후 지난 2년 사이 거의, 1천500만 명 사망...”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33 호주 Federal Election 2022- 유권자들, 탄소배출량 감축 조치 ‘압도적 지지’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32 호주 “독감 환자 증가하고 있다...” NSW 주 보건부, 독감백신 접종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31 호주 여름 시즌의 유럽여행, COVID 대유행 이전 비해 크게 어려워져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30 호주 시드니-파라마타 CBD 보행자 통행 규모, 전염병 이전 수준 회복 더딜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29 호주 온라인 사기사건 크게 증가...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층, 각별한 주의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
5828 호주 차기 연방 정부의 비용 지원 하에 첫 주택구입이 가능한 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2.05.12.